경찰이 제과점 여주인 납치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사용한 모조지폐가 시중에 유통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함에 따라 경찰의 허술한 대응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17일 경찰에 따르면 수배 중인 납치 용의자 정모(32) 씨는 이날 오후 6시께 강남구 삼성동에서 인터넷 직거래 장터를 통해 알게 된 박모 씨에게 700만원의 모조지폐를 주고 250㏄ 야마하 오토바이를 샀다.
가짜 돈인 줄 모르고 받았던 박 씨는 뒤늦게 속았다는 사실을 알고 경찰에 신고했지만, 그때는 이미 정 씨가 오토바이를 몰고 사라진 뒤였다.인터넷을 통해 처음 만난 사람에게 물건을 팔고 받은 700만원의 현금다발을 세어 봤는데도 이 돈이 가짜인 줄 몰랐다는 것은 그만큼 이 지폐가 정교하게 만들어졌다는 방증이 된다.
이는 "모조지폐가 조악하게 만들어져 누구나 보면 바로 가짜임을 알 수 있어 유통될 위험이 크지 않다"는 경찰의 주장을 무색게 하고 있다.정 씨가 가짜 돈을 계속 뿌리고 다닐 위험이 커졌지만 경찰은 마땅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정 씨는 대낮에 가짜 돈으로 사람들을 감쪽같이 속일 수 있음을 확인했기 때문에 시야가 흐려지는 밤에 모조지폐를 흥청망청 쓰고 다닐 가능성도 적지 않다. 그러나 경찰은 뾰족한 대책도 없이 `닭 쫓던 개'처럼 당하기만 하는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경찰은 지난 11일 모조지폐를 건넬 때 정 씨를 놓친 데 이어 이날 또다시 오토바이를 타고 강남 한복판을 휘젓고 다닌 정 씨를 검거하는 데 실패했다. 경찰은 가짜 돈을 범인들에게 전달할 때도 범인들이 돈이 가짜라는 사실을 알아챈다면 피랍자에게 위해를 가할 가능성을 무시하고 작전을 감행했다는 비난을 들은 바 있다. 또 경찰은 모조지폐로 사건 해결에 도움을 얻기는커녕 이를 활용한 수사기법이 공공연하게 노출되는 바람에 이후 납치사건 수사에서도 큰 지장을 받게 됐다.
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납치 사건 등에 대비해 위폐 12억원어치를 만들어 보관하고 있다. 경찰이 만든 1만원권 위폐는 진짜 지폐보다 1㎜씩 더 크고 일련번호가 모두 'EC1195348A'이지만 육안으로 식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정교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외국 경찰의 수사기법 등을 참조해 전반적으로 보완책을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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