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위기설'찻잔속 태풍으로 끝날까

원·달러 환율이 최근 급등하고 주가가 급락하면서 금융시장에 대한 불안심리가 퍼지자 외국인 채권 만기가 집중된 다음달 금융위기가 발생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다양한 국내외 악재로 금융시장이 다시 흔들릴 수는 있지만 작년 금융위기 때와 비슷한 상황이 반복될 것이라는 이른바 '3월 위기설'은 지나친 비관론이라며 경계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환율.CDS↑,주가↓…불안심리 확산

표면적인 불안심리의 출발점은 원·달러 환율의 급등이다.

1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달러당 12.5원 오른 1,468원에 거래를 마쳤다. 7거래일 연속 급등하며 지난해 금융위기 때의 1,500원 선을 위협하고 있다.

코스피지수도 17일 48.28포인트(4.11%)나 떨어지며 올해 들어 두 번째로 최대 하락폭을 기록한 데 이어 이날도 전날보다 14.00포인트(1.24%) 내린 1,113.19를 기록하며 하락행진을 계속했다.

대표적인 신용위험 지표인 국가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도 최근 오름세를 보여 불안감을 증폭시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한국에 대한 CDS 프리미엄은 지난달 중순에만 해도 2%대 중반에 머물렀지만 최근 상승세를 타기 시작해 13일 3.56%, 16일 3.74%에 이어 17일에는 작년 12월8일 이후 처음으로 4.05%를 기록했다.

금융위기가 절정에 달했던 작년 10월 말 6.99%에 비해서는 크게 낮지만 불안심리를 자극할 정도로 나빠진 것은 분명하다.

금융불안 재연에는 각종 국내외 악재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우선 3월 결산기를 맞아 국내에 유입된 일본계 자금들이 이탈할 가능성과 3월에 집중된 외국인 채권 만기 등으로 외환 자금난이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가 시선을 끈다.

우리투자증권은 시중은행이 발행한 해외채권 가운데 올해 3월 만기 도래분이 66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했다.

동유럽 국가들의 채무불이행(디폴트) 우려와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의 파산신청설에 이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가능성, 우리은행의 외화 후순위채 콜옵션 포기 후 국내 은행들이 외화난을 벗어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우려 등도 악재로 분류된다.

특히 우리은행의 후순위채 콜옵션 포기로 국내 은행들의 외화자금 조달이 어려워져 환율 불안정성 확대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없지 않다.

◇"불안 재연은 가능, 위기설은 기우"

전문가들은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이 확대될 수는 있지만, 지난해 금융위기 때와 같은 상황으로 발전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증시도 급격한 하락보다는 기존의 박스권 범위 내에서 지수가 하향조정되는 형태로 약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우리투자증권 강현철 투자전략팀장은 이달 또는 내달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는 금융불안이 지난해 9∼10월과 같은 금융위기로 발전할 가능성은 작다고 말했다.

그는 오히려 저금리와 유동성 팽창으로 이미 시중 부동자금이 늘어난 상태라며, 악재에 민감하게 반응해 투자기회를 놓치기보다는 부동자금이 어디로 흘러들어 가는지를 예의주시하면서 주식비중 확대 시점을 포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영증권 김세중 투자전략팀장도 "미국의 경기부양책과 구제금융안이 기대에 못 미치면서 동유럽 디폴트 가능성 등 다른 문제들이 동시에 불거져 나오고 있지만 급격한 위기를 걱정할 단계는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원·달러 환율은 일시적으로 1,500선을 웃돌 수 있고, 국내 증시도 금융불안과 정책 기대감이 소멸하면서 당분간 약세 기조가 이어져 코스피지수가 1,000∼1,100선에 머물 것으로 전망했다.

하나대투증권도 이날 보고서에서 "국내 증시의 조정은 그동안 상대적 강세에 따른 글로벌 증시와의 키 맞추기 수준으로 진행되겠지만, 전저점을 논하는 수준으로 전개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3월 위기설과 관련해서는 "다음 달 만기가 도래하는 국고채 규모는 비슷한 우려가 제기됐던 지난해 9월의 20% 수준에 불과하지만 국내 외환보유액은 1월 말 기준 2천억달러 이상을 유지하고 있어 수급 문제로 환율이 계속 오를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밝혔다.

투자자들의 민감한 대응이 사태를 확대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대신증권 성진경 시장전략팀장은 "지금 걱정되는 것은 GM의 파산보호신청이나 동유럽 국가의 디폴트 가능성보다 의사결정의 지연과 막연한 금융위기에 대한 우려가 낳을 불확실성의 확대 재생산"이라며 "지난해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에 놀란 투자심리가 작은 가능성에도 평정을 잃을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금융불안이 재연되면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 등과 같은 정책 카드가 상당부분 소진된 상태라서 시장 충격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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