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전문가들은 22일 다시 불거지는 금융시장 불안의 원인은 근본적으로 실물경기에 대한 우려에 있다고 진단했다.
외견상으로는 환율이 치솟고 주가가 급락하는 등 지난해 9월 중순의 `리먼브러더스 사태' 직후와 비슷한 양상이다. 하지만 당시에는 미국 금융시장이 휘청거리면서 국내 금융시장이 타격을 입은 반면 이번에는 국내 실물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저변에 깔렸다는 것이 다른 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동유럽의 국가 디폴트(채무 불이행) 위험이 커지면서 불안심리가 현실화된 것으로 분석했다. 따라서 해법도 실물경기 회복에서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금융시장과 실물경제가 주고받는 `악순환'을 우려했다.
◇ 윤덕룡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국제거시금융실장
우리나라 금융시장이 동유럽 시장과 직접 연관된 부분은 거의 없다.
우리 경제에 내재해 있던 불안감이 `동유럽'이라는 요인으로 촉발돼 나타난 것이다. 동유럽은 금융불안의 `빌미'일 뿐이다. 그보다는 그만큼 작은 요인에도 시장의 변동성이 커졌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지금은 금융의 문제가 아니고 실물이 다시 금융을 악화시키는 상황이다. 지난달 경상수지가 큰 폭의 적자로 예상되고 작년 4분기 성장률이 엄청난 `마이너스'를 보이면서 작은 불안 요소만 나와도 시장이 크게 흔들릴 정도로 취약해졌다. 실물과 금융이 악영향을 주고받는 악순환 고리가 만들어질 수 있다.
해결책은 실물경제 대책에서 찾아야 한다. 수출을 최대한 늘릴 방안을 마련하고 내수부양책도 최대한으로 강도 높게 추진해야 한다.
◇ 김동완 국제금융센터 상황정보실장
동유럽 국가들에 대한 일괄적인 구제금융 얘기도 나오고 있지만, 그 지역 국가들의 이해관계가 워낙 복잡하다. 상황이 더 심각해지면 파장이 크게 확산될 수 있기 때문에 결국 구제금융으로 갈 수 있겠지만, 정치적 요인 등으로 빠른 시일내 해결은 어렵다.
우리나라가 동유럽 위기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부분은 많지 않다. 문제는 심리적인 불안이 시장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 같다. 위기가 미국에서 시작됐지만, 미 정부의 경기 대책이 시장의 기대에 못 미쳤고 타이밍도 다소 늦은 감이 있다.
금융만의 문제면 유동성 지원으로 해결할 수 있는데 실물위기가 동시에 왔기 때문에 이 같은 불안한 상황이 장기화할 수 있다. 최소한 올해 상반기까지는 시장이 많이 출렁일 것 같다. 호재가 나오면 개선됐다가 악재가 나오면 곧바로 악화되는 상황이 반복될 것이다.
시장을 안정시키고 경기를 부양하는 유일한 방법은 각국의 중앙은행에 있다. 다만, 막대한 재정지출에 따른 부작용도 있는 만큼 적절한 정책 조합을 찾는 게 중요하다.
◇ 신용상 금융연구원 거시경제연구실장
동유럽 지역의 위기로 전 세계 신용경색이 급하게 진행되고 달러화 가치가 초강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원화 가치가 급락하고 있으며 주식 시장도 약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런 달러화 강세는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
미국 등 다른 나라들은 금융위기에서 어려움이 비롯됐지만 우리나라는 실물경제의 충격이 금융시장으로 옮겨가는 모습이다.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금융위기가 시작되지도 않았다.
무엇보다 국내 실물 침체가 심각하다. 수출이 30% 이상 감소하고 제조업 생산도 20% 이상 줄어든 것으로 추정되며 서비스업 침체도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여기에 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 경제여건은 더욱 나빠질 것이다.
환율 상승으로 수출 기업의 경쟁력은 높아질 수 있지만 글로벌 수요 자체가 급감했기 때문에 수출 회복세를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따라서 올해 하반기에도 경제가 회복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 김윤기 대신경제연구소 경제조사실장
최근 국내외 경제상황은 예상보다 더 악화되고 있다. 대외 수요 감소로 인한 수출급감과 내수위축이 심화되면서 올해 경제성장률은 `-2%' 밑으로 추락할 수 있다.
실물경제 하강과 함께 금융시장 부문의 건전성과 수익성도 악화되고 있다. 당국의 풍부한 유동성 지원에도 시중자금이 실물로 유입되지 않고 단기부동화하면서 실물침체가 가속화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2월 들어서는 동유럽 국가의 디폴트 가능성이 커지면서 글로벌 신용경색이 재연될 조짐이다.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의 악순환 고리가 형성될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이 현실화되면 세계경제의 회복 시기가 지연될 수 있다.
다만, 하반기로 갈수록 각국의 경기부양책과 정책 공조 노력이 효과를 발휘하고 글로벌 신용경색 현상도 점차 안정될 것이라는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만큼 상반기보다는 상황이 개선될 것으로 본다.
◇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
국제 금융시장이 워낙 불안하다. 모든 경제지표가 좋지 않고 동유럽은 국가부도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미국의 제너럴 모터스(GM)가 문을 닫는다는 전망도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우리나라 금융시장이 `3월 위기설'에 과잉반응하는 것이다. 이 문제가 해결되려면 글로벌 금융시장이 안정돼야 하는데 쉽게 진정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동유럽 국가가 채무지급중단을 선언하고, 동유럽에 투자한 서유럽의 대형 기업과 금융기관이 연쇄도산하는 것이다. 각국 정부가 이런 사태를 막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 할 것이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향후 심각한 후유증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직 지난해 리먼브러더스 사태 직후에 비하면 충격이 덜한 것 같다. 환율이 1,500선을 넘어 작년 가을과 비슷한 수준이 됐지만, 불안심리로 `오버슈팅'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심리적 요인으로 치솟은 것이므로 향후 움직임을 예측하기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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