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오타하라증후군에 ‘중금속 한약’ 처방한 약사 ‘8천만 원 배상’

오타하라증후군을 앓는 환자에게 중금속인 수은과 비소가 잔뜩 든 한약을 만들어 판 약사가 피해 가족에게 치료비를 물어주게 됐다.

23일 서울중앙지법 민사18부(이병로 부장판사)는 약사 K씨가 조제한 약을 먹고 급성 수은 중독 증세를 앓게 된 김모 양(5)의 어머니가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K 씨는 8천만 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밝혔다.

김 양은 2004년 4월 태어난 직후부터 간질 증세를 보이는 '오타하라 증후군'이라는 희귀병을 앓았고, 여러 번 병원에 입원하며 치료를 받아도 병세가 나아지지 않자 김 양의 어머니는 2004년 8월 약사 K 씨가 운영하는 동네 약국을 찾았다.

K 씨는 "열을 빼야 한다. 항경련제는 독성이 강해 피가 마르니 먹이지 마라"며 안궁우황환을 권했고, 어머니는 그해 11월까지 안국우황환 77환을 먹였지만 김 양은 설사에 폐렴증세까지 보이며 혼수상태로 대학병원 응급실로 실려갔다.

안궁우황환은 주사, 웅황 등을 섞어 만드는데 주사는 황화수은을 96% 이상, 웅황은 이황산비소를 90% 이상 포함하는 등 중금속을 다량 함유해 조제ㆍ투약에 주의가 요구되는 약이다.

병원 측은 안궁우황환을 투약했다는 말을 듣고 어머니가 갖고 있던 약 성분 분석을 검사기관에 의뢰했는데 수은은 1만∼1만 8천ppm, 비소는 1만 4천∼3만ppm이 검출됐다.

김 양 사건 당시에 별도 기준이 없어 식품의약품안전청은 2008년에서야 광물성 생약 중금속 기준을 마련했고, 수은 함유 기준은 2ppm, 웅황 중 중금속 함유 기준은 20ppm으로 결정됐다.

김 양은 식약청이 뒤늦게 마련한 기준치로 볼 때 5천 배가 넘는 수은이 든 약을 수개월간 먹다 급성 수은 중독에 걸린 것으로 판명됐고, 이에 김 양의 어머니는 약사를 고소하고 민사소송을 따로 내는 등 법정 싸움을 시작했다.

법원은 "K 씨는 전문 지식이 없으면서 주사와 웅황 등 중금속이 과량 든 안궁우황환을 팔아 김 양을 중금속에 중독되게 하고 항경련제를 투약하지 않게 한 과실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법원은 김 양의 현재 상태가 오타하라 증후군이 상당 부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아 K 씨의 책임 비율을 25%로 제한했다.

한편, K 씨는 검찰에 의해 기소됐고 최근 징역 2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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