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준비안된 ‘교특법 위헌’에 국민만 혼란

헌법재판소가 지난달 26일 보험 가입자의 형사처벌을 면제하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 4조1항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지만 법무부 등 관련 기관이 제대로 준비를 하지 못해 애꿎은 국민만 혼란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헌재의 위헌 결정 결과를 사전에 알 수는 없지만 이번 사안은 국민의 일상생활에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관련 부처가 헌재가 위헌 결정을 했을 경우를 대비해 사전에 관련 대책과 대국민 홍보 방안을 마련해 국민의 혼란을 최소화했어야 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달 26일 오후 2시30분께 헌재가 위헌 결정을 내리자 이 법의 주무부서인 법무부와 대검찰청은 그제야 대책 마련에 나서느라 허둥대는 모습이었다.

헌재의 위헌 결정이 나자마자 `중상해'의 기준과 이를 최종 판단하는 주체는 누구인지, 어느 시점부터 이 결정이 적용될 것인지 등을 놓고 혼선이 빚어졌다.

결국 대검찰청은 이날 저녁 전국 검찰청에 "위헌 결정이 선고일(26일)부터 효력이 발생하므로 현재 계속 중인 사건은 결정의 효력이 미친다는 일부 의견도 있고 중상해의 개념에 논란의 여지가 있으므로 이런 사건의 처리를 미루라"고 긴급 지시를 내렸다.

이에 따라 교통사고의 1차 수사를 담당하는 전국의 일선 경찰서에서 교통사고 처리 업무가 사실상 마비되기도 했고 이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갔다.

법무부와 대검찰청은 혼란이 빚어지고 언론의 지적이 이어지자 부랴부랴 실무 협의를 열어 27일 오후 6시께 `교특법 위헌 결정에 따른 업무처리 지침'을 언론을 통해 발표했다.

이 사이 각 경찰서와 보험사엔 헌재 결정을 둘러싸고 궁금한 점을 묻는 전화가 폭주했지만 문의를 받는 쪽 역시 하루 넘게 검찰의 입만 쳐다볼 뿐 별다른 대답을 하지 못했다.

그나마 대검찰청이 27일 오후 중상해 기준을 발표했으나 이 역시 모호해 국민의 의문을 명쾌하게 해소하거나 논란의 불씨를 가라앉히지 못했다는 평가를 들었다.

한편에선 헌재가 결정 즉시 해당 법령의 효력이 상실되는 위헌 결정보다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더라면 이같은 혼란을 방지할 수 있지 않았겠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헌법불합치란 해당 법률조항의 위헌성을 인정하면서도 위헌 결정에 따른 `법적 공백'이나 `사회적 혼란'을 막으려고 법 개정 때까지 일정기간 해당 조항의 효력을 유지하거나 한시적으로 중지시키는 결정이다.

헌재가 이번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했다면 혼란의 핵심인 중상해의 범위와 법률적 정의에 대해 국민과 운수업, 보험업 등 관련 업계의 의견을 수렴해 사회적 공감대를 더 형성해 차분히 준비할 시간이 있었을 것이라는 논리에서다.

헌재 측은 이에 대해 "형법과 같은 처벌조항을 포함한 법률은 헌법불합치 결정을 한 전례가 없다"며 "중상해에 대한 기준도 위헌 결정 뒤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고 정립될 것이라는 게 헌재의 판단이었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재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