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정소영의 한방칼럼]자살과 불안장애, 불안장애와 과민성방광증후군

정소영 인애한의원 원장

지난 주 강원도에서 11명이 동반자살했다는 보도가 났다. 중국에서는 쓰촨성 대지진 1주년을 맞아 자살이 급증해 당국에 비상이 걸렸다고 한다. 영국의 인기 여배우 스테파니 파커의 자살 소식도 들었다. 연예인들의 자살은 이미 온갖 매스컴들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요즘 인기 있는 드라마 <아내의 유혹>에도 동반자살이라는 소재가 등장할 정도니, 이쯤되면 자살이 꽤 친근해졌다 할 수 있을까.

누구나 아는 사실이지만, 자살은 삶의 의욕을 잃은 사람이 절망적인 심리 상태에서 삶을 스스로 포기할 때 일어나는 극단적 행동이다. 여기서 한 가지 주목해야 할 부분이 바로 ‘스스로’라는 단어, 즉 자살이 의지적으로 일어난다는 점이다.

그런데 자살과 관련해 '의지'라는 단어가 가진 진짜 의미는 ‘부정적 의지’라고 할 수 있다. 긍정적 의지가 마비된 상태에서 자살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평소 정신적으로 건강해 보이는 사람도 정상적인 판단 기능이 순간 멈춰서는 상태에서는 자살을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부정적 의지’를 불러일으키는 원인은 무엇일까? 짐작하겠지만, 그 원인 중 선두에 서는 것이 바로 우울증 및 불안장애다. 자살과 정신질환의 관련성을 따진 한 조사에 의하면 자살자의 95%가 정신질환을 하나 이상 갖고 있었으며, 이중 우울증과 불안장애(87%)의 비중이 가장 컸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혹시 나도 우울증, 불안장애인가”라는 생각을 한 번쯤 해봤을 것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조금씩은 이 증상을 갖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다소 무거운 말들로 서설이 길었다. 결국 과민성방광 얘기를 꺼내기 위해 이렇게 긴 얘기를 한 것이다. 이 병을 가진 환자들 대부분이 불안장애를 안고 있기 때문이고, 또한 이 병이 불안장애를 더 악화시키기도 하기 때문이다. 위에서 이미 언급한 대로 불안장애가 자살과도 연결된다고 하니, 그런 점에서도 과민성방광증후군은 반드시 치료돼야 할 질환이다.

빈뇨, 요절박증 같은 하부요로증상을 가진 환자들의 경우 이로 인한 불안감은 일상생활에 큰 불편함을 준다. 시도 때도 없이, 자신도 미처 대비하지 못한 때에 소변이 나온다고 생각해보라. 굳이 예를 들지 않아도 그 불안감이란 이루 말할 수 없을 지경이다. 요즘엔 이러한 불안감이 사회적 문제로까지 연결된다 하여 ‘빈뇨-불안 증후군’(FAS)이라고 따로 명명하기도 한다.

한의학은 불안한 마음, 조급한 마음에서 화(火)가 생기고 그 화(火)가 방광으로 몰려 생기는 병을 과민성방광증후군으로 정의한다. 이미 설명했듯이 이 병은 그 원인이 되는 불안한 마음을 또한 더 깊어지게 하기에, 이 병에 걸렸다하면 그야말로 악순환의 연속이다. 과민성방광증후군을 치료한다고 했을 때 반드시 이 불안장애에 대한 치료를 병행해야만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의학은 과민성방광증후군을 두 가지 원인으로 뚜렷이 구별한다. 방광이 약해진 것이 그 원인이라는 몸의 측면과, 불안하고 조급한 마음이 그 원인이라는 심리적 측면이 바로 그것이다. 이 두가지를 함께 고려한다는 점에서 한의학이 과민성방광증후군 치료에 보다 효과적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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