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랑은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신부를 평생 아끼고 사랑하겠습니까?" 얼굴에 주름이 깊게 패인 신랑은 20살은 어려보이는 주례에게 "네"하고 우렁차게 대답했다.
8일 오전 부산역 대합실에서 조촐한 결혼식이 열렸다. 신랑과 신부는 20~30대의 새신랑, 새신부가 아닌 70대의 노부부.
신랑 심복태(73) 씨와 신부 김광자(70) 씨는 1962년 결혼해 슬하에 아들 넷을 뒀다. 그러나 두 사람은 결혼식을 올릴 여유조차 없을 만큼 생활고에 시달렸다.
네 아들의 혼사를 치르고 47년 동안 묵묵히 집안 대소사를 도맡은 김광자 씨였지만 남들 다 하는 결혼식을 못해본 것이 가슴 한 켠에 한으로 자리잡았다고.
4월말 김광자 씨는 결혼식을 치르지 못한 부부를 위해 부산역에서 무료로 결혼식을 하게 해준다는 뉴스를 보고 부산역을 찾아 무료 결혼식을 신청했다.
남편 심복태 씨 역시 `이 나이에 무슨..'하는 생각을 접고 부산역장 앞으로 편지를 보냈다.
`어려운 가정 형편상 결혼식도 못올리고 나름대로 열심히 살다보니 벌써 칠순이 넘었습니다. 역장님께 이 편지를 보내오니 우리 부부의 소원인 식을 올리게 해 주십시오'
코레일 부산지사는 8일 어버이날을 맞아 부산역에서 심복태 씨와 김광자 씨의 47년 늦은 결혼식을 올려주기로 했다.
결혼식의 주례는 배임규 부산역장이 맡았고 셋째, 넷째 아들과 큰 며느리가 가족석에 앉았다. 부산역을 찾은 수 백명의 시민과 관광객, 외국인까지도 이들의 결혼식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김광자 씨는 "TV에서 결혼식 장면을 볼 때마다 서운한 생각이 들곤 했다"며 "뒤늦게 나마 결혼식을 올릴 수 있어 너무 행복하다"고 말했다.
심복태 씨 역시 "결혼식도 못해준 남편을 믿고 40년 넘게 함께 살아준 아내가 참 고맙다"며 "이제 마음의 짐을 하나 덜어낸 것 같다"고 말했다.
심복태 씨 부부는 결혼식이 끝난 뒤 코레일 부산지사에서 준비한 새마을호 열차를 타고 충남 천안의 온양온천관광호텔로 뒤늦은 신혼여행을 떠났다.
이날 결혼식과 신혼여행에 필요한 경비는 코레일 부산지사 직원의 성금과 결혼 관련업체의 협찬을 통해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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