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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법 개정안을 두고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한쪽은 유예를 다른 한쪽에선 그냥 법대로 하자면서 티격태격하고 있다. 이 사이에 비정규직에 드리운 불안한 그늘은 커져만 간다. 비정규직 문제가 비단 먹고사는 문제에만 연관된 것이 아니란 점을 말하고자 한다. 일단 노동계에서 우려하고 있는 실업대란은 당장 먹고 사는 문제와 직결된다. 그래서 빅토르 위고는 “노동은 생명”이라고 말했다.
먹고 사는 문제와 함께 챙겨 볼 것이 있다. 다소 동떨어진 문제 같지만 최근의 추세와 맞물린 화급한 사안이다. 바로 출산 문제다. 초저출산국가인 우리나라의 경우 출산은 고용안정 등 노동의 질과 맞닿아있다. 정부가 갖가지 출산장려책을 내놓지만 아이를 낳고 기르는 사회 인프라가 부족한 탓에 출산을 기피하고 있다. 이 인프라의 가장 큰 요체는 근로환경, 즉 고용안정이다.
노동의 질과 안정성 문제는 미혼자들에게는 만혼과 비혼(非婚)을 강제한다. 불안정한 직업과 수입으로 결혼할 엄두를 내지 못할 뿐 더러 상대와 만남 자체가 어려운 현실이다. 맞선 상대방의 직업이 불안한데 누가 덥석 결혼을 결심하겠는가. 법률혼 국가인 우리나라에서 결혼 없는 출산을 기대하기 어렵다. 지금의 출산율 최하위 국가의 오명(?)은 비정규직 양산 등 근로조건이 상당한 원인을 제공했고 앞으로 더더욱 그럴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와 보건복지가족부는 낮은 출산율의 이유를 일과 가정의 양립, 육아 및 교육비 부담 등을 손꼽고 있다. 그러나 조금만 시선을 안쪽으로 돌리면 이들 모두가 근로환경, 즉 노동의 질과 연관돼 있음을 알 수 있다. 입장에 따라 다소 틀리지만 비정규직이 500~800만명에 이르는 가운데 이 중 여성이 70%에 이른다는 통계를 접하면 앞으로 출산율에 대한 ‘비관적’ 전망은 어렵지 않다.
복지부는 저출산 대책으로 조기결혼 유도를 위한 각종 아이디어를 모집하고 있다. 그동안 출산장려책에만 머물러 있던 저출산 대책이 결혼이라는 축(軸)으로 이동한 것이다. 고무적인 일이나 여전히 결혼의 전제조건인 노동환경 개선을 간과하고 있다.
오랜 기간 계속되는 세계경제 불황 여파로 노동의 질 개선은 당분간 어려워 보인다. 이에 따라 곤두박질치고 있는 출산율 화살표도 뒤집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정규직법이 조속히 원만한 타협점을 찾아야 하는 것은 실업대란의 문제를 넘어 국세(國勢)지표인 인구 문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언론도 당면한 비정규직 문제가 중장기적으로 저출산 문제에 영향을 준다는 점을 부각했으면 좋겠다.
김태성 레드힐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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