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CEO포럼]비정규직 문제, 저출산과 맞닿아 있다

이미지

비정규직법 개정안을 두고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한쪽은 유예를 다른 한쪽에선 그냥 법대로 하자면서 티격태격하고 있다. 이 사이에 비정규직에 드리운 불안한 그늘은 커져만 간다. 비정규직 문제가 비단 먹고사는 문제에만 연관된 것이 아니란 점을 말하고자 한다. 일단 노동계에서 우려하고 있는 실업대란은 당장 먹고 사는 문제와 직결된다. 그래서 빅토르 위고는 “노동은 생명”이라고 말했다.

먹고 사는 문제와 함께 챙겨 볼 것이 있다. 다소 동떨어진 문제 같지만 최근의 추세와 맞물린 화급한 사안이다. 바로 출산 문제다. 초저출산국가인 우리나라의 경우 출산은 고용안정 등 노동의 질과 맞닿아있다. 정부가 갖가지 출산장려책을 내놓지만 아이를 낳고 기르는 사회 인프라가 부족한 탓에 출산을 기피하고 있다. 이 인프라의 가장 큰 요체는 근로환경, 즉 고용안정이다.

노동의 질과 안정성 문제는 미혼자들에게는 만혼과 비혼(非婚)을 강제한다. 불안정한 직업과 수입으로 결혼할 엄두를 내지 못할 뿐 더러 상대와 만남 자체가 어려운 현실이다. 맞선 상대방의 직업이 불안한데 누가 덥석 결혼을 결심하겠는가. 법률혼 국가인 우리나라에서 결혼 없는 출산을 기대하기 어렵다. 지금의 출산율 최하위 국가의 오명(?)은 비정규직 양산 등 근로조건이 상당한 원인을 제공했고 앞으로 더더욱 그럴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와 보건복지가족부는 낮은 출산율의 이유를 일과 가정의 양립, 육아 및 교육비 부담 등을 손꼽고 있다. 그러나 조금만 시선을 안쪽으로 돌리면 이들 모두가 근로환경, 즉 노동의 질과 연관돼 있음을 알 수 있다. 입장에 따라 다소 틀리지만 비정규직이 500~800만명에 이르는 가운데 이 중 여성이 70%에 이른다는 통계를 접하면 앞으로 출산율에 대한 ‘비관적’ 전망은 어렵지 않다.

복지부는 저출산 대책으로 조기결혼 유도를 위한 각종 아이디어를 모집하고 있다. 그동안 출산장려책에만 머물러 있던 저출산 대책이 결혼이라는 축(軸)으로 이동한 것이다. 고무적인 일이나 여전히 결혼의 전제조건인 노동환경 개선을 간과하고 있다.

오랜 기간 계속되는 세계경제 불황 여파로 노동의 질 개선은 당분간 어려워 보인다. 이에 따라 곤두박질치고 있는 출산율 화살표도 뒤집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정규직법이 조속히 원만한 타협점을 찾아야 하는 것은 실업대란의 문제를 넘어 국세(國勢)지표인 인구 문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언론도 당면한 비정규직 문제가 중장기적으로 저출산 문제에 영향을 준다는 점을 부각했으면 좋겠다.

김태성 레드힐스 대표

저작권자 © 재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 기사

임금체계와 조직 문화의 갈등

임금체계와 조직 문화의 갈등

우리나라의 임금체계에 대해 논의하면서 가장 일반적으로 많이 언급되는 것은 임금의 연공성이다. 우리나라의 임금체계에서 연령이나 근속연수가 차지하는 비중이 여전히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OECD 국가 중 근속연수에 따른 임금 상승률이 가장 높은국가에 속한다.

'태평양 쓰레기 섬'이라는 환상, 과학이 가리키는 진짜 범인은

'태평양 쓰레기 섬'이라는 환상, 과학이 가리키는 진짜 범인은

해양쓰레기 이슈에서 ‘거대 태평양 쓰레기 섬(Great Pacific Garbage Patch, 이하 GPGP)’은 가장 유명하지만, 그 실체는 오해로 가득하다. ‘Patch’는 ‘섬(Island)’이 아님에도, 대부분 발을 딛고 설 수 있거나 배가 못 지날 만큼 빽빽한 섬으로 착각한다. GPGP가 한반도의 16배 크기라는 이야기도 통용되지만, 실제로는 배를 타고 지나가도 보이지 않으며 인공위성으로도 식별이 불가능하다.

한국 기업문화와 노사관계의 기원

한국 기업문화와 노사관계의 기원

조직문화와 노사관계는 단순한 기업 운영의 요소의 수준을 넘어 한 국가의 경제적 역동성과 사회적 안정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핵심 요인들이다. 특히 한국은 급속한 산업화와 민주화, 그리고 글로벌화의 과정을 거치며 독특한 조직문화와 노사관계를 형성해 오고 있다. 이러한 구조는 기업의 생산성과 혁신 역량 뿐만 아니라 노동자의 삶의 질 그리고 사회적 갈등 수준에도 깊은 영향을 미쳐 오고 있다.

바다 뒤덮은 ‘하얀 재앙’, 스티로폼 부표 전부 교체해야

바다 뒤덮은 ‘하얀 재앙’, 스티로폼 부표 전부 교체해야

"여름철인데 바닷가에 하얀 눈이 내렸더라."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언급한 이 한마디는 우리 바다가 처한 비극적 현실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한여름 해변을 뒤덮은 '하얀 눈'의 정체는 다름 아닌 스티로폼 양식장 부표 쓰레기다. 이들은 햇볕과 거친 파도에 쉽게 부서지며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플라스틱으로 변한다.

[기자의 눈] 다이소 제품 안심하고 쓸 수 있을까

다이소에 대해 매우 잘 아는 한 지인과의 식사 자리에서 였다. "다이소 물품에 발암 물질이 엄청나게 많다. 난 이걸 잘 알기 때문에 다이소 물건 쓰지 않는다"며 "가습기 살균제? 이것도 다이소가 제일 많이 팔았다"라는 말을 했다. 싸게 살 수 있는 좋은 물품들이 많아 많은 이들이 자주 찾는 곳이지만 지인의 이 말을 듣고 '싼게 비지떡(값싼 물건은 품질이 나쁘다)'이라는 속담이 생각나며 불안감이 들었다. 싸다고 자주 찾고 있지만 싼만큼 품질에 대한 불안에 더 노출 돼 있다는 점을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셀트리온 서정진 회장, 美 소화기학회 참석해 현지 의사와 소통

셀트리온 서정진 회장, 美 소화기학회 참석해 현지 의사와 소통

셀트리온 서정진 회장이 美 소화기학회에 참석해 현지 의사와 소통했다. 25일부터 30일까지 미국 펜실베이니아에서 '2024 미국 소화기학회(American College of Gastroenterology, 이하 ACG)'가 열린다. 셀트리온은 이 학회에 참석해 짐펜트라의 글로벌 3상 임상 결과 발표와 제품 우수성을 알린다.

[기자의 눈] 화재 사고 EQE 350 배터리 공급사 밝혀오지 않은 벤츠 코리아..이유는

인천 청라 국제 도시 아파트 주차장에서 발생한 메르세데스-벤츠 EQE 350 플러스 화재 사고에 대해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는 해당 차량에 들어간 배터리의 제조사와 관련해 회사 방침이라며 밝히지 않았다. 이에 대해 소비자 알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국내서 보통 자동차 제조사는 차량 출시 때 배터리 제조사를 숨기지는 않는데 벤츠 코리아는 EQE 출시 때 납품 업체 정보에 대해 밝히지 않았다. 화재 차량에 들어간 배터리 제조사는 중국의 파라시스 에너지이다. 글로벌 10위 업체다. 해당 업체는 전세계 전기차 배터리 중 1.8%를 공급하고 있으며 주류 업체가 아니다. 벤츠는 해당 제조사와 2018년에 파트너쉽을 맺었고 2020년에 약 1550억원을 투자, 지분 3%를 확보했다.

[기자의 눈] "로켓 배송 중단" 엄포 놓은 쿠팡

공정거래위원회로 부터 1400억원이라는 엄청난 액수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쿠팡은 이후 "'로켓 배송'을 중단하게 될 수도 있다"라는 엄포성 발언을 했다. 공정위 제재에 반박을 해야하는 상황임은 이해하나 매우 노골적으로 들리지 않을 수 없는 발언이었다. "우리를 건들면 많은 이들이 지금 누리는 편리함을 잃게 될 것이다"라는 내용이 함축 돼 있는 듯 들려졌다. 쿠팡은 이 외에도 "25조원 투자가 중단 될 수도 있다"라는 말도 했고 20일 예정됐던 부산물류센터 기공식을 취소하기도 했다. 현재 상황은 쿠팡이 국내 소비자들의 생활 속에 깊게 침투해 들어온 것은 맞는 것으로 보여진다. 쿠팡이 지금 제공해주는 것들이 사라지면 많은 한국인들이 큰 불편함을 느끼게 될 것은 당연해 보인다. 그러나 궁지에 몰렸다고 바로 저런 말을 했다는 것은 좋지 않은 인식을 남겼다. "건드려봐라. 가만히 있지 않겠다" 이런 말을 하는 것 같은 느낌을 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