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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호흡이 거칠면 기가 흩어지며 하체가 흔들린다. 반면에 호흡을 천천히 하면 기가 모이고 하체가 굳건해진다. 이런 원리로 볼 때 조선 시대의 양반님들이 골프를 배웠다면, 그들은 분명 대단한 싱글 골퍼들이었을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예전에는 양반이 지켜야 할 법도가 대단히 엄격했는데 사실은 기를 쌓는 수행이었다. 예컨대, 시조 읊기, 천천히 말하기, 팔자 걸음걷기, 말없이 천천히 먹기, 온갖 예절 지키기 등이다. 반면 상놈은 눈치껏 마구행동해도 되었다. 오죽해면 상놈이 돈 주고 양반을 샀다가 힘들어 물렸을까.
골프 샷도 양반의 수행과 거의 비슷하다. 몸에 힘 빼기, 그립 약하게 잡기, 헤드업 안하기, 백스윙 천천히 하기, 백스윙의 톱에서 멈추기, 다운스윙 때 왼쪽에 단단한 벽을 쌓기 등은 호흡이 천천히 돼야 얻을 수 있다. 그래야 기가 아랫배에서 뭉쳐지면서 최대 속도와 강한 임팩트를 만들 수 있게 된다. 실제로 프로 골퍼들은 평소에 폐타이어 때리기, 무거운 철봉 스윙 등을 통해, 소림사 승려들처럼 내공수련을 한다. 이때 호흡이 깊어지고 기수련이 되는 것이다.
스윙이론에서도 ‘필드에서 자신의 평균 최대 거리의 80%만 치라’는 말이 있다. 잭 니클라우스는 긴 클럽으로 천천히 컨트롤 하는 스윙이 골프의 진수이며 골프 스윙의 완성단계라고 말한다. 최경주선수도 중요한 시합일수록 80% 스윙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미 LPGA에 진출했던 영국선수 출신인 세계적인 코치 비비엔 손더스는 아마추어 남성 골퍼의 아이언 평균 비거리 기준을 5번 아이언에 140~160야드로 잡으라고 충고한다. 그래야 일관되고 부드러운 고급 수준의 스윙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키가 큰 영국인들의 기준이 이런데, 우리 골프장에서 ‘150야드니 7번(혹은 8번이나 9번)’이라고 소리 지르는 골퍼나 캐디는 상놈골프를 치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상대방보다 긴 클럽을 잡았다고 자랑한다던가, 반대로 상대가 자기보다 긴 클럽을 잡았다고 기죽는 행위는 양반답지 못한 마음가짐이다. 긴 클럽으로 점잖게 양반 샷을 하는 골퍼가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런 골퍼는 수준에 오른 고단수(高段數)의 양반골퍼임에 틀림없다. 아마도 그는 열 라운드 중 7,8회 이상 당신의 돈을 따고 있을 것이다.
느린 스윙이 왜 기골프에서 중요하냐하면, 기의 생성에는 반드시 리듬이 있기 때문이다. 전에 에베레스트 정상을 정복한 허영호 씨와 서울의 청계산을 함께 오른 적이 있다. 한참 올라가는데 놀랍게도 그가 땀을 흘리고 있었다. 필자가 “에베레스트 같은 최고봉을 몇 개나 등정한 사람이 이렇게 낮은 산에서 무슨 땀이냐”고 묻자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낮은 산이나 높은 산이나 똑같이 최선을 다하는 것이 올바른 등산태도입니다.”
기골프를 치는 사람은 퍼팅 연습만 열심히 해도 온몸에 땀이 솟는다. 기공도 수준에 오르면 그저 가부좌로 앉아만 있어도 땀이 솟는다. 밖에서는 모르지만, 실은 내부에서 엄청난 기(氣)가 순환되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골프를 칠 때 한번 양반이 되었다 생각하고 천천히 쳐보라. 자기도 모르게 낮아진 스코어에 놀라게 될 것이다.
◇ 정기인 교수는...

▲정기인 교수
한양대 경영학부 명예교수, 氣수련 37년, 저서로는 氣골프로 싱글되는 법(조선일보사), 정기인의 마인드 골프(골프다이제스트 2년 연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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