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합판 증가로 국내 합판산업 설자리 잃을 것”
한때 우리 경제를 견인하던 국내 합판산업이 존폐위기로까지 내몰리고 있다.
KS(한국공업규격) 규격에서 일명 ‘사팔 사이즈’와 ‘삼육 사이즈’가 사라질 상황에 처했기 때문이다.
사팔 사이즈와 삼육 사이즈는 피트 단위로 이를 mm로 환산하면 1220×2440mm와 910×1820mm다.
이는 지난 수십년간 우리나라 합판시장에서 통용되고 있는 규격으로 99% 이상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때문에 국내 합판생산업계 또한 이 규격에 맞춰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KS를 관장하고 있는 기술표준원은 지난 1997년 정부의 규격 통일 및 치수 단순화 정책에 따라 이를 각각 1200×2400mm와 900×1800mm로 변경키로 한 바 있다.
그동안은 유예기간을 둬서 두 가지 규격을 병행했지만, 최근 유예기간이 지남에 따라 단순화된 규격만 사용하겠다는 게 기술표준원의 입장이다.
문제는 변경된 이 규격이 일본과 같은 치수라는 것.
현재 대표적인 합판 수출국인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는 한국과 일본의 각각 다른 규격에 따라 제품 또한 한국 수출용과 일본 수출용으로 구분해 생산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일본과 같은 규격을 사용할 경우, 이들 합판 수출국은 한국용과 일본용을 구별해 생산할 필요가 없게 된다.
그런데 일본의 합판 사용량은 우리의 다섯 배에 달한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이 경우 일본의 건설경기 침체와 같은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 물량이 고스란히 한국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국내 합판생산업계는 KS규격 단순화 철회 내지 사팔 사이즈와 삼팔 사이즈 병행 사용을 요구하고 있지만 역부족인 상황이다.
기술표준원은 10년이 넘는 유예기간을 주었다는 이유로 업계의 준비부족을 탓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문제는 현재 기술표준원 건축기술심의회에 상정돼 논의되고 있지만, 이 심의회에는 목재 전문가가 턱없이 부족한 상황. 기술표준원에는 건축기술심의회 하위에 목재전문위원회를 두고 있지만, 이번 심의는 목재전문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상정된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합판생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에서 생산되고 있는 합판은 대부분 거푸집용 합판인데, 건설현장에 나가보면 99% 이상 지금의 규격을 사용하고 있다”며 “또 합판 규격을 일본과 같게 할 경우 수입합판의 증가로 국내 합판산업은 설 자리를 잃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또 “현재 국내 합판산업은 1주일에 3일만 생산하는 체계를 유지할 정도로 극심한 침체에 빠진 상황”이라며 “치수 단순화도 좋지만 국내외 시장상황을 고려한 판단이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다.
국립산림과학원 환경소재공학과 박종영 과장은 “정부의 표준과 인증, 규제 제도는 산업적 측면과 소비자 측면을 고려하는 게 기본적인 잣대이며, 소비자를 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데는 동의한다”고 전재한 뒤, “그러나 이번 합판규격 단순화는 소비자에게는 별반 실익을 주지 못하면서 산업계에 지나친 부담을 주는 측면이 있다”며 “오히려 국내 합판생산산업이 붕괴될 경우, 궁극적으로 합판 수입가격 인상과 같은 소비자들의 피해도 예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과장은 이어서 “세계 각국은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자신들의 규격을 국제표준화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며 “제품의 규격은 기술적인 판단뿐 아니라 자원과 제품의 수급이라는 정책적 판단이 동시에 검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기술표준원 기계건설표준과 담당자는 “이 문제를 놓고 지난 9월에 두 번에 걸쳐 건축기술심의회가 열렸지만, 참석자들의 의견차이가 너무 커 결론을 내리지 못 한 상태”라며 “하지만 10월 중으로는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또 “10월 3번째 회의에서는 국내 합판산업 현황을 수집해 논의하겠지만, 그간 10년이 넘는 유예기간이 있었고, 업계의 의견은 두 가지 규격 병행사용으로 이미 결론이 나 있는 것으로 보이므로 별도의 업계 의견수렴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서범석 기자 seo@imwoo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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