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이 무르익는 가을이다. 수확의 계절, 쓸쓸한 계절 등 가을에 대한 수식어가 많지만 가을은 또한 사랑의 계절이 아닌가 싶다.
가을을 맞아 잠든 사랑을 일깨우는 뮤지컬 '두드림러브 시즌2'가 2008년 시즌1에 이어 한 차원 높은 소재로 관객들을 다시 찾아왔다. 지난 시즌에는 단골 레스토랑에서 웨이터가 제안한 특별한 서비스로 과거의 사랑 기억을 되살렸다면 이번에는 'Lost in Memory'- '추억의 영화관'이라는 공간적인 설정을 통해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액자식 구성으로 새롭게 거듭났다.

과거에는 운명처럼 만나 서로를 깊이 사랑했었던 주인공 명훈(박일곤 분)과 수희(지니 분), 그러나 그들이 다시 만난 것은 이 모든 사랑을 끝내기(이혼) 위함이었으니….
우연히 소중한 사랑의 기억을 상영해주는 영화관에 들어서게 된 명훈과 수희, 이들이 관람한 것은 '나의 사랑 이야기'였다. 하지만, 색바랜 앨범도, 큐트한 핑크빛 리본도, 운명의 목걸이도 이제는 아련한 추억의 흔적만 남았을 뿐 더 이상 존재 이유를 떠올릴 수 없었다.
점점 흐려져 가는 기억들, 급기야 명훈은 이 모든 것이 '추억의 영화관' 때문이라고 판단해 티켓을 되돌릴 것을 요구하지만, 그 대가는 사랑했던(여전히 지금도 사랑하고 있는) 수희와의 사랑의 끝맺음. 사랑도 미움도 그리움도 고통도 미련도 추억도 없이 깨끗이 서로의 존재를 잊고 낯선 관계로 돌아간다는 사실.
낯선 사람으로 돌아간 명훈과 수희는 어느 날 우연히 새로운 만남을 갖게 된다. 다시 만난 이들은 '인디언 스톤'(운명적인 사랑을 다시 만나게 해준다는) 목걸이를 보며 호감을 느끼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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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왼쪽부터 박경호, 이나영, 지니, 박일곤, 지상록 |
지난 26일 대학로 라이브 극장에서 관람한 다시 태어난 '두드림러브 시즌2'는 이러한 내용을 담고 있었다. 생각보다 작은 공간과 많지 않은 관객, 출연하는 인물도 5명에 불과했지만, 깜찍 발랄, 터프 발칙한 영화기획자인 여주인공 수희(지니)와 진정한 뮤지션을 꿈꾸는 삼류음악가 어리바리 순수 청년인 남주인공 명훈(박일곤 분) 외에도 영화관 주인과 직원들, 게이바 마담과 '아이들', 신부와 수녀, 그리고 주인공의 친구, 매니저, 군대 고참, 부하직원 등 다양한 캐릭터를 넘나들며 개성넘치는 연기를 펼친 박경호, 지상록, 이나영 등 3명 조연. 이들의 주체할 수 없는 끼와 연기력, 무대 위 카리스마와 가창력에 관객들은 수시로 우뢰와 같은 박수 갈채를 쏟아내며 열렬한 호응을 보냈다.
소극장 규모 뮤지컬이지만 '송쓰루'(Song-Through) 형식을 취한 '두드림러브 시즌2'는 색다른 발상과 탄탄한 구성, 귀에 감기는 대사와, 신들린 연기로 두 남녀의 첫 만남, 연애, 결혼, 다툼, 이별 등 아주 평범한 이야기를 진부하지 않고 재치있게 풀어냈다. 일상과 스트레스에 찌들었다면, 사랑한 사람이 있었지만 잊고 있었다면, 아직 사랑하지 않고 있다면 올 추석 한 번 대학로를 찾아 '두드림러브 시즌2'를 관람하는 것은 어떨까. 스트레스를 한 방에 날려버리고 삶에 새로운 활력과 생기를 불어넣기에 충분하니까.
공연이 끝나고 시간을 보니 벌써 두 시간이 지난 것이 아닌가. 나도 마치 '현실에서는 전혀 변화가 없는 영화관' 속에 들어갔다 나온 느낌이었다. 공연은 끝났지만 여운은 마음 속 깊이 남아 여전히 따뜻하고 행복했다. 내 인생의 기억을 상영해주는 '추억의 영화관', 어찌보면 판타지적인 요소가 다분한, 상상 속에서만 가능한 공간과 설정일지 모르나 누구에게나 이 작은 공간이 필요한 것이 아닌가 싶다. 살면서 아픈 과거와 상처 때문에 아름다운 현실을 보지 못하고 인간관계에 있어서 서로의 좋은 모습을 기억하기보다는 미움과 슬픔에 젖어 살아가는 우리 모습. 뮤지컬 속에서는 영화관에서 필름이 흘러가면서 아픈 추억이 지워졌지만, 내 마음에 그리고 내 머릿 속에 '자동삭제' 기능을 갖춘 '추억의 영화관'을 만들어 두는 것도 괜찮은 선택이 아닐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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