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정신과의 병명은 왜 이리 헷갈리는지요?

주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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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들어 수 개월째 의료상담을 하는 재미에 푹 빠져 있는 자신을 본다. 상담 중에 가장 흔히 부딪히는 문제는 정신과의 진단명과 검사 및 정신과적 면담의 의미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아주 많다는 점이다. 이런 점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는 것이 우리의 정신건강을 지키는 데 아주 중요하다"-조은마음의원 이병철

먼저, 정신과적인 증상과 병명의 관계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정신과에서는 현상적으로 나타나는 증상들을 조합하여 그 기간과 고통의 정도에 따라 진단을 한다. 심한 우울증상을 보이고 있는 사람이 있으면 일반인은 우울증이 있다고 한다. 하지만, 정신과에서는 우울증상이 있다고 이야기 하지 우울증이라는 진단은 유보한다. 우울증이라고 진단을 하려면 적어도 몇 가지 이상의 증상이 존재하고 얼마 이상의 기간을 만족해야 한다. 아울러 이것이 상위개념의 병의 일부로서 나타난 것이 아니어야 한다.

이해를 돕기 위해서는 건물을 생각해 보면 된다. 건물이 5층으로 구성되어 있으면 그냥 5층 건물이라고 부른다. 1층에서 4층까지는 무시하고 5층 건물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된다. 방이 다섯 개가 있고 그 방마다 각각의 이름이 있는 1층 건물이 있다. 각각의 방은 순서대로 불면, 집중력 저하, 체중 변화, 식욕변화, 우울감 등의 이름을 가지고 있다. 이런 경우 이 1층 건물의 이름은 우울증이 된다. 다시 2층으로 구성된 건물이 있다고 가정해 본다. 이 건물은 1층이 아까 그 건물과 동일한 방으로 구성이 되어 있다. 하지만 이층에 환청, 망상, 사고장애라는 방이 세 개가 있다. 그러면 이 건물의 1층은 무시되고 건물의 이름은 정신분열증이 된다. 이렇듯 우울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환청이나 망상이 뚜렷하게 나타나면 우울증이라고 부르지 않고 정신분열증이라고 부르게 된다. 또한 각각의 방은 그 자체가 증상이지만 병명이 될 수도 있다. 불면증이나 망상증 등도 하나의 진단명이다.

증상이 병명이 될 수 있고 증상의 조합이 다른 병명이 될 수 있는 상황으로 인해서 착오가 많이 일어난다. 
정신과치료를 받은 경험이 있는 분들의 거의 대다수가 자신의 병을 우울증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 말은 자신이 우울해서 병원에 갔다는 말을 의미하는 경우가 많다. 절대 다수의 강박증 환자분들이 자신을 공황장애라고 하거나 우울증이라고 한다. 이러한 현상도 자신이 느낀 우울감이나 공황발작을 병명으로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자신이나 가족의 병을 축소하려는 경향 또한 정확한 진단명의 전달이 불가능하게 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사회적 편견이 있음을 무시할 수는 없다.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정확한 자신의 병을 아는 것이 추후의 재발방지나 치료를 위해 중요하다.

다음으로, 정신과에서의 면담과 검사의 의미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신과를 가면 무슨 검사를 하는 지를 묻는 질문이 많다. 의사를 만나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는 점을 이해시켜야 하는 상황이다. 정신과 검사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이 정신상태검사다. 그런데 이 검사는 검사지가 없다. 전문적으로 훈련 받은 정신과 의사와 이야기를 하는 동안 이미 머릿속에서는 검사지가 기록이 되고 있다. 정신과 의사는 어려움에 대한 상담역할을 하는 동시에 자신 스스로가 진단의 도구이다. 머릿속에서 검사지가 기록됨과 동시에 치료가 수행되기도 하는 것이다. 상담치료를 어떻게 하느냐는 질문에도 동일한 답이 적용이 되겠지요. 여러 가지 검사지를 동원한 지필검사나 기계적 검사가 가지는 의미는 그리 크지 않다. 정신과의사의 뇌에서 자동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정신상태검사라는 과정이 없으면 그 외의 것은 아무 의미를 가질 수 없다. 행위별 수가제와 기계적 검사에 익숙한 일반인에게 정신과적 면담의 의미가 정확히 이해되기 어려운 것은 충분히 이해된다. 하지만, 이런 정신과 의사와의 만남의 의미를 정확히 이해를 하는 것이 정신과를 통하여 자신의 어려움을 해결하고자 할 때 아주 중요한 부분이 된다.

마지막으로 선무당이 사람 잡을 수 있다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자신 스스로 자가진단을 하거나 인터넷의 몇 가지 지필검사 및 상담 글 등을 통한 진단을 바탕으로 스스로 치료를 시도하는 경우가 있다.
이는 정신과적인 문제를 전적으로 심리적인 문제로 오해하는 경향으로 인해 악화되어 왔습니다. "마음만 고쳐 먹으면 된다"라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그렇지 않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면서도 마치 무슨 성현의 말씀처럼 강박적으로 마음 고쳐 먹기를 결심을 하곤 한다.

자가진단보다도 더 심각한 문제가 있다. 정신과 전문의가 아닌 사람들에게 들은 이야기를 자신의 진단명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으며, 그 폐해도 심각한 수준이다.
정신과 전문의를 만나기 전까지 들은 이야기는 진단명으로서의 가치가 전혀 없다. 저의 개인적인 경험으로도 정신과 전문의가 아닌 사람들에게 들었다는 진단명이 맞는 경우를 거의 본 적이 없다. 이런 잘못되고 비과학적인 관행으로 인해 적절히 치료받을 기회를 놓치고 병을 악화시키는 경우를 너무나도 많이 본다. 굿을 하는 것은 자신의 신념에 따른 선택이니 막을 수 없다. 하지만,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선택을 하려는 사람들이 착각을 하거나 오해를 하지는 않도록 해야 할 의무는 사회전체와 전문가 집단에 있는 것이다.

정신과 영역과 관련하여서는 자신이 가진 하나의 증상을 병명으로 오해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이러한 혼선이 발생하는 여러 가지 원인 중에는 정신과 영역의 많은 부분의 인과관계의 해명이 부족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지금과 같은 방법이 현재의 조건 속에 가장 합리적일 수 밖에 없다. 증상과 병명이 혼재 할 수 있으니 담당 정신과 전문의로부터 정확한 자신의 병명을 들어야 한다. 임의적으로 스스로 판단하는 것을 유의해야 한다. 아울러 지필검사와 기계적 검사 등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어야 한다. 각각의 검사들이 가지는 의미보다는 정신과 전문의의 판단이 가진 의미가 절대적이라는 점을 알고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자신의 자가진단이나 정신과가 전문의가 아닌 여러 영역의 전문가들이 내린 정신과적인 진단은 진단이 아니라 참고로 할 수 밖에 없다는 점을 알고 있어야 한다.

아직 우리나라는 정신건강영역에 많은 혼란이 있다. 정신과적인 질환의 진단 및 치료에 대한 정확한 이해는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을 해결하는 것에 있어서 무엇보다 선행되어야 할 과제라고 생각된다. 이러한 노력들의 결과로 우리 사회가 좀 더 건강해 지기를 꿈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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