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폐허가 된 한국전쟁 당시, 한 소녀가 의술의 도움을 받지 못한 채 두 동생을 떠나보내야 하는 아픈 일을 겪은 후 의사가 되기로 결심했다. 훗날 연세대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소아과 전문의 자격증을 취득한 소녀는, 장장 50년 동안 버려진 아이들을 가슴으로 치료했다.
상처받은 아이들을 보며 열정은 더 커졌다. 어렵던 시절, 열악한 국내환경으로 제대로 된 치료를 받을 수 없는 아이들을 위해 노르웨이, 독일, 미국, 캐나다 등 선진국에 아이들의 수술과 치료에 필요한 의료 기부를 요청하고 다니며 '국제거지'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그 때문에 군사정권 시절에 나라의 위상을 떨어뜨린다는 이유로 압력을 받은 적도 있었지만 그녀의 발품과 정성으로 수많은 아이들이 다시 생명을 얻었고 따뜻한 가정의 품에 안겨져 자라났다.
소설보다 더 큰 감동을 주는 이 이야기는 홀트아동병원 조병국 전 원장의 인생 이야기다. 조 선생이 버려진 아이들의 상처입은 몸과 마음을 의술과 가슴으로 치료한 이야기를 『할머니 의사 청진기를 놓다』로 출간했다. 책이 이제야 나온 이유는 조 선생이 정년의 15년이나 훌쩍 지난 2008년 10월에 은퇴했기 때문이다. 심해지는 어깨 통증에도 그 자리를 물러날 수 없었던 이유는 의사치곤 박봉의 자리인 위치에 후임이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조 선생이 풀어놓은 것은 자신의 희생 이야기가 아닌, 사람들이 서로 사랑하며 만든 아름다운 이야기들이다. 50년의 세월간 조 선생이 병원에서 목격한, 누군가는 아이들을 버리고 학대하지만 또 다른 한쪽에서는 이 아이들에게 손내밀어 사랑해주고 사랑해주는 법을 가르쳐 세상을 따듯하게 하는 이야기다.
영혼’이 담긴 목소리로 세상을 울리고 있는 한 정신지체 장애아이, 장애아를 입양하고도 행복해하며 하늘이 준 선물로 아이를 생각하며 애지중지 보살피는 부모들, 입양 부모가 보내온 사진 속에서 웃고 있는 아이를 보며 뜨거운 눈물을 흘린 친부모.. 우리의 아픈 역사 한가운데서 자신의 소명을 다해 살아갔던 한 의사가 바라본 감동적인 실화들이다.
“‘내가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해달라는 제안을 받고 수많은 얼굴들이 머릿속을 스쳐갔다. 그리고 부모에게 버림받았던 가엾은 아이들, 그들을 보듬어 키운 아름다웠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해보자고 생각했다. 오래된 이야기를 기억해내다 보니 때로는 눈앞에 닥친 일인 양 눈물이 쏟아져 당황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슬픈 사연뿐 아니라 뿌듯한 추억도 많다는 걸 기억하며 내가 정말 행복한 사람이었음을, 준 것보다 받은 게 많았음을 가슴 깊이 깨달았다. 각박하고 힘든 세상이라지만, 내 인생을 돌아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여기가 세상의 끝인가 싶을 때 누군가 내미는 따뜻한 손, 그 작은 온기가 큰 힘이 된다는 걸 안다면, 그리고 내 손에도 누군가를 데워줄 온기가 있다는 걸 안다면 세상살이도 조금은 녹록할 거라고 생각해본다.”
『할머니 의사 청진기를 놓다』은 22개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part 1 가장 눈부신 기적 너의 인생은 해피엔드, part 2 세상에 태어난 작고 여린 생명의 의미, part 3 나의 엄마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저자 조병국, 출판사 삼성출판사, 가격 12000원.











![[금융진단] 미 증시, 지정학 완화·빅테크 반등에 상승](https://images.jkn.co.kr/data/images/full/982892/image.jpg?w=288&h=168&l=50&t=4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