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SM 사태, 용역시장 확장 등 “기형구조 노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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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엔터테인먼트 소속 연예인들의 잇따른 전속 계약 분쟁은 국내 가요계의 기형적인 문제점을 여실히 드러낸 사례다. 가요계는 다른 가수들에게까지 미칠 파장을 우려하면서도 가요 산업의 현주소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 7월 동방신기 세 멤버(시아준수, 영웅재중, 믹키유천)가 SM을 상대로 전속계약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내 10월 전속 계약 일부 효력정지 결정을 얻어낸 데 이어 21일 슈퍼주니어의 중국인 멤버 한경이 전속계약 효력 부존재 확인 소송과 전속계약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냈다.

한경이 소장에서 제기한 내용은 동방신기의 세 멤버와 대동소이하다. 13년 전속 계약 기간과 수익 분배의 문제를 들고있다. 가요계는 "수억원을 들여 키워줬더니 배신이다", "인권에 반한 노예 계약이다"라는 상반된 의견을 차치하고 이같은 사례가 불거진데는 근본 원인이 있다고 입을 모은다.

가요 관계자들은 음악 시장 붕괴가 지금의 사태를 만든 단초라고 지적한다. '음악 시장'이 붕괴돼 가수들이 광고, 공연, 행사 등 몸으로 뛰어야 할 '용역 시장'이 커졌다는 것이다. 10여 년 전에는 음반 100만장을 팔면 50억원 이상의 수입이 안정적으로 들어왔다면, 지금은 이 수익이 없으니 부대 활동이 잦아졌고 여기저기로 내몰리는 가수들은 불만을 가지게 된다는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권장한 '대중문화예술인 표준전속계약서'를 사용중인 JYP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히트한 '텔 미'의 음반과 음원 수익을 합해도 16억원에 불과하다"며 "10여년 전이라면 음반 100만-200만장 판매에 해당하니 50억-100억원의 수입이 됐을 것이다. 그러나 국내 음악 시장 기반이 붕괴됐기에 가수들은 광고, 공연, 행사 출연은 물론, 해외 시장 개척까지 해야하니 수익은 줄고 육체적으로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들은 음반기획사가 돈을 못 버는 구조도 중요 원인이라고 설명한다. 10년 전의 아이돌과 지금의 아이돌은 실력이 천양지차다. 한류 확산에도 큰 역할을 한 좋은 콘텐츠가 만들어진 것은 오랜 시간 체계적인 훈련을 받은 덕택. 보아 한명을 육성하는데 30억원이 든 것으로 알려진 것처럼 엄청난 금액의 기회 비용이 투입되는 것이다. 그로인해 이 비용을 보장받으려는 기획사가 제시한 전속 계약서는 가수들에게 빡빡하게 느껴질 수 밖에 없다.

대형 음반기획사의 한 대표는 "대기업도 상품 연구개발(R&D)을 하게 되면 성공한 상품이 실패한 상품의 기회비용을 보상해야 한다"며 "연습생 30명 중 10명이 스타로 성공하면 나머지 20명의 기회비용을 상쇄시켜야 하는데 그 시스템이 자리잡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거액의 투자 비용이 감안되지 않으면, 스타는 돈을 버는데 기획사는 돈을 못 버는 기이한 구조가 되고 한국 고유의 스타 육성 시스템도 사라지게 될 것"이라며 "수익성 없는 구조가 되니 건강한 투자가 이뤄지지 않고 일확천금을 노리는 검은 돈이 유입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가요계는 이같은 배경을 바탕으로 발생한 기획사와 가수의 분쟁이 한류 확산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본다. 당장, 올해 일본에서 최고의 성적을 거둔 동방신기의 내년 활동이 불투명한 상태가 이를 반증한다.

한 아이돌 그룹 음반기획사의 이사는 "해외 팬들은 국내 연예계 시스템을 색안경을 끼고 보게 되고, 자신들이 좋아하는 한류 스타들에 대한 지속적인 신뢰도 갖지 못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원론적인 얘기지만 이러한 상황속에서 음반제작자와 가수가 할 수 있는 건, 신뢰를 바탕으로 한 전속계약서를 작성하고 양측이 계약서 내용을 성실하게 이행하는 길 밖에 없어 답답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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