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개교 앞둔 필리핀한국국제학교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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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메트로마닐라에 위치한 따귁시(市) 포트 보니파시오 글로벌시티.

마닐라국제공항에서 자동차로 20∼30분 거리에 있는 이곳은 우리 신도시인 경기 분당 정도에 해당하는 지역으로, 3월 개교를 앞둔 필리핀한국국제학교가 둥지를 튼 곳이다.

지난 13일 오전 방문한 학교는 언뜻 깔끔한 관공서를 연상케 했다.

연한 베이지색 바탕의 교사(校舍)는 지상 4층, 지하 1층의 직사각형 형태로 운동장도 마당 형태가 아니라 건물 한 층에 체육관으로 숨겨져 있어 한국의 여느 학교와는 분위기가 달랐다.

건물 안에 들어서자 오른쪽으로 행정실과 교장실 등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일(一)자형 통로 양쪽으로는 컴퓨터실, 실험실, 음악실, 어학실, 양호실 등이 자리를 잡고 있다.

김성미 초대교장은 학교 현황을 설명하며 "학생들이 사용하는 20여 대의 컴퓨터는 기업체에서 기부받았지만 모두 최신 기종"이라며 학교시설에 자부심을 느끼는 듯했다.

2∼3층에는 교실 12개와 도서실이, 4층에는 체육관이 있고 반지하는 교직원과 학생들의 급식실로 쓰인다.

눈짐작으로 80㎡가량인 도서실에는 이미 한국의 역사, 문화 등이 담긴 책이 빼곡히 꽂혀 있었다.

필리핀한국국제학교 설립은 1990년대 초반 아시아개발은행(ADB) 김경우 전 이사가 추진했지만, 한인들의 공감대를 얻지 못해 무산됐다고 한다.

그러다가 2001년 이 학교 홍성천 재단 이사장이 한인회장을 맡아 논의를 재점화하며 건립이 가시화됐다.

설립추진위원장을 맡은 그는 교민사회와 한국계 기업을 상대로 모금 운동을 전개했고, 작년 초 마침내 모금액 250만 달러와 교육과학기술부의 지원금 250만 달러를 합쳐 학교를 지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날 20여 명의 한국인, 외국인 교사들은 막바지 개교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어떤 교실에서는 이 학교 외국인 교사들이 영어연수를 받으려고 방문한 한국인 교사들과 마주앉아 교습을 진행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겨울방학 중이긴 했지만 이날 `모친 국가 방문 프로그램'에 참가한 코피노(한국인 남성과 필리핀 여성 사이에 태어난 2세) 아동들과 필리핀한국국제학교 학생들의 만남 행사가 있는 날이어서 재학생들도 몇 명 만나볼 수 있었다.

이 학교에 다닌 지 1개월가량 됐다는 이소진(12) 양은 "한 반에 학생이 2∼3명밖에 없어 꼴찌 걱정을 안 해 좋다. 거의 모든 과목을 외국인 선생님에게 배우니까 날마다 과외받으러 다니는 기분이다"고 말했다.

작년 9월 입학했다는 윤조현(13) 군은 "(영미계) 국제학교는 싫다. 여기는 학생 수가 좀 적은 것을 빼고는 모든 것이 좋고 재미있다"고 말했다.

도전정신 하나로 필리핀행을 택한 10여 명의 한국인 교사들 역시 의욕이 넘쳐 보였다.

대부분 30∼40대 젊은 교사들로 대부분 한국에서 `잘 나가던' 인재들이라고 김 교장이 귀띔했다.

고용휴직계를 내고 온 차정순(40.여) 교사는 "한국은 교육과정이 꽉 짜여 있지만, 이곳에서는 탄력적 운용이 가능하다. 학생 수 역시 교육적인 관점에서 볼 때 매우 이상적이다"고 말했다.

학교의 외적 틀은 갖췄지만 교육과정 편성이나 한국인과 외국인 교사 간 교습협력 등 소프트웨어 측면에서는 아직 개발하고 보완해야 할 부분이 적지 않은 듯했다.

김 교장은 "국제학교의 핵심은 한국교육을 영어와 한국어를 통합해 진행하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한국인, 외국인 교사가 일체가 돼 수업을 진행하도록 교육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외국인 교사들에게 매주 2∼3시간씩 한국어를, 한국인 교사에게는 영어공부를 하도록 지시한 것은 바로 그 때문이라고 했다.

홍성천 이사장은 "교민들의 염원과 결속으로 마침내 한국국제학교가 탄생했다. 교민사회 전체가 발전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현재 필리핀에는 한국대사관 추산 12만명(2008년 기준. 교민회 추산 30만명 안팎)의 교민이 거주하고 있고, 한국 유학생은 3만 명 안팎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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