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잔치에 감 놓아라, 배 놓아라?'
지식경제부가 소프트웨어(SW)강국도약을 목표로 내놓은 스마트폰의 '데이터요금 무한정액제'가 정부내 갈등은 물론 시장에 혼란을 야기할만한 설익은 정책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지경부가 스마트폰의 데이터요금 무한정액제 도입을 추진하는 것은 향후 차세대 휴대전화 산업을 정부 차원에서 전략적으로 육성한다는 의지가 깔려 있다.
그러나 스마트폰의 장점 중 하나인 무선데이터통신 이용률이 비싼 요금제로 인해 저조하자, 정부는 데이터요금제가 스마트폰 시장에 찬물을 끼얹을 것을 우려했다. 결국 지경부는 테이터요금 무한정액제라는 카드를 들고 나왔다. 일정한 요금을 지불하면 용량에 제한 없이 무선인터넷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어 사용자 입장에선 환영할만하다.
취지는 좋았다. 다만 정부 내 엇박자가 문제였다. 자칫 부처간 '밥그릇' 싸움으로 확대될 분위기도 내부에서 일부 감지됐다.
우선 지경부의 스마트폰 요금제에 대해 통신정책을 다루는 주무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의 반응이 탐탁치 않았다. 지난달 말부터 데이터요금 무한정액제가 수면 위로 오르내렸지만 방통위는 무관심과 무대응으로 공식적인 언급을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후 지난 4일 범부처 차원의 SW산업육성을 위한 종합대책을 대통령에 보고하는 제45차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지경부가 방통위 등 관련부처와 논의 끝에 요금제 도입이 '확정'된 것처럼 발표했다.
임채민 지경부 1차관은 "데이터요금 무한정액제 도입에 대해 방통위와 합의를 마친 상태"라며 "이동통신회사들과 협의를 거쳐 조만간 제도가 도입될 것"이라고 발언했다. 이는 일정한 수준의 요금을 내면 무선인터넷을 제한 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됐다.
그러자 방통위의 신경이 바짝 곤두섰다. 통신관련 업무를 다루는 방통위의 존재감이 무력해질 만큼 시장에 파장이 큰 통신정책이 지경부발(發)로 나온 것이 화근이었다.
일단 방통위는 사업자들이 자율적으로 도입할 수 있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지경부와 합의한 적도 없고, 합의할 사안도 아니다. 무선데이터 요금제는 방통위의 소관으로 현재 다양한 방안들을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단계"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당장 무엇을 추진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 이용 패턴을 살펴보고 검토해 과금 방식 등 개선할 부분이 있으면 사업자들과 논의해 개선한다는 것을 소개하는 내용"이라며 "(데이터요금 무한정액제)검토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당장 추진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재차 강조했다.
결국 방통위는 이날 오후 늦게 적잖은 불쾌감을 드러낸 것으로 지경부 관계자가 전했다.
지경부 관계자는 "차관 발언 이후 방통위쪽에서 문의가 오긴 했지만 실무자끼리 서로 협의해서 오해가 풀렸다"며 "원래 관계부처들이 일하다 보면 그런 일은 발생 할 수 있는 법"이라고 파장이 커질 것을 경계했다.
그러나 논란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지경부가 제시한 무제한 데이터정액요금제 도입이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이 제기된 것이다.
최남곤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스마트폰 도입 초기 무제한 데이터 정액제를 도입했던 해외 통신사업자는 최근 들어 부분 정액제로 요금 제도를 바꾸고 있는 상황이다. AT&T 역시 트래픽 폭증으로 인해 무제한 정액제에서 부분 정액제로의 제도 변경을 희망하고 있다"며 "그만큼 무선 네트워크는 기술적으로 무제한 정액 요금제를 적용하기 어려운 분야이며 이는 네트워크 품질 저하에 따른 소비자 불만문제 등의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통신업계 역시 소극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환경이 먼저 뒷받침 돼야 한다. 네트워크가 바뀌고 사용자들이 늘어나는 등 환경이 갖춰지면 할 수 있겠지만 현재로서는 무한정액제를 도입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라며 "먼저 무선인터넷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환경을 갖추고 난 후 논의돼야 한다"고 했다.
이런 상황을 감안할 때 지경부가 굳이 주무부처인 방통위를 대신해 서둘러 스마트폰 요금제를 먼저 들고 나와 여론몰이에 나선 배경에 궁금증과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이를 놓고 일각에서는 최경환 장관이 지난해 9월 취임과 함께 강조한 '지경부 위상' 확립과 연관 짓고 있다.
최 장관은 취임 당시 "관료생활당시 느낀 것보다 현재 지경부가 정책 부서로서의 위상이 많이 떨어진 것 같다. 실물경제 총괄부서로서 정책 결정과정에서 목소리를 내야 한다"며 "정부가 조직 개편을 하면서 지경부가 실물경제 집행기능만 강조되면서 정책 기능은 다소 떨어졌다. 정책을 개발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정책은 아이디어를 내고 끌고 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게 되면 다른 부처에서 자연스럽게 따라오게 된다"고 솔직한 속내를 내비췄다. 정부 부처 사이에서 지경부가 이슈를 선점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실제로 최 장관 취임 후 지경부가 관계 부처와 갈등을 빚은 건 이번만이 아니다.
최 장관은 취임 한 달을 맞이해 마련한 간담회에서 기획재정부가 지난해 말 폐지할 예정이었던 임시투자세액공제에 대해 기업투자위축을 내세워 임투세 유예 필요성을 언급했다.
당초 임투세액공제는 원칙적으로 폐지에 무게가 실렸지만 중소기업(공제율 3%)과 지방 투자(공제율 10%→7%)를 유지하기로 했다.
지난해 말 논란이 됐던 영리형 의료법인 역시 최 장관의 작품이다. 기획재정부와 보건복지가족부가 오랫동안 갈등을 빚었던 영리형 의료법인은 최경환 장관이 서비스산업의 육성을 위해 규제완화를 주장하며 다시 논란의 불씨를 살린 대표적인 케이스라 할 수 있다.
최 장관은 또 지난해 12월 경제부처 장관이 참석하는 '2010년 경제운용방향' 합동브리핑에서 지경부의 정책운용을 설명하는 시간의 상당부분을 노사정 합의안에 대한 불만을 쏟아내는 데에 할애했다.
최 장관은 당시 "노사정 합의로 전임자의 임금문제에 대한 합의가 안 됐는데 최근에 통상적인 노조관리 업무까지를 타임오프(Time-off)에 포함하는 그런 내용의 입법이 발의가 됐다"며 "이렇게 되면 결국은 '현재 전임자 임금 제도를 지속하는 것과 뭐가 다르냐' 하는 이런 얘기들이 지금 기업계에서 제기가 되고 있다"고 불만을 표출했다.
당시 최 장관 바로 옆 자리에는 노사정 합의안을 이끌어낸 임태희 노동부 장관이 머쓱한 표정으로 앉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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