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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부산지역 최대공기업인 부산교통공사가 가족친화경영을 선언하면서 직원들의 결혼장려에 팔을 걷어 붙였다. 인근 타 공기업과 만남 행사를 적극 늘이고 직원 요청이 있으면 경영진이 주례를 서는 등 결혼지원을 아끼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결혼을 통한 가정형성이 저출산 대책의 시발점이란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저출산 문제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 전재희 장관은 출산진작을 위해 먼저 직원들 가정의 숟가락 수를 늘리기로 옴팡지게 마음먹었다. 두 자녀 이상인 직원의 경우 승진가산점제를 주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혀 부처를 발칵 뒤집어 놓은 것이다. 이어서 롯데백화점과 복지부 미혼직원 간의 미팅이벤트를 벌이기로 하는 등 전 장관 역시 ‘결혼을 통한 출산장려정책’을 현장에 접목시키고 있다.
우리나라 저출산 대책은 수 년 전 일본의 대책과 아주 흡사하다. 고령화 대책 때와 마찬가지로 저출산 문제에 대한 대책도 일본 정책을 상당 부분 따라잡기하고 있다. 이러한 벤치마킹이 나쁘다는 의미가 아니다. 행정 효율로 봤을 땐 앞선 제도를 벤치마킹하는 것이 어쩌면 훨씬 효율적이다. 그러나 노상 따라잡기만 할 것인지에 대해선 고민이 필요하다.
현재까지는 일본의 저출산 대책을 능가하는 쌈박한 정책적 대안을 찾아보기 힘들다. 특히 통계조사분야는 정책추진에 데이터 의존도가 높은 일본에 한참 뒤진 상황이다. 일례로 지난해 초 실시한 한 조사를 보면 일본의 저출산 정책이 얼마나 입체적인 분석에 따른 것인지 알 수 있다.
일본 내각부는 지난해 2~3월 사이 한국, 싱가포르와 자국 국민의 저출산대책 의식에 대한 비교조사를 실시했다. 3개국 20~49세 남녀 각 1,000명 씩 총 6,000명을 조사했다. 놀라운 것은 6,000명을 모두 조사원이 개별 면접조사로 진행했다는 것이다. 비용과 시간을 과감하게 투자하는 모습에서 저출산 대책에 대한 일본의 절박함을 읽을 수 있다.
이 같은 조사를 통해 만들어진 것이 481쪽에 달하는 ‘아시아지역(한국, 싱가포르, 일본)에 있어서 저출산사회 대책 비교조사연구보고서’다. 조사는 일 내각부 소자화대책추진실에서 주관했다. 조사결과는 의외로 간명했다. 주로 출산, 육아, 일과 가정 양립, 결혼지원 등에 관한 3국 비교였다. 결혼 부분 결론을 보면 결혼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3개국 모두 ’적당한 배우자를 만나지 못했기 때문‘이라거나 ’경제적 여유가 없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국가가 미혼자 결혼촉진 정책을 실시하는 것에 대해 우리나라와 일본은 약 5할, 싱가포르는 8할이 긍정적이었다. 한일 양국이 싱가포르에 비해 긍정적 대답이 낮은 이유는 ‘결혼’이 한 개인의 삶에서 별개의 문제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일 양국에는 고용불안이란 괴물이 늘 어슬렁거린다. 결혼을 하기 위해서는 일단 안정적 벌이가 있어야 한다. 바로 고용안정이다.
안정된 고용만큼 중요한 것은 임금문제다. 결혼과 가계(家計)운영이 가능한 임금이 보장된 안정된 직장이 결혼의 동기가 된다는 의미다. 한일 양국은 법률혼 국가이기 때문에 결혼을 통한 가정형성과 2세 출산이 중요하다. 따라서 결혼이 저출산 문제를 해소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되는 핵심 고리인 셈이다.
종합하면 저출산 대책은 어느 한 부분만 해결된다고 풀어질 문제가 아니다. 결혼, 출산, 육아, 고용, 교육 등 일련의 시스템이 고리처럼 제대로 작동해야 하는데, 특히 결혼은 준거집단을 새롭게 만드는 한편 인구를 증가시키는 출발점이란 가치를 지닌다.
초고령화, 초저출산이란 ‘인구 더블딥’에 빠진 우리의 경우 결혼의 가치를 긍정적으로 새롭게 정의할 필요가 있다. 이런 측면에서 부산교통공사와 보건복지부의 결혼장려책은 산뜻한 청량음료 같이 느껴진다. 적당한 배우자를 못 만나 결혼하지 못한 이유 중 하나는 그 만큼 만남의 기회가 적었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만남의 기회를 늘리는 미팅이벤트는 장려되어야 한다.
한발 더 나가서 직원 스스로가 결혼전문기업이나 결혼정보업체를 이용할 경우 해당 비용을 소득공제 해주는 건 어떨까. 정부 입장에서 직접 비용을 안 들이는 대신 소규모 세액공제로 결혼 장려정책을 펼치는 모양이 되니 일석이조인 셈이다. 일본에서 조차 이런 세액공제 지원을 통한 결혼장려책은 논의된 바가 없다.
아예 이번 기회에 만관학연이 머리를 맞대 저출산 대책만큼은 일본을 능가하는 ‘획기적’ 방책을 만들어 보면 어떨까.(‘획기적’에 따옴표를 했다. 획기적이지 않으면 저출산 문제는 해결이 어렵다는 의미에서다.)
유성호(문화비평 칼럼니스트)
※사외(社外)필자의 논조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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