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KBL]'코트 태풍' 전태풍은 지지 않았다

승리를 확신한 모비스가 양동근을 벤치로 불러들였지만 전태풍은 마지막까지 코트를 지켰다.

올 시즌 코트에 태풍을 몰고 왔던 전태풍(30. KCC)의 챔피언 등극이 다음으로 미뤄졌다. 아쉽지만 충분히 합격점을 받을 수 있는 데뷔 시즌이었다.

전주 KCC는 11일 잠실실내체육관에서 벌어진 울산 모비스와의 2009~2010 KCC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7전4선승제) 6차전에서 97-59로 져 시리즈 전적 2승4패로 2연속 챔프 등극에 실패했다.

하지만 전태풍은 지지 않았다. 전태풍은 챔피언결정전 내내 하승진이 결장하는 중에도 고군분투하며 공수에서 KCC를 이끌었다. 현란한 드리블, 한 템포 빠른 움직임, 정확한 슛, 낮은 자세 등을 앞세워서.

리그 최고 수비수로 평가받고 있는 양동근(29. 모비스)과의 맞대결에서도 우위를 나타냈다. 전태풍은 챔피언결정전 6경기에서 평균 18.5득점, 5.2어시스트로 양동근을 비롯한 조직적인 모비스의 수비를 무력화시켰다.

사실상 KCC의 올 시즌 플레이오프는 전태풍이 모두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태풍은 서울 삼성과의 6강 플레이오프 4경기에서 평균 18.5득점, 7.3어시스트를, 부산 KT와의 4강 플레이오프 4경기에서는 평균 15.5득점, 8.3어시스트를 기록했다.

'큰 경기'에서 가드 왕국 삼성의 이상민, 이정석, 강혁 그리고 베테랑 신기성을 모두 제친 것이다.

정규시즌 50경기에서 14.4득점, 4.7어시스트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플레이오프의 사나이'가 될 자격은 충분하다.

그러나 승리의 여신은 전태풍의 챔피언 등극을 쉽게 허락하지 않았다.

그래도 KBL 무대에 진출하기까지 우여곡절을 겪었던 과거를 회상하면 전태풍의 태풍 같은 활약은 기대에 부응한 셈이다.

2008년 7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KBL 외국인선수 트라이아웃에서 처음 한국 농구인들의 눈에 띈 전태풍은 어느 구단의 부름도 받지 못했다.

다행히 외국인선수 못지 않은 운동 능력과 출중한 기량이 눈에 띄어 구단 관계자와 언론은 전태풍에 주목하기 시작했고 KBL 진출의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당시 실력검증과 국내대학 선수들의 프로 진출 장애 등을 이유로 내세운 대학농구계의 반발이 상당했지만 전태풍은 한국 귀화를 결정하고 몇 시간씩 출입국사무소에서 기다리는 열정을 보여주며 슬기롭게 KBL에 입성했다.

그리고 데뷔 첫 시즌 프로농구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챔피언 등극이라는 유종의 미를 거두지는 못했지만 다음에는 진한 획을 그을 것으로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전태풍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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