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프로야구]엄정욱, 힘찬 '부활' 날개짓

'와일드 씽' 엄정욱(29. SK 와이번스)이 2070일만에 선발승을 거두며 부활의 날개짓을 시작했다.

엄정욱은 11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넥센 히어로즈와의 경기에 선발로 나서 5이닝 동안 1개의 안타와 3개의 볼넷만을 내주고 1실점해 시즌 첫 승을 따냈다. 엄정욱의 호투에 힘입어 SK는 10-1로 이겼다.

이날 엄정욱은 최고 151km의 직구에 슬라이더와 포크볼, 커브를 적절히 섞어던지며 상대 타자들을 압도했다. 이날 86개의 공을 던진 엄정욱은 47개를 스트라이크존에 꽂아넣었고, 삼진 3개를 잡아냈다.

타선이 초반부터 크게 점수를 벌리며 엄정욱의 어깨를 가볍게 만들어준 상황에서 그는 쾌투를 선보였다. 특히 3, 4회초를 모두 삼자범퇴로 깔끔하게 마무리했다.

흠이라면 5회 2사 2루의 위기에서 클락에게 좌전 적시타를 얻어맞아 1실점한 것 뿐이었다. 엄정욱은 대체적으로 큰 위기 없이 경기를 이끌어나갔다.

이날 호투로 얻은 1승은 엄정욱에게 그 어느 것보다 귀중하다. 지난 2005년 8월 21일 수원 현대전 이후 1694일만의 맛보는 승리였다. 선발승을 거둔 것은 지난 2004년 8월 10일 문학 현대전 이후 무려 2070일만이었다.

2000년 프로 무대를 밟은 엄정욱은 순탄치 않은 생활을 해왔다. 2004년 7승 5패 평균자책점 3.76을 기록하며 가능성을 내보였던 엄정욱은 이후 세 차례의 수술과 기나긴 재활의 터널을 지나야 했다.

2005년과 2006년 10경기에만 등판했던 엄정욱은 어깨에 탈이나는 바람에 2006년 10월 수술을 받았다. 2007년 2월에는 팔꿈치에 문제가 생겨 수술대에 올랐다. 그래도 완치되지 않았다. 2008년 엄정욱은 다시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았다.

고통스러운 터널을 뚫고 나온 엄정욱은 지난 해 기회를 얻었다. 성적은 다소 실망스러웠다. 6경기에 등판해 승패나 세이브, 홀드를 따내지 못했고, 평균자책점은 10.29에 달했다.

특히 처음으로 등판 기회를 얻었던 지난해 5월 7일 사직 롯데전에서는 공 8개만을 던지고 강판당하는 수모를 당했다.

복귀 첫 해를 엉망으로 보냈던 엄정욱은 올 시즌을 앞두고 시범경기에서 '씽씽투'를 선보이며 부활을 알렸다. 3월 18일 대구 삼성전에서는 5이닝 동안 8개의 삼진을 솎아내며 2피안타 무실점으로 쾌조의 컨디션을 뽐냈다.

올 시즌이 시작된 뒤 엄정욱은 김광현과 게리 글로버의 복귀가 늦어지고 SK 선발진에 구멍이 나면서 선발 기회를 얻었다. 4일 두산전에서 엄정욱은 2이닝 동안 1피안타 무실점으로 기대감을 부풀렸다.

엄정욱은 7일 문학 KIA전에서 올 시즌 첫 선발 등판을 소화했다. 결과는 아쉬웠다. 호투하던 엄정욱은 주자가 나간 후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고, 결국 4이닝 5피안타 3실점으로 패전의 멍에를 썼다.

패전의 멍에를 쓰긴 했지만 자신감 있게 공을 뿌린 엄정욱에게 SK의 김성근 감독은 다시 선발 기회를 주겠다고 공언했다.

김성근 감독은 "엄정욱을 계속 선발로 쓰겠다. 아직 경험이 필요한 부분이 있지만 잘 던진다"고 믿음을 보냈다.

아쉬움은 한 번이면 충분했다. 엄정욱은 다시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고 호투, 김성근 감독의 믿음에 보답했다.

엄정욱은 "오랜만에 선발승을 한 소감은 따로 없다. 덤덤하다"고 소감을 밝힌 뒤 "초반에 집중이 되지 않고 제구도 좋지 않았다. 하지만 박정권이 호수비를 해주고, 타선이 초반에 점수를 많이 내줘서 승리할 수 있었다"고 다른 선수들에게 공을 돌렸다.

"포수 박경완 선배의 리드에 따라 내 공을 던지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한 엄정욱은 "주자가 나간다고 특별히 긴장되는 것도 아니다"라며 "자신감이 생기고 마음에 여유가 생겼다. 1군에 처음 왔을 때는 볼넷을 내주면 긴장되고 눈치가 보였는데 경기에 계속 나가서인지 자신감이 생겼다"고 전했다.

김성근 감독은 "엄정욱이 잘 던져줘 이길 수 있었다"고 칭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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