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결산]① 이청용·박지성 '평균 이상 활약'

이청용은 ‘승천’, 박지성은 ‘무난’

올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풀타임 활약한 한국 선수는 이청용(22·볼턴 원더러스)과 박지성(29·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두 명뿐이다.

첫 시즌 활약여부가 불투명했던 이청용은 자신의 재능을 유감없이 발휘했지만, 2005년 맨유 입단 이후 잉글랜드 무대의 ‘터줏대감’ 역할을 해 온 박지성(29)은 팀 전술변화로 다소 주춤했다. 그러나 두 선수 모두 평균 이상의 활약을 펼쳤다는 점에서 동아시아의 맹주인 한국축구의 위력은 충분히 증명했다는 평가다.

이청용의 활약으로 한국인 프리미어리거의 영입이 더 이상 ‘마케팅’에 국한된 것이 아님을 여실히 증명했다. 지난해 8월 이청용이 볼턴에 입단할 당시, 전문가들은 빠른 스피드는 인정하면서도 어린 나이와 왜소한 체격, 골 결정력 등을 지적하며 어려운 시즌을 보낼 것으로 전망했다.

이청용 역시 자신을 추켜세우기보다 “배우는 자세로 (첫 시즌에) 임하겠다”며 첫 해외진출에 대한 소감을 대신했다.

그러나 이청용은 입단한 지 불과 두 달여 만인 9월 24일 버밍엄시티전에서 놀라울 만큼 침착한 개인기를 앞세운 결승골을 작렬, 팀을 승리로 이끌며 자신의 존재를 알렸다. 영입 당시 활약여부를 반신반의하던 게리 멕슨 전 볼턴 감독은 이청용을 줄곧 선발로 내보내며 무한한 신뢰를 드러냈다.

성적부진으로 멕슨 감독이 놓은 지휘봉을 물려받은 오웬 코일 감독 역시 이청용을 베스트11에 포함시키며 볼턴 전력의 핵심으로 인정했다.

소속 팀의 믿음 속에 이청용은 지난해 12월5일 울버햄튼 원더러스전부터 9일 리그 최종전까지 리그와 컵 대회 등 시즌 29경기 연속 출전했다.

이 과정 속에 한국인 프리미어리거 한 시즌 최다 공격 포인트(5골8도움·13공격 포인트)를 썼고, 3경기 연속 공격 포인트도 두 번이나 기록했다.

연이은 강행군으로 인해 3월 13일 위건 애슬레틱전 도움 작성 이후 공격 포인트 행진은 멈췄지만, 약관의 나이에도 선배들이 세운 기록을 한 시즌만에 넘어선 것은 의미가 크다.

K-리그에서 프리미어리그로 직행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팀의 에이스로 거듭나며 세운 기록과 활약이라는 점도 충분히 박수를 받을 만하다. 시즌이 끝나기도 전에 리그 명문 리버풀 이적설이 나도는 등 잉글랜드 무대 내에서의 입지도 확고히 다졌다.

이청용이 프리미어리그에서 얻은 경험과 자신감은 2010남아공월드컵 본선에서 사상 첫 월드컵 원정 16강행을 노리는 허정무호에 큰 힘이 될 전망이다.

5번째 시즌을 보냈던 박지성은 경쟁 속에 전년도보다 어려운 시즌을 보냈지만, 무난한 활약을 펼쳤다는 평가다.

알렉스 퍼거슨 맨유 감독(69)은 올 시즌을 앞두고 카를로스 테베스(25·맨체스터시티), 크리스티아누 호날두(25·레알 마드리드)가 이적하자 안토니오 발렌시아(24), 가브리엘 오베르탕(21) 등을 영입해 새로운 전술과 경쟁체제를 구축했다.

박지성은 탁월한 경험과 활동량을 바탕으로 주전 경쟁 우위가 점쳐졌다. 하지만 새로운 경쟁자와 더불어 라이언 긱스(37)가 건재함을 과시한데다가 기존 경쟁자 루이스 나니(23)까지 살아나면서 험난한 경쟁을 했다.

2009~2010 시즌 리그 25경기(21선발·5교체)에 나섰던 박지성은 결국 올 시즌 30% 가량 줄어든 16경기(10선발·6교체) 출전에 그치며 시즌을 마감했다. 아쉬움은 남지만 맨유에서의 입지는 오히려 공고해졌다는 평가도 있다.

박문성 SBS축구해설위원은 “(박지성이)올 시즌 출전 횟수가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아스날, 리버풀 등 ‘빅4’의 골문을 흔들었고,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AC밀란전에서도 득점에 성공하는 등 큰 경기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고 평가했다.

특히 “리버풀전에서 넣은 결승골은 맨유가 리그 최종전까지 첼시와 우승경쟁을 펼칠 수 있었던 가장 큰 동력이었다”며 “박지성이 무난한 시즌을 보냈다”고 덧붙였다.

박지성은 최근 바이에른 뮌헨(독일), CSKA모스크바(러시아) 등으로의 이적설에 휩싸이기도 했다. 그러나 올 시즌 활약도와 경쟁자들의 성장세를 고려하면 내년 시즌에도 맨유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를 누빌 것으로 예상된다.

올 시즌 풀타임 활약한 한국인 프리미어리거가 박지성, 이청용 단 2명에 그친 것도 국내 팬들로서는 아쉬운 점이다.

2008년 한때 박지성과 더불어 이영표(33·토트넘·현 알 힐랄), 설기현(31·풀럼·현 포항), 이동국(31·미들즈브러·현 전북), 김두현(28·웨스트브롬), 조원희(27·위건·이상 현 수원) 등이 동시에 활약했던 점과 비교해보면 급감한 수치다.

이에 대해 박 위원은 “숫자적으로 봤을 때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오히려 스코틀랜드와 프랑스, 러시아, 독일, 네덜란드 등 타 리그 분포도는 증가했다”며 한국인 프리미어리거의 감소는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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