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사설]뱀파이어 대기업, 대법원서 경고

대기업이 하청기업에게 납품단가를 깎는 방법으로 이익을 챙기는 이른바 ‘뱀파이어 현상’에 대해 내린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명령이 정당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아직도 예전의 잘못된 관행들이 버젓이 행해지고 있다는데 대해 분개하지 않을 수 없다.

대법원 1부(주심 김영란 대법관)는 어제 기아자동차가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낸 시정명령 등 취소 청구소송에서 "문제가 된 34개 업체 중 9개 업체와 관련해 내린 시정명령 등만 정당하다"고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32개 업체에 내린 시정명령이 정당하다"는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기아자동차가 우월한 거래상 지위를 가지고 있고, 인하된 납품대금을 보전해 줄 능력이 있었음에도 상당 기간 전액을 보전해 주지 않았다는 것이 판결 요지다. 모든 부품업체들을 기만했다고 지적했다. 이날 대법원의 판결은 공정거래위원회가 기아자동차에 과징금과 시정명령을 내린데 대해 정당하다는 판단이었다.

이 같은 사례는 사실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다. 조선총독부 시절 일본에 당하던 것과 별반 다를 것이 없는 불평등 거래다.

하청업체에게 원청업체는 자신들의 생사여탈권을 가진 상전이다. 산업화를 거치면서 약자들이 살아갈 수 있는 유일한 생명줄이 바로 상전이다. 때문에 상전의 명령을 거역했다가는 생존 자체가 불가능해 진다. 무조건 시키는 대로 해야 만 생존이 가능하다.

원청업체들은 이 같은 수직 계열화 된 거래구조를 악용한다. 자신들의 영업실적이 부진하면 이를 보전하기 위해 무조건 하청업체에 떠맡긴다. 가장 손쉬운 방법으로 손실을 보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로 기아자동차가 하청업체에 납품단가를 10%만 깎아도 기아차는 몇 천억 원 대의 어마어마한 수익을 낼 수 있다.

오늘날 대기업이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대한민국 굴지의 대기업인 기아자동차에서 이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실로 놀라울 뿐이다. 건설업계, 유통업계에도 이 같은 일로 원청, 하청, 입주업체간 불협화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그렇게 Win-Win 상생을 외쳐대고 있지만 실제로 기업 속내를 들여다보면 아직도 멀었다는 느낌이다. 왜 법인인가. 다시 한 번 잘 생각해 봐야 한다. 개인에게 인격이 있다면 법인에는 법인격이 있다.

진정으로 이제는 법인격을 지켜야 한다. 더 이상 약자를 괴롭혀서는 안 된다. 약자를 배려하고 도와주지는 못할지언정 그들의 피를 빨아 먹고 살아서야 되겠는가.

기업들의 몸속에 배파이어의 피가 흘러서는 절대로 세계적인 기업으로 발돋움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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