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노벨문학상 헤르타 뮐러 “북한은 거대한 강제수용소”

"북한은 역사와 문명에서 하차했다"

김인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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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쓰는 것도 일일 뿐이다.”

2009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루마니아 태생의 독일 국적 시인 겸 소설가 헤르타 뮐러(57)가 이번 주에 나오는 문예계간 ‘문학동네’ 여름호와 인터뷰를 했다. ‘저지대’와 ‘숨그네’는 문학동네의 세계문학전집 시리즈로 번역됐다. 이들 두 책을 번역한 박경희(42)씨가 뮐러를 인터뷰했다.

루마니아 철권통치에 억압받은 자신의 삶과 그로부터 파생된 작품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소개했다.

뮐러는 “글쓰기는 나 스스로가 가진 이런저런 갈등을 극복하고 다룰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다”며 “쓰는 동안 사물과 사건들의 의미가 분명해지고 ‘만들어낸 진실’이 생겨난다”고 전했다.

뮐러는 1953년 루마니아에서 태어나 독일계 소수민족 가정에서 자랐다. 아버지는 2차대전 당시 나치 무장친위대로 징집됐다가 돌아왔다. 어머니는 우크라이나의 강제수용소에서 5년간 노역하기도 했다.

최근 국내 출간된 1982년 뮐러의 데뷔작 ‘저지대’에서는 뮐러가 유년 시절에 겪은 공포를 생생히 느낄 수 있다. “나는 50년대에 태어났고 당시 루마니아는 공산 독재치하에 있었다”며 “아이였던 나도 내용은 잘 몰랐지만 두려움은 느낄 수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유년이란 누구에게든 깊은 흔적을 남기는 것 같다”며 “유년 시절이 이후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얘기”라고 여겼다. “그러니 유년에 대해 너도 나도 쓰는 것 아닌가.”

뮐러의 최신작 ‘숨그네’는 시인 오스카 파스티오르(1927∼2006)가 우크라이나 강제노동 수용소에서 실제 5년을 보낸 체험을 바탕으로 했다. 2차 대전 후 루마니아에서 러시아 강제수용소로 옮겨진 소년의 삶을 충격적이고 강력한 시적 언어로 밀도감 있게 그려냈다.

뮐러는 “언어를 통해 경험 자체가 아닌 뭔가 다른 것이 생겨난다”고 귀띔했다. “기억은 언어화할 수 있다”며 “어떤 주제를 다루건 작가 개인과 작품은 연관성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다.

루마니아에서 독일로 망명한 이후의 삶도 털어놓았다. “큰 안도감이었다. 수색도 당하지 않고, 내가 없을 때 내 집에 들어오는 사람이 없다는 것은…. 보통 사람들에게는 당연한 일이겠지만, 나는 그로 인해 드는 힘과 수고를 크게 덜 수 있었다.”

이런 경험 때문인지는 몰라도 북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북한에 비하면 루마니아는 역사의 작은 오점에 불과하다는 생각조차 든다. 북한은 역사와 문명에서 하차했다”는 것이다. “그 공포와 가난의 규모와 양태를 상상할 수도 없을 것 같다”며 “어쩌면 북한은 거대한 강제수용소나 다름없지 않을까”라고 지적했다. (사진=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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