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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말소기준권리,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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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매로 매각되는 부동산에는 다수의 이해관계인이 다양한 권리를 갖고 있다. 이러한 권리들은 상호 유기적으로 작용하여 낙찰자에게 특정의 영향을 미치는데, 그 영향이 호영향에 국한된다면 굳이 마다할 일도 아니겠지만 문제는 악영향으로 작용할 때가 더 많다는 것이다.

어떤 권리가 어떤 경우에 어떤 형태의 악영향으로 작용하는지에 대한 설명은 차치하더라도 분명한 것은 그렇기 때문에 입찰에는 철저한 권리분석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권리분석의 기본이론으로 ‘말소기준권리 이론’이 정석인 양 거론된다. 그러나 이 말소기준권리 이론의 출처가 분명치 못하다. 현행법 어디에도 규정되어 있는 바 없을 뿐 아니라 판례에서도 비슷한 용어조차 찾아 볼 수 없다. 그럼에도 말소기준권리 이론이 권리분석의 필수지식으로 굳건한 입지를 자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말소기준권리 이론을 짧게 살펴보자. 경매로 매각되는 부동산에 설정되어 있는 권리 중에는 특정권리가 있고 이 권리를 기준으로 설정 순위가 늦은 권리는 매각으로 소멸하고 설정순위가 빠른 권리는 소멸되지 않고 낙찰자에게 인수되는데 이때의 특정권리가 말소기준권리라는 것이 이 이론의 근간이다. 초보자들이 매력을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을 만큼 매끄러운 이론이기는 하지만 동시에 실소를 금할 수 없는 이론이다. 민사의 복잡하고도 다양한 권리 상호간의 쟁점을 어찌 단칼에 무 자르듯 정의할 수 있단 말인가.

미안하지만 권리분석은 그리 만만하지 않다. 부동산에 얽혀있는 각 권리들의 개별적 의미와 효력을 정확히 알고 그런 권리들이 서로 충돌했을 때 상호간에 미칠 영향을 민사의 기본원리에 따라 고려해야 한다. 심지어는 이해관계인 간에 소송이 진행 되고 있는 경우는 그 소송의 내용도 알아야 하고, 그 소송의 결과에 따라 권리관계에 미칠 영향까지도 고려되어야 하는 것이 권리분석이다.

말소기준권리 이론이 간과한 점이 있다. 첫째는 선순위의 권리라고 하더라도 후순위로 특정의 권리가 설정될 수 있음을 예측할 수 있었다면 그 후순위 권리에 대항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더 복잡하고 다양한 사례들이 있을 수 있겠지만 간단한 예를 들자면 선순위 근저당권이 소액임차보증금 최우선변제권이나 당해세보다 배당순위에서는 늦다는 사실이 그렇고, 토지 근저당권의 설정 이후에 성립한 법정지상권이 매각으로 소멸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그렇다.

당해세나 소액임차보증금 최우선변제권은 세법과 임대차보호법에서, 법정지상권은 민법에서 이미 순위에 불구하고 타 권리에 우선한다는 취지를 규정하여 관련부동산에 권리를 설정하는 권리자로 하여금 미리 예측하여 법률행위를 할 때 고려할 것을 경고하고 있다.

둘째는 동일부동산상의 권리관계라 하더라도 각각 그 효력범위를 달리하는 권리라면 상호간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 이 부분에 전세권이 말소기준권리가 될 수 있는지의 여부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가령, 전세권이 배당요구를 하거나 경매를 신청한 경우 그 전세권은 말소기준권리가 될 수 있다는 견해가 말소기준권리 이론의 입장이다. 그렇다면 그 전세권 설정 이후에 전입신고를 한 임차인은 대항력이 없어야 당연하다. 과연 그럴까? 지상2층의 다가구주택에서 위 전세권이 1층 부분에 설정된 권리이고 임차인은 2층을 점유하여 사용하고 있다면 1등기부의 부동산에 선순위 전세권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2층의 임차인은 낙찰자에게 자기의 임차권을 주장할 수 있다.

셋째로는 비록 후순위의 가처분이라고 하더라도 그 가처분의 목적이 되는 본안 소송의 쟁점이 절대적 취소 또는 무효사유라면 원고의 승소로 선순위 권리들이 상당히 불안정한 입장에 처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말소기준권리 이론은 위와 같은 허점을 ‘말소기준권리 이론의 예외’라고 초점을 달리하여 설명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그 예외라는 설명조차도 명확하지가 않을 뿐 아니라 너무나 다양해서 오히려 더 권리분석을 복잡하게 만드는 결과를 낳는다는 것이다.

좀 더 쉽게 권리분석의 결과를 얻기 위해 만들어 낸 이론으로 인하여 오히려 권리분석이 더 복잡해짐에도 불구하고 그 이론의 타당성에 대한 주장을 굽히지 않는 것은 본질을 잃어버린 아집에 불과하다.

권리분석은 정해진 공식이 없다. 사람 사이의, 그것도 사람 사이의 재산에 관한 분쟁에서 그 결과가 일정한 공식에 의해 도출된다는 가정 자체가 불만스럽기 짝이 없다. 권리분석의 결과는 그때그때 다르다. 그때그때 다를 수밖에 없는 권리분석의 결과를 정확히 판단하기 위해서는 기초부터 탄탄히 지식을 쌓아야 한다.

저당권이, 전세권이, 지상권이 어떤 권리이며 법률적 효력이 무엇인지에 대한 정확한 지식 없이 그 저당권, 전세권, 지상권이 매각으로 소멸되는지 인수되는지에 대한 결론을 얻으려는 의도 자체가 이미 지나친 욕심일 것이다.

글ㅣ김재범 지지옥션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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