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종합]'탈북자 사냥꾼' 한국인, 공안당국에 덜미

북한 보위사령부의 지령에 따라 탈북을 주선한 인사나 탈북자를 납치하는 역할을 맡은 50대 남성이 공안당국에 적발됐다.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부장검사 이진한)는 25일 보위사 여성공작원에 포섭돼 보위사 해외공작원으로 활동한 김모씨(55)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1999년 필로폰을 국내에 밀반입하려다 검찰이 수사를 시작하자 중국으로 도피했다. 불법체류 중이던 김씨는 2000년 중국에서 '필로폰 판매'를 미끼로 접근한 보위사 소속 여성 공작원 김모씨(49)에게 포섭돼 동거에 들어갔으며, 결국 같은해 여공작원 김씨와 함께 평양을 방문했다.

김씨는 평양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조선노동당에 대한 충성을 맹세하고, 김일성 동상에 헌화를 한 뒤 북한 공민증을 수령했다. 이후 김씨는 2003년 4월까지 7회에 걸쳐 보위사의 지령을 받거나, 지령을 협의하기 위해 밀입북했다.

김씨가 이 기간 보위사로부터 받은 지령은 크게 ▲탈북자 혹은 탈북 주선자 납치 ▲국정원 직원 신상정보 수집 ▲북한 외화벌이를 위한 필로폰 밀거래 등이었다.

지령을 받은 김씨는 2000년 4월 보위사 보위부장 신모씨의 지시에 따라 이산가족 상봉을 주선하는 등 탈북 과정을 돕던 중국동포 여성 이모씨(당시 33세)를 납치해 자강도 운봉에서 신 부장에게 인계했다.

다만 김씨는 같은해 8월 납치된 이씨와 비슷한 일을 하던 한국인 김모씨(당시 52세)를 북한으로 납치하려고 시도했으나 실패한 바 있으며, 함북 미사일 기지에서 근무했던 탈북 여성을 납치하기 위해 소재를 파악하는 등 음모를 꾸미기도 했다.

또 김씨는 2002년 6월 탈북자의 국내 입국을 주선하던 브로커 이모씨(당시 33세)를 중국동포 폭력배들과 함께 납치한 뒤 감금·폭행했으나, 신고를 받고 출동한 중국 공안의 급습으로 납북에 실패했다.

이외에도 김씨는 2000년 3월부터 2002년까지 중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국정원 직원의 신상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노력했으며, 북한 공작기관의 외화벌이를 위해 필로폰 밀거래에 가담했다. 필로폰 밀거래가 이뤄졌을 경우 거래액의 30%는 당 자금으로 납부되고 나머지는 공작으로 사용된다.

실제로 김씨는 2000년 3~6월 사이 북한 외화벌이사무소로부터 필로폰 2㎏를 받은 뒤 중국에 있던 한국인 나모씨(35)에게 해당 필로폰의 샘플을 제공한 뒤 국내 반입을 시도했으며, 폭력조직에 연계된 한국인과 중국 조직폭력배 등을 상대로 50㎏이상의 필로폰 밀거래를 시도했다.

검찰 조사결과 김씨는 보위사로부터 필로폰 거래선을 확보할 때 '구기자를 사겠다'는 음어로 통보하라는 교육도 받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공안당국은 김씨가 2010년 4월 중국 당국의 마약 혐의 수사를 피하기 위해 입국하자 즉시 인천공항에서 체포했으며, 지난달 김씨를 구속한 뒤 수사를 벌여왔다.

검찰 관계자는 "종전의 보위사는 북한 군 안에서 '반혁명 반국가분자 색출' 등을 담당했다"며 "이번 수사를 통해 보위사가 2000년대 접어들면서 중국을 중심으로 한국인 포섭, 대남정보 수집과 같은 대남 공작활동을 시작한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사건으로 북한 공작조직이 공작비를 마련하기 위해 마약거래 직접관여하고 있다는 첩보가 사실로 밝혀졌다"며 "특히 해당 마약을 중국을 통해 한국에 밀반입하려 했던 점이 확인돼 단속강화 필요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북한은 방첩활동을 위해 1945년에 보위사 조직을 창설, 1995년 보위사령부로 확대개편했다. 보위사의 주요업무는 당정군 중에서 무력을 사용하는 기관의 반체제사범 색출이며, 간첩을 양성하고 대남침투를 시도하는 곳은 북한의 정찰총국으로 다른 기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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