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대도시 시장도 ‘도시정비조례 수립 가능’

임해중 기자

지난해 특별시·도에서 10년마다 수립되는 정비기본계획의 수립권을 ‘인구 50만 명 이상의 대도시’(이하 대도시) 시장에게 위임한 데 이어 대도시 시장이 도시정비조례 제정권까지 갖게 될 것으로 보인다.

국토해양부(이하 국토부)는 최근 이 같은 내용의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 개정안을 마련해 입법예고한 바 있다. 아울러 특별시·도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받아야 하는 정비구역 지정 및 변경도 대도시 도시계획위원회에서 심의·결정할 수 있게 된다.

입법 예고된 도시정비법 개정안에 따르면 지난해 2월 개정된 같은 법 제3조에 따라 대도시 시장에게 정비기본계획 수립과 정비구역 지정 권한을 이양한데 이어 개정안은 대도시 시장에게 조례 제정 권한을 부여토록 했다.

이에 따라 인구 50만 명 이상의 수원시 등 전국 13개 대도시 시장은 지역여건을 반영한 도시정비조례를 제정해 정비기본계획을 수립한 이후 개별 정비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정비구역을 지정받거나 변경하기 위해서 시·도별 지방도시계획위원회에서 정비계획심의를 받아야 하는 절차도 대폭 간소화된다.

개정안은 시·도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거쳐야 하는 현행제도를 고쳐 시·군·구 도시계획위원회에서 이를 심의·결정할 수 있도록 했다.

◆ 정비구역 지정권한 지자체로 ‘패스’

한편 이번 개정안은 조합설립인가 신청 시 일정기간이 지나도 지자체에서 아무런 연락이 없으면 자동으로 조합설립인가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현행 도시정비법의 경우 추진위가 해당 정비구역 내 토지등소유자의 일정 동의를 얻어 시나 구에 신청을 하면 조합설립인가 처리 기간이 정해져 있지 않아 인가가 나올 때까지 무작정 기다려야 한다는 맹점이 있었다.

그러나 개정안은 시장·군수는 조합의 설립(변경)인가·신고를 받은 날부터 30일 이내에 인가·신고수리 여부 또는 처리 지연사유를 통보하도록 했다.

만약 시장·군수가 30일 이내에 이 사안을 통보하지 않은 경우 31일부터는 인가를 받은 것으로 의제되게 된다.

이에 따라 조합설립인가와 관련된 기간을 법으로 명확히 하고 인가 여부를 의제 처리할 수 있도록 관계법령을 개정함으로써 앞으로 조합설립인가 절차가 대폭 간소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 인감증명 대신 자필서명

현행 도시정비법에 따르면 추진위원회나 조합설립을 위해서는 당해 구역 토지등소유자의 일정비율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이때 동의서와 함께 인감증명서가 필수적으로 첨부되어야만 한다. 동의를 한 사람이 본인 인지 여부를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추진위원회 승인 동의를 한 뒤 조합설립 동의 등 이외에도 정비사업 절차상에 필요한 동의는 수차례가 있다. 이때마다 인감증명서를 첨부하는 것은 절차상 사업지연을 초래한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아왔다. 게다가 인감증명 발급 시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도 만만치 않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이에 개정안은 인감증명서 대신 신분증(주민등록증, 면허증 등) 사본에 지장을 날인하거나 자필서명이 들어간 서면동의서도 인정하도록 했다. 인감증명에서 비롯되는 사업지연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목적이다.

◆ 정비사업 추진 시기 조절

이번 개정안에서 한 가지 눈여겨 볼 점은 정비사업 사업시행 및 관리처분계획의 인가시기를 시·도지사가 조절할 수 있도록 하는 전세난 방지책을 담고 있다는 것이다.

개정안은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으로 인해 일시에 주택 멸실과 이주 수요가 발생해 도심지 인근 지역의 전세가격 상승 등 서민들의 주거안정을 저해할 수 있기 때문에 시·도지사가 주택시장 안정을 위해 사업시행의 인가 및 관리처분계획의 인가시기 연장을 요청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럴 경우 시장·군수는 이에 따라야하며 그 절차는 시·도 조례로 정하도록 명확히 했다.

이에 대해 재개발 전문가 S씨는 “도시정비법을 통해 이주시기 조절을 효과적으로 제어 할 수 있다면 주변 전세난 문제 등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개정안이 담고 있는 이주시기 조절에 대한 내용에 회의적인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 사업시행인가나 관리처분계획인가 시기를 시·도지사 판단에 따라 조절이 가능해 질 경우 사업추진이 늦어질 수 있어 사업비가 대폭 상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부천 재개발 구역의 한 조합 관계자는 “사업을 진행하며 다양한 난관에 봉착하며 사업추진이 어려운 경우가 한 두 번이 아니었다”라며 “이런 상황에서 이주시기를 지자체장 마음대로 조절하면 주민들 반감이 커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다른 조합 관계자도 “정비구역에서는 관리처분계획 인가 이전에 이주를 하는 경우도 많다”라며 “그러나 관리처분계획 인가가 늦춰질 경우 이주비에 대한 이자는 물론 사업추진이 지체됨에 따른 사업비 증가로 인한 주민 부담 등의 책임은 지자체가 지지 않을 것이 눈에 보듯 뻔한데 이주시기를 지자체가 조절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재개발전문가 S씨는 “정비사업 추진 시기를 지자체가 조절할 수 있다면 사업장별 이주시기를 결정할 때 발생되는 조합원들의 금전적 피해 문제를 국가나 지자체가 보상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며 “개정안에는 사안에 따라 일장일단이 있겠지만 내용을 면밀히 검토하고 이에 대한 후속조치를 마련하는 것이 급선무다”라고 전했다.

한편 이번 도시정비법령 개정안은 국회 의결 등을 거쳐 이르면 올 하반기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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