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성우건설 워크아웃 개시, ‘건설부도 공포’ 시작됐다

임해중 기자

부동산시장이 악성 미분양과 거래 감소로 고사위기에 처했다. 거기다 구조조정 압박이 거세지고 있지만 악성 미분양은 좀처럼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아 상황이 악화 일로로 치닫고 있다.

지난 4월30일 남양건설에 이어 7일 성우종합건설도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개시했다. 시공능력평가 117위의 중견기업인 성우종합건설이 워크아웃을 진행하면서 건설업계에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성우종합건설 채권은행들은 성우건설 금융채권 행사를 3개월간 미루고 실사를 벌일 예정이다. 채권단은 이후 구조조정과 재무구조 개선계획을 확정할 방침이다.

성우종합건설은 최근 김포지역 주택 미분양이 많아져 재무구조가 악화됐고 7000억 원 규모 양재동 복합물류센터 사업이 지지부진해지면서 유동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성우종합건설은 성우그룹 내 주력회사인 현대시멘트의 건설 자회사다. 현대시멘트는 성우종합건설 보증채무와 시멘트 경기 악화로 먼저 워크아웃을 신청해 지난 4일 채권단 93.3% 찬성으로 워크아웃이 개시됐다. 모회자와 자회사 모두 ‘동반 부실’에 빠진 것이다.

앞서 시공능력 69위의 성지건설이 지난 4일 1차 부도를 낸 후 가까스로 최종부도 위기를 모면해 부도공포에 대한 우려를 한층 부추긴 것으로 보인다. 성지건설 역시 여의도 ‘파크센터’ 오피스텔의 미분양이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 ‘공포’ 우량건설사까지 확산

시공능력 10위권 안에 포함된 대형 기업인 A사는 최근 워크아웃 설에 시달리고 있다. 주택 전문업체라는 이미지가 강해 악성 미분양사태에 자유로울 수 없다는 시장의 평가 때문이다.

시공능력 20위권 내 대기업 계열사인 B사, 30위권 내 C사도 최근 증권가에서 떠도는 건설사 살생부리스트에 올라있다. B사는 모기업 업황이 부진하다는 이유로, C사는 계열 건설사가 워크아웃에 들어가면서 동반 부실 가능성 때문에 명단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개별 주채권은행의 신용위험평가에 따르면 이들 기업은 모두 B등급(일시적 유동성 부족 기업)으로 확인됐다.

이처럼 재무건전성이 양호한 A, B, C사는 우량기업임에도 불구하고 유동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부도공포가 우량건설사까지 확산됐기 때문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A사의 경우 일시적으로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는 있지만 영업이익은 양호하다”며 “시장에 떠도는 부도공포가 우량기업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관계자는 “이런 우려가 시장에 확산되자 이번 달 말 마무리되는 신용평가 결과를 확인하기 전까지 돈을 빌려주지 않겠다는 심리가 금융권에 퍼졌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 3대 악재…유동성 위기 단초 제공

건설업계 유동성 위기의 단초는 수도권에서 시작된 주택시장의 3대 악재가 제공했다는 것이 대다수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지난 7일 국토해양부(이하 국토부)가 발표한 ‘4월 미분양주택 통계’에 따르면 수도권 지역의 악성 미분양은 4392가구로 전달보다 336가구가 늘었다. 지난 1월(3631가구)과 비교하면 21% 상승한 수치로 거래 자체가 실종됐음을 보여주는 지표다.

재무구조 악화로 워크아웃이 결정된 지 사흘 만에 성우종합건설이 워크아웃을 개시한 이유도 악성 미분양 증가에 따른 재무구조 악화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게다가 일시에 공급물량이 몰리는 ‘입주폭탄’이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어 악성 미분양사태가 더 심화될 조짐이다. 입주물량이 쏟아지면서 가격 하락세가 이어지고, 이에 따라 아파트 계약자들이 기존 집을 팔지 못해 입주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소지가 크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입주율이 떨어지면 분양가의 20∼30%에 달하는 잔금을 받지 못하는 건설사들로서는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유동성 확보를 옥죄는 또 다른 원인은 중견건설사에 대한 구조조정 압박이 거세지며 시중 은행들이 PF연장 등의 자금 지원을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비교적 재무건전성이 양호한 중견기업들까지 자금난에 빠지며 건설시장 경색이 심화되고 있어 향후 자금 확보가 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시중 자금이 주택건설 시장이 아닌 오피스텔 등 수익형 부동산과 중소형 평수로 집중되고 있다는 점도 또 다른 변수다.

지난 4일 마감된 인천 송도국제도시의 ‘코오롱 더프라우 2차 오피스텔’은 197실 모집에 1559건이 몰려 약 8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소형 면적(44∼95㎡)은 10.2대 1로 마감됐다. 같은 날 마감된 서울 역삼동의 진달래 2차 재건축 아파트인 ‘래미안 그레이튼’ 역시 22가구(59∼84㎡) 모집에 234명이 몰려 평균 10.6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특히 59㎡형은 15.1대 1로 최고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에 대해 재건축전문연구소인 J연구원 관계자는 “재건축 아파트의 경우 소형평수로 입주 물량이 몰리고 있고 수익형 부동산의 인기도 급상승하고 있다”라며 “이런 이유로 주택시장의 자금 압박은 한 동안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전했다.

◆ 이달 중 신용평가 완료…퇴출 건설사 더 많아질 듯

익명을 요구한 은행 관계자는 “건설 경기가 고사위기에 직면하며 중견건설사의 부실은 불가피하다”며 “워크아웃 외엔 특별한 대책이 없는 것이 사실”이라고 전해 시장 경색이 최소 3∼4개월 이상 진행될 것임을 시사했다.

현재 시장에서 퇴출 얘기가 나오는 건설사들의 신용등급은 ‘BBB ’ 이하에 미분양 물량이 많은 지방 주택 사업 비중이 크다. 4월 말 현재 전국 미분양 주택 11만409가구 중 지방 미분양분은 8만4499가구로 약 77%에 달한다.

여기에 시중은행의 돈줄이 막히면서 저축은행에서 무리하게 부동산 PF 대출을 받은 기업들도 위험 대상에 올랐다. 작년 말 현재 저축은행의 PF대출은 약 12조원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한편 이처럼 건설업계가 고사위기에 직면하자 이달 중으로 마무리돼는 채권은행들의 평가 결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채권은행들이 이달 중으로 평가 대상 기업들을 A등급(정상), B등급(일시적 유동성 부족), C등급, D등급으로 분류해 C와 D등급 업체에 대해서는 구조조정을 추진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중 구조조정 대상은 채권단의 금융당국 보고와 2주일간 이의제기 절차를 거쳐 7월 초에 최종 확정될 전망이다.

금융권에서는 신속 자금지원 프로그램 및 대주단 프로그램이 각각 6월, 8월에 끝나기 때문에 신용평가가 마무리되는 하반기에는 워크아웃에 들어서는 건설사가 더 많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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