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서용범의 파이낸셜 플래닝] 삼삼삼의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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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파이낸셜 플래닝(Financial Planning) 강의를 마친 후 필자의 강의가 듣기에 괜찮았는지, 수강생 중 두사람이 개별적으로 컨설팅을 받고자 요청하여 시간을 쪼개어 상담을 해 주었다.

누구에게나 공통된 한가지. 바로 삼삼삼의 인생이다. 초반 30년은 부모님과 함께, 중반 30년은 나의 사회생활이다. 이 기간은 제1의 인생기라고 표현할 수 있으며 30년은 영위하는 동시에 후반 30년을 준비하는 시기이다. 후반 30년은 과거에는 생각지 못했던 것이었으나 고령화 사회로 인하여 부각되는 시기이다. 바로 은퇴후의 시기로서 제2의 인생기라고 할 수 있겠다.

필자에게 개인적으로 조언을 요청한 사람은 30대 초반의 여성과 40대초반의 남성이었는데 두 사람 모두 초반기 30대에는 주로 부모의 그늘에서 안정과 평화를 누리면서 행복하게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들 모두 지금은 중반 30년을 살고 있다. 60세가 되어 종반 30년의 인생을 살게 되면 이 들 앞에는 또 다른 제 2의 인생이 펼쳐질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두 사람 모두 성실하면서도 합리적인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필자가 다 년간 겪어 왔던 상황을 이 들 역시 벗어나지는 못하였다.

두 사람이 처해 있는 현 상태를 나열하여 본다. 첫째, 수입이 적으면 미래에 대한 희망도 적었다. 둘째, 수입이 많으면 미래에 대한 기대감만 컸다. 셋째, 수 년 마다 금융상품의 가입과 해지를 반복해왔다. 넷째, 자산의 비중 중 80%이상이 부동산 자산이었고, 그에 상응하는 부채를 보유하고 있었다. 다섯째, 생활비 지출은 소득대비 매우 적었는데 그 내막을 들여다 보면 한 사람은 검소했고 또 다른 한 사람은 쓸 돈이 없어서 못쓰는 상황이었다. 여섯째, 저축은 비과세저축 청약저축 적금이 대부분이고 수입이 많은 사람은 펀드에 대한 금액도 많았다. 일곱째, 위험보장에 대한 보험료는 두 사람 모두 소득대비 과도했고 아프면 횡재하는 상태였다.

한 사람은 월 소득 200만원의 외 벌이 근로자 가정이며, 또 다른 한 사람은 월 소득 800만원의 외 벌이 사업소득자 가정이다. 소득만으로 본다면 월 소득 200만원인 가정의 주부는 월 800만원의 소득자를 매우 부러워할 만하다. 그도 그럴만한 것이 지금 보다 600만원이나 수입이 늘게 되면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은 절대로 그렇지 않았다. 상담을 통하여 필자가 느낀 것은 두 가정 모두 현실에 대한 고민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거의 똑 같았다는 사실이다. 이 두 사람 중 그래도 형편이 조금 나은 사람을 살펴보면 집이 두 채고 현재 전세에 거주하고 있다. 보유하고 있는 주택 중 하나는 재건축이 확정된 곳이고 또 다른 하나는 분양을 받은 곳이다. 재건축 대상으로 선정되면 재테크가 대성공한 것이다. 그렇지만 앞으로 자기부담금 2억이 더 필요하다. 게다가 분양을 받은 주택 한 채는 앞으로 2억이 더 투입 되야 한다. 그래서 이 사람은 부동산 두 채를 모두 보유하면서 원리금 상환을 감당할 자신이 없어서 두 채 중 어떤 것을 보유하고 어떤 것을 처분해야 할 지를 필자에게 상의하러 온 것이었다. 무척 부러운 상황이다.

한편 월 소득이 200만인 가정의 경우를 보자. 다행이 남편은 안정된 직장에서 성실하게 일하는 근로자이다. 전세 8,000만원에 시어머니를 모시고 2살 된 자녀와 함께 오순도순 검소하게 살고 있다. 수입이 충분치 않으니 앞으로 자녀대학자금과 은퇴자금을 어떻게 준비하면 좋을 지 궁금해서 필자에게 상담을 요청했다고 한다.

두 사람의 경우, 분명히 수입과 자산구조가 판이하게 다르고 그 들이 갖는 희망, 기대감도 달랐다. 그러나 필자가 보기에는 그리 다르지 않았다. 그 이유를 몇 가지 언급하고자 한다.

첫째,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갖고 있는 것은 두 사람 모두 마찬가지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의 성격을 보면 한 사람은 현재의 소득이 적기 때문이고, 또 다른 한 사람은 현재의 소득 수준에 맞추어 재테크를 벌려놨는데 나이에 대한 초조감과 경기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지금의 소득이 무너질 경우에 생길 생황의 변화를 감당하기가 두렵기 때문이다.

둘째, 막판 30년 동안에는 누가 더 풍요롭게 살지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 한 가정의 소득원 나이는 30대 초반이고 또 다른 가정의 소득원의 나이는 40대 초반이다. 10년 이상의 시간 즉, 주 경제생활 시기인 중반 30년의 3분의1이 더 남아있는 샘이다. 부모와 함께한 기간 동안은 대부분 학생의 신분으로 보내는 시기이므로 10년이라는 시간이 그 다지 심각하게 직접적인 영향을 주진 않는다. 인생을 시작하는 시기이므로 매우 중요하지만 부모의 그늘에 있으니 그 어떤 비바람도 부모가 다 감당하고 있다.

그러나 자본사회에서의 10년은 좀 다르다. 얼마 전 오래간만에 가족들이 동네에 있는 갈비 집으로 외식을 갔다. 주인이 바뀌어서 한 동안 찾아 가지 않던 곳이었다. 그런데 맛이 괜찮다는 소문을 듣고 그리고 발길을 옮긴 것이다. 그 가게에는 한 조선족 여인이 식당 일을 보고 있었는데 안 보여 안부를 물었더니 무척 흥미로운 대답을 해 주었다. 1,000만원 내고 한국으로 취직한 후 10년 동안 열심히 일해서 돈을 모았단다. 그리고 지금은 중국에 빌딩을 두 채나 사서 다시 입국했다고 한다. 그 용기에 박수를 쳐주고 싶었다. 그리고 동시에 나의 지난 과거 10년을 돌이켜 보게 되었다. 필자는 과연 그 여인 보다 가치 있는 10년을 살았을까? 가치의 척도가 무엇인가에 따라 다르겠지만 그래도 무척 부러운 일이었다.

셋째, 두 가정 모두 경제에 대해서는 문외한 이었다. 나무랄 수 없는 것이 필자도 현업에 근무하기 전에는 돈에 대하여 관심도 없었고, 돈 얘기하면 속물로 봤던 적도 있었으니까, 이 들을 질책할 수는 없었다. 수 많은 철학과 경제학 서적이 있고 역사저서가 있다. 그 곳에는 모두 인과(因果)의 관계가 성립한다. 그 옛날 주역을 살펴보면 핵심을 존재론이 아닌 관계론에 그 가치를 두고 있다고 한다. 즉 어떤 개체의 존재론적 의미보다는 다른 것과의 관계 속에서 존재하는 관계론적 인식의 중요성을 두고 있어서 같은 점괘가 나오더라도 상황에 따라 해석이 달라지는 것이라 한다.

필자는 다른 건 몰라도 경제적 관점에서는 관계론적인 시각이 맞다고 본다. 모든 판단의 근거에 있어서 경제는 유기체적인 접근을 해야 할 것이다. 즉, ‘1 1=2’라는 공식은 결코 성립하지 않는 것이다. 부동산 투자에 대한 적정성과 펀드 등 투자에 대한 적정성 그리고 금리형상품 즉 전통형식의 저축에 대한 적정성에 대한 각각의 판단을 할 때 현대는 점점 복잡한 과정을 요구한다. 이 모든 것이 전 세계의 경제가 서로 얽혀있는 관계성 때문이다.

초반 30년은 부모에게 지대한 영향을 받는 기간이라서 필자가 언급하지는 않겠다. 그러나 이후 30년과 30년은 매우 중요하다. 특히 중반 30년은 가정을 꾸리는 기간으로서 가족 구성원의 삶의 질을 결정짓기도 한다. 필자가 중반 30년을 사는 앞의 두 사람을 같은 수준으로 본 이유는 언급한 원인 이외에도 여러 가지가 있다. 그 중 한 가지만 더 거론하자면, 돈과 인생의 관계에 대한 심각한 고민이 없다는 점을 들 수 있겠다. 돈과 나뿐만이 아니라, 돈에 따라 변하는 나에 따라 우리의 자녀도 변한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 아이들은 돈의 가치 보다는 나 즉 ‘부모’가 더 중요하다. 돈이 없어도 얼마든지 창의력 있고 훌륭하게 성장할 수 있는 자녀들에게 우리는 돈의 노예가 되라고 가르치고 있지는 않을까?

우리는 누구나 삼삼삼의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 항상 남의 떡이 커 보이고 남의 인생이 궁금하다. 내가 주로 경제생활을 하는 중반 30년 동안 어떻게 살아가든 산 입에 거미줄 치지는 않는다. 좀더 인생을 멋지게 살아보는 건 어떨까? 살아지는 대로 사는 것이 아니라 원하는 인생을 만들기 위해서 시간들을 가치 있게 만들어 보았으면 한다.

삼삼삼의 인생에서 진정으로 값진 인생은 중반 30년에 달려있다. 누구에게나 소중하고 한번 뿐인 인생이다.

글ㅣ서용범 AFPK/ ㈜코리아에셋 얼라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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