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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가 지난해 ‘저출산사회백서’라는 명칭으로 발간했던 정책백서를 올해는 ‘자녀·육아백서’로 바꾸기로 한 것을 두고 여론이 분분하다. 특정 정책을 다룬 백서 명칭을 바꾸는 것이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백서 내용도 지난해와 크게 바뀐 것에 대해 여론은 저출산대책의 퇴행이 아니냐며 강하게 지적하고 나섰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백서 첫 머리를 장식하던 출생률 하락 등 저출산 진행 실태가 올핸 뒤로 밀리고 대신 자녀·육아 비전이 소개됐다.
일본 정부는 명칭 변경에 대해 저출산이란 직접적인 표현보다 육아의 중요성을 사회 전체에 전파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출산율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그러나 속내는 그렇지 않아 보인다. 백서 서론에는 ‘그동안 저출산대책 으로 다양한 정책을 강구했지만 실효를 거두지 못해 자녀·육아지원으로 정책시점을 이동한다’고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언론은 정부의 이 같은 관점 변화로 인해 저출산 대책이 약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저출산 정책과 자녀·육아지원 정책은 비록 겹치는 부분이 있지만 정책 구현시점이 완전히 다르다는 것이다.
육아지원은 산후의 문제이고 저출산대책은 출산율 제고를 위한 정책이란 측면에서 이번 백서 명칭과 시점 변경은 다소 안이한 결정이 아니냐는 강도 높은 비판이 있다. 일본 산케이신문(産經新聞)은 지난 5월 31일자 사설 ‘저출산 문제에 얼굴을 돌린 하토야마 정권’을 통해 민주당의 실정을 지적했다.
산케이신문은 “백서 명칭 변경에 왠 소란이냔 지적도 있겠지만 저출산을 육아로 (명칭만) 살짝 바꾸는 것이 단순히 언어의 표기문제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일본 사회가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여론이 우려하는 핵심은 육아지원으로 저출산 문제가 해결될 수 있냐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토야마 정권의 이러한 정책적 변화는 ‘자녀수당’ 지원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육아지원을 위해 매달 1인당 2만6000엔씩 지급하는 자녀수당은 ‘퍼주기 논란’속에 있지만 하토야마 수상은 밀어붙이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그는 여러 실정으로 인해 수상 자리에서 내려 와야 했다.
일본 저출산의 원인은 미혼·만혼화에 있다. 30~34세 남성 미혼율이 1975년 14.3%에서 2005년 47.1%로 늘었다. 25~29세 여성은 20.9%에서 59.0%로 급증했다. 초혼 연령도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법률혼 국가인 일본에서는 결혼을 하지 않으면 출산이 늘어나지 않는다. 문제는 결혼과 출산 모두 개인의 선택권이란 데 있다.
일본 여론이 걱정하는 것은 이번 백서에는 이런 미혼·만혼화 문제를 다룬 저출산 대책은 없다는 것이다. 육아지원은 아이가 있는 사람에 대한 지원이며 결혼을 준비하고 아이를 낳으려는 이들에 대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여론은 “민주당 정권의 정책 순위가 잘못된 것이 아니라면 미혼·만혼화 대책을 직시해야 한다”고 정책 오류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그러면서 결혼으로 이어지는 남녀의 만남이 없는 이유부터 풀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고용안정, 결혼활동 지원을 비롯해 육아지원까지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저출산 문제에 제동을 걸기 위해 우리에게 남겨진 시간이 많지 않다. 육아지원이 아무리 좋아도 태어날 아이가 없으면 일본은 존망의 위기에 노출된다. 민주당은 저출산 위기로부터 얼굴을 돌려서는 안 된다”
산케이신문 논설은 이렇게 끝을 맺었다. 마치 우리의 현재 내지 가까운 미래를 보는 것 같다. 반면교사치고는 여론의 지적이 그르지 않고 타산지석으로 삼자니 울림이 크다. 우리는 과연 두 가지 정책을 다 잘하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일본처럼 애써 외면하고 있는 것일까.
글ㅣ유성호 문화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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