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식물원이 열어주는 세계의 역사<6>-짐바브웨의 빅토리아 폭포 국립공원 야생 식물원

나무신문 기자

권주혁 이건산업 고문·강원대 산림환경과학대학 초빙교수

 

빅토리아 폭포 근처의 바오밥 나무. 직경은 4m, 수령은 1000년 이상으로 추측된다.
빅토리아 폭포 근처의 바오밥 나무. 직경은 4m, 수령은 1000년 이상으로 추측된다.

연재 초기에 언급하였듯이, 필자가 연재하는 내용에는 식물원뿐만 아니고 이에 준하는 내용에 대해서도 연재를 하려고 한다(물론 이런 것은 많지 않다).

 

아프리카를 대표하는 나무인 바오밥(Baobab;학명 Malvaceae Adansonia digitata)나무를 필자는 남아공 케이프타운의 컬스텐보쉬 식물원에서 보았지만 그 바오밥은 식물원의 큰 온상 속에서 자라고 있으므로 사진은 찍었지만 야성미(野性美)가 없다. 야생(野生)에서 보고 싶었던 바오밥 나무를 필자는 빅토리아 폭포를 둘러싸고 있는 국립공원 안에서 보았다. 그러므로 여기 빅토리아 폭포 국립공원 안에 바오밥 나무가 많이 자라고 있는 야생 식물원(필자가 임의로 붙인 이름임)을 함께 잠시 가보려고 한다.


지리적으로 남아공 바로 북쪽에 붙어 있는 짐바브웨(Zimbabwe)공화국은 1890년대부터 영국의 식민지로서 남부 로덴시아(Southern Rhodesia)라고 불렀으나 1965년에 독립을 선언하여 극소수백인이 대다수 흑인을 통치하는 국가가 되었다. 그러나 소수 백인 통치에 반대하는 흑인들이 반정부 게릴라 내전을 벌인 끝에 1980년에 백인 정부를 전복하고 흑인이 나라를 통치하며 백인을 공격하고 재산을 몰수함으로써 현재 이 나라에는 백인 인구가 1% 정도가 채 되지 않는다. 국토 면적은 남한의 4배이나 인구는 1,300만 명이다.


필자는 영국 브리티시 에로스페이스 제작사가 만든 BA146 소형 4발 엔진 젯트기(4발 엔진임에도 쌍발 엔진의 B737과 비슷한 크기)를 타고 남아공 요하네스버그 공항을 이륙하였다. 날씨는 최상이었으며, 북쪽으로 1시간 40분을 날아가자 지상에는 끝없이 넓고 평평한 정글지대가 나타난다. 비행기가 빅토리아 폭포 공항에 착륙을 위해 고도를 낮추자 왼쪽 창문으로 10km 정도 떨어진 정글 지대에서 큰 물보라가 높아 솟으며 정글 위를 감싸고 있는 것이 보인다. 남미의 이과수 폭포, 북미의 나이아가라 폭포와 함께 세계 3대 폭포라는 명성을 갖고 있는 빅토리아 폭포다. 길이 2km , 높이 100m에 달하는 거대한 이 폭포는 짐바브웨와 잠비아(Zambia)에 걸쳐 있는데 주로 짐바브웨 국경에 폭포의 대부분이 들어와 있다.


잠비아는 1964년 영국에서 독립하기 전에는 북부 로덴시아(Northern Rhodesia)라고 불리웠던 나라이다. 오늘날 빅토리아 폭포에는 짐바브웨와 잠비아 두 나라 국경을 연결하는 긴 다리(1905년에 건설한 Victoria Falls Bridge)가 있는데 다리 한 가운데 국경선이 그어져 있고 다리 양쪽에는 양국의 출입국 사무소가 있다. 폭포의 크기는 주위를 완전히 압도한다. 이 폭포를 보러 오는 관광객을 위해 짐바브웨 정부는 폭포에서 3km 떨어진 곳에 ‘빅토리아 폭포’라는 마을을 만들었다.


이곳에는 외국 관광객을 위한 숙박시설이 들어서 있으나, 이 마을의 숙박업소, 식당, 가게에서 일하는 현지인은 마을에서 멀리 떨어진 다른 마을에 살며 출퇴근을 하고 있다. 작은 마을 ‘빅토리아 폭포’는 정글지대 안에 있으므로 마을을 벗어나서 폭포로 가는 길은 정글 지대이다(물론 폭포까지는 큰 도로가 나 있다). 폭포의 매표소를 들어가서 잠시 왼쪽으로 가면 이 폭포를, 서양인으로는 1855년에 처음 발견한 영국의 탐험가이며 선교사인 리빙스턴의 동상이 서있다. 그러나 숲 속에 있으므로 일반 단체 관광객은 이를 잘 모르고 그냥 지나쳐 버리기 일쑤다.


현지인들은 이 폭포를 ‘모시오퉁야(Mosi-0-Tunya)’라고 부르는데 이는 ‘천둥치는 안개‘라는 뜻이다. 폭포의 장엄한 모습 옆에는 천연의 정글지대가 펼쳐져 있다. 이 정글속에 들어가 보면 열대 아프리카의 각종 수목이, 폭포에서 날아오는 물보라를 맞으며, 빽빽하게 자라고 있다. 마치 동남아 지역의 울창한 정글 속에 들어 온 기분이다. 그러나 필자가 보고 싶어, 찾고있는 바오밥 나무는 보이지 않는다.

 

사바나 지역에서 생육하는 이 나무는 수천년 동안에 걸쳐서 자라며(천년 이상 자라면 속이 빈다) 많은 아프리카인들은 이 나무가 자기들의 영혼을 다스린다고 믿고 있다. 폭포 관리인을 찾아 물어보니 폭포 매표소를 나와서 폭포의 상류인 잠베지(Zambezi) 강 쪽으로 가면 볼 수 있다고 한다. 관리인은, 그곳은 코끼리와 야생 동물이 갑자기 나타나 사람을 공격하거나 불량배가 외국인을 강탈하는 경우가 있으므로 조심해야 된다고 알려준다. 관리인의 말대로 정말 그곳에는 아무 인적이 없다. 그러나 잠베지 강이 오른쪽에 나타나면서부터 드디어 바오밥 나무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프랑스의 소설가이며 조종사인 생텍쥐페리(2차대전 때, 지중해에서 미제 P38 라이트닝 전투기를 타고서 독일공군기에 격추되어 전사함)가 쓴 ’어린왕자‘에는 어린왕자의 별에 바오밥 나무가 등장한다. 어떻든 간에, 수백 년 동안 자란 거대한 바오밥 나무를 여기저기서 보면서, 순간 아프리카인들이 이 나무에 대해 느끼는 자부심과 감정을 생각해 보았다. 마치 거대한 무가 서있는 것 같다. 마침 필자가 이곳에 간 2월에는 바오밥 나무가 열매를 맺는 시기였다. 나무 가지 여기저기에 망고 열매보다 약간 큰 바오밥 나무의 열매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이날 밤 필자는 이웃나라인 보츠니아 육군이 사용하는 2인용 군용 텐트 속에서 오랜 만에 단잠을 잤다. 고요한 아프리카의 깊은밤, 오른쪽에서는 폭포가 만들어내는 웅장하고 묵직한 물 떨어지는 소리, 그리고 텐트 가까운 수풀과 나무에서 온갖 곤충과 새들이 만들어 내는 자연의 교향곡, 거기다 비스듬한 텐트의 창문(걷어올리게 되어 있음)과 나무 가지 사이를 뚫고 보이는 밤하늘을 꽉 채운 크고 작은 별들을 누워서 보고 있으니, 이제는 언제 죽어도 한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정말 아프리카의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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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주혁. 서울대 농대 임산가공학과를 졸업했다. 1978년 이건산업에 입사해 이건산업(솔로몬사업부문) 사장을 역임했다. 파푸아뉴기니 열대 산림대학을 수료했으며, 대규모 조림에 대한 공로로 솔로몬군도 십자훈장을 수훈했다. 저서로는 <권주혁의 실용 수입목재 가이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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