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사설] 의혹 관련 내정자의 사퇴, 늦었지만 다행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8·8 개각’의 핵심 카드였던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가 어제 자진 사퇴했다. 늦었지만 올바른 결정을 내렸다. 당초 김 후보자는 ‘세대교체’와 함께 차기 대권의 잠룡으로까지 평가돼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더욱이 대한민국 헌정 사상 다섯 번째 40대 총리가 돼 앞으로 정치 지형 변화의 중심에 설 인물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모았었다.

청와대는 인물 검증에서 선출직인 경남도지사를 지낸데다 참신하다는 점을 높게 평가했다. 하지만 김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그동안 제기된 의혹에 명확한 설명을 하지 못했다. 심지어 어느 부분에선 거짓말까지 하는 등 예상과 달리 도덕성에 흠결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정치권 일부에선 ‘양파 총리’라는 비아냥을 서슴없이 했으며, 시민단체에선 ‘소장수 아들이 서민이냐’며 반대 의견을 강도높게 제기했다. 급기야 여당의 자체 여론조사에서도 그의 국회 인준에 반대하는 의견이 높게 나왔고, 일부 소장파 의원은 공개적으로 자진사퇴를 요구했다. 원래 27일 열리려던 국무총리 국회 표결도 결국 무산됐다.

이 시점에 김태호 총리 후보자는 결단이 요구됐는데 어제 자진사퇴로 끝을 냈다. 김 후보자는 자진사퇴를 하면서 “각종 의혹에 억울한 면도 있지만 모든 것이 부덕의 소치이며 사람에게 가장 소중한 미덕은 신뢰”라며 “국민의 믿음이 없으면, 신뢰가 없으면 제가 총리직에 임명된다 해도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국민의 믿음’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자진사퇴한 김 후보자의 결단에 박수를 보낸다. 이날 같은 시각 청와대는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내정자와 이재훈 지식경제부 장관 내정자의 자진사퇴를 밝혔다. 청와대가 각 후보자들과의 사전 교감을 통해 자진사퇴라는 수순을 밟은 것은 일단 국민을 달래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국민의 뜻을 겸허하게 받아들였다는 의미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른 내정자들 가운데 그동안 제기된 각종 의혹을 명쾌하게 풀어주지 못한 사람이 있다.

그들도 김태호 후보자나 장관 내정자와 같은 겸허한 마음으로 국민의 진정한 뜻을 받아들기 바란다. 세 명의 낙마를 계기로 “이 정도면 됐지” 하는 물타기를 한다면 더한 역풍이 불지 모른다. 이제 남은 일은 자진사퇴한 총리 후보자와 장관 내정자들의 후임을 조속히 선임하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번 청문회를 계기로 보다 엄중한 잣대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그 잣대가 어떤 것인지 궁금하지만 서두르지 않았으면 한다. ‘공정한 사회’를 위한 국민의 눈높이가 어느 수준인지 확인하고 인사검증을 해야 한다. 앞으로 후보자로 내정될 사람들도 기억할 대목이 있다. ‘명예는 얻기 어렵지만 잃기 쉽고, 치욕은 얻기 쉽지만 쉽게 잊혀지지 않는다’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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