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식물원이 열어주는 세계의 역사<8>-남아공 컬스텐보쉬 식물원

나무신문 기자

남아프리카 공화국에는 전국에 걸쳐서 9개의 뛰어난 식물원이 있다. 이 가운데 케이프타운에 있는 컬스텐보쉬(Kirstenbosch) 식물원은 남아공이 세계에 자랑하는 식물원으로서 일부 식물학자들은 이 식물원을 영국의 큐(Kew)식물원과 함께 전세계 10대 식물원에 넣기도 한다.


이 식물원은 케이프타운 항구쪽에서 바라보면, 케이프타운의 상징인  테이블 마운틴에 가려서 보이지 않는다. 면적 528ha(약 170만평;여의도 2배)의 거대한 식물원은 테이블 마운틴 뒤쪽에 있기 때문이다. 케이프타운 지역에는 수천년전에도 사람이 살고 있었다는 흔적과 증거물이 여기저기서 발견되었는데 현재 식물원이 있는 곳에서도 고대인류의 유물이 발견되었다.


1652년 10월, 케이프타운 지역의 네덜란드 동인도회사 책임자인 리벡(Jan Van Riebeeck)은 당시 삼림으로 덮여있던 오늘날 식물원 지역을 조사하고  이 지역에서 회사가 필요한 목재를 얻기위해 이 지역의 삼림을 보호하려고 1657년, 삼림전문가인 코메리센(Leendert Comelissen)을 책임자로 임명하였다.

 

코메리센은 이 지역의 나무를 보호하는 한편, 적당한 양을 벌목하고 1659년에는 포도나무를 심었다. 인력이 부족하던 참에, 마침 당시 마다가스카르로 항해하던중 난파된 프랑스 선원들을 고용하여 1660년 겨울에는, 동인도회사와 원주민과의 토지 경계선을 표시하기 위해 주변에 복숭아 나무를 포함하여 참나무, 밤나무, 포플러 등의 나무를 심었다. 당시 원주민 코히코(Khoikho) 부족은 네덜란드 동인도 회사 지역으로 자주 넘어와서 가축을 잡아갔기 때문에 네덜란드인들은 나무를 심어 경계선을 만든 것이다. 

 

이때 심은 나무들 가운데 일부는 아직도 식물원에서 자라고 있다. 1700년대에는 동인도회사 직원인 컬스텐(J.F.Kirsten)이 본격적으로 이 지역을 관리하였다.  그러므로 오늘날 이 식물원의 이름은 관리자의 이름에서 연유한 것이다. 보쉬(Bosch)는 네델란드어로 수풀이란 뜻이므로 컬스텐보쉬는 ‘컬스텐의 수풀’이란 의미이다. 그러나 뒤늦게 케이프타운에 상륙한 영국인들이 네덜란드인들을 몰아내고서 영국인 식민지 행정관인 알렉산더(Henry Alexander)와 그의 비서인 버드(Christopher Bird)대령이 이곳을 관리하였다.

 

1895년, 영국인 로데스(Cecil John Rhodes)가 이 지역을 식민지 행정부로부터  9천 파운드를 내고 구입한 뒤 그는 장뇌 나무(Camphor Tree;학명 Lauraceae Cinnamomum camphora)를 대량으로 식재하였다. 1902년, 로데스가 세상을 떠나자 이 지역은 영국 식민지 정부 소유로 다시 돌아가고, 1913년 7월1일, 정식으로 식물원이 되었다.

 

그리고 남아프리카 지역에서 각종 나무, 관목, 꽃 등을 가져와 식재하고 본격적인 식물학 연구가 시작되었다. 이때 영국 캠브리지 대학에서 식물학을 전공한 페어슨(Harold Pearson)교수와 런던의 큐 식물원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는 마튜(J.W.Mathews)가 첫 큐레이터로 되어 이 식물원은 그 뒤 큰 발전을 이루어왔다. 


케이프타운 시내 한 가운데 있는 (네덜란드 동인도)회사정원 식물원이 무료인데 비해 이식물원에서는 우리돈 4천원의 입장료를 받고 있다. 그러나 이곳을 찾는 국내외 방문객으로  식물원의 매표소는 항상 분주하다. 매표소를 들어가면 왼쪽에 큰 온실이 있는데 온실의 한가운데는 아프리카를 대표하는 바오밥 나무가 기품있는 자세로 서있고, 그 주위를 각종 관목과 꽃들이 둘러싸고 있다. 매표소를 들어가 오른쪽으로 돌면 거대한 테이블 마운틴의 뒤 바위 모습이 방문객을 압도한다. 

 

그 산기슭로 내려오면서 식물원은 전개된다. 120년 전에 영국인 로데스가 심은 장뇌나무는 언덕길 양쪽에 줄을 지어 서 있는데 오랜세월이 지나면서 나무가 커져서 하늘을 가리며 방문객의 발걸음을 시원하게 해준다. 언덕 더 높이 가면서 전세계에서 가져와 심어 놓은 각종 수목들이 빽빽하게 들어서서 언덕을 올라오는 방문객을 맞아준다. 조금 더 올라가면 안내판이 여러개가 붙어 있는데  읽어보니 바로 이곳이 350년전인 1660년의 토지 경계선이다. 둘러보니 정말 그 당시에 심어놓은 나무들이 각자의 관록을 느긋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 가운데 일부 나무는 숲속에  쓰러진 상태로 수간이 썩고  있는 것도 있었다.

 

언덕에 서서 왼쪽으로는 테이블 마운틴을, 오른쪽으로는 푸른 경사면을 덮고 있는 각종 수목과 꽃들을 보자니 이런 곳에서 몇 년 푹 있다가 가고 싶은 생각이 절로난다. 워낙 식물원이 넓으므로 제대로 살펴보려면 2,3일은 열심히 살펴보아야 한다. 언덕을 올라간 길을 택하지 않고 다른 길로 내려오다 보니 경사진 파란 잔디가 넓게 깔려있고 그 밑에는 야외 음악당이 있다. 이곳에서는 자주 야외 음악회가 열린다고 한다. 식물원은 살아있는 박물관이다.

 

남아공 정부가 식물 생명 다양화 보존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것을 필자는 이 식물원을 통해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오늘날 이 식물원은 남아공 국립 바이오다이버서티(Bio-Diversity)협회가  관리하고 있다.

 

 

권주혁 이건산업 고문·강원대 산림환경과학대학 초빙교수


서울대 농대 임산가공학과를 졸업했다. 1978년 이건산업에 입사해 이건산업(솔로몬사업부문) 사장을 역임했다. 파푸아뉴기니 열대 산림대학을 수료했으며, 대규모 조림에 대한 공로로 솔로몬군도 십자훈장을 수훈했다. 저서로는 <권주혁의 실용 수입목재 가이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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