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상생’ 넘어 ‘동반성장’ 시대 연다

펀드 조성은 기본…기술 인력, 경영 등 자문·교육

김환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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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1. SNU프리시젼는 서울대 실험실 벤처 1호 기업으로 세계적인 기술력을 갖췄다. 이 회사는 2002년 LCD패널 핵심 측정장비 PSIS를 개발했지만 단일 품목만으로 시장에서 버텨내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삼성전자는 2006년 LCD 검사장비 국산화를 추진하면서 미세한 측정 능력을 갖추고 있는 이 회사를 찾아냈다. 그리고 협력을 시작해 불과 2~3년 만에 10여개의 검사장비를 만들어냈다.

사례2. 소프트웨어 전문 개발업체 네오플러스는 SK C&C와 지난해 말 프로젝트 관리 솔루션 ‘HiPMS’을 공동개발했다. 이 솔루션은 프로젝트의 주·월 단위 진척률과 투입공수 현황 등 상태를 실시간으로 파악해 지원하고 프로젝트의 미래 성과를 예측하게 하는 국내에서 유일한 종합 프로젝트 관리 솔루션이다. SK C&C는 이 솔루션 개발을 위해 자체 특허 솔루션과 컨설팅, 기술교육을 협력업체인 네오플러스에 지원했다. 』

◆ 2차, 3차 협력업체까지 펀드 지원

이젠 ‘상생’(相生)이 경제의 중심이다. 세계를 강타한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 과정에서 중소기업의 상황이 갈수록 악화되자 대기업이 협력사들의 든든한 보호자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대기업의 사회적 역할 주문하고 있는 가운데 대기업이 진행하고 있는 ‘상생’이 더욱 탄력을 받는다. 협력업체들을 위한 ‘상생펀드’ 조성은 물론 기술과 인력, 경영에 대한 자문과 교육 등 다양한 상생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대기업 협력업체들이 가장 시급하게 해결을 원하는 것은 자금 부문. 주요 기업들의 상반기 실적과 영업이익에서 ‘사상 최대’를 기록하고 있지만 중소기업들은 자금을 호소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소기업의 갈증을 채워줄 ‘상생펀드’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대기업과 협력업체 간 상생을 강조하고 나선 이후 먼저 LG그룹이 나섰다. 이어 삼성전자가 협력업체를 위해 1조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을 발표하는 등 ‘상생펀드’에 대기업이 동참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1조원 규모의 상생펀드 조성을 포함한 ‘상생경영 7대 실천방안’을 지난 8월 16일 발표했다. 과거의 상생활동이 1차 협력업체 중심으로 이뤄졌다면 이번 방안에는 2차, 3차 협력업체로 지원 범위를 늘렸다. 2004년 국내 최초로 임원 단위의 상생협력 전담조직을 두어 협력업체 지원활동을 체계화해온 삼성전자는 2005년부터 협력업체를 대상으로 전액 현금결제를 시행함으로써 협력업체의 현금유동성 개선을 이끌었다. 또 2008년 ‘상생협력실’을 설치해 협력업체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춰왔다.

LG그룹은 1차 협력업체뿐 아니라 2차, 3차 협력업체까지를 대상으로 2500억원 규모의 ‘LG상생협력펀드’를 만들어 앞으로 연간 7400억원 규모의 금융 지원을 할 계획이다. LG그룹은 ‘협력업체와의 동반성장’을 목표로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상생협력 5대 전략과제’를 9월부터 본격 추진 중이다.

LG그룹의 상생협력 5대 전략과제는 ▲우수 중소기업 연구개발(R&D)에 5년간 1000억원 규모의 지원을 하는 그린 신사업 분야 차세대 공동 기술개발 ▲2차, 3차 협력업체까지 자금 지원 및 결제조건의 개선 ▲협력업체를 통한 장비 및 부품소재 국산화 확대 ▲인재 개발 등 협력업체의 장기적인 자생력 확보 지원 ▲협력업체 요청사항을 상시 모니터링하는 상생고(相生鼓) 신설 등이다.

포스코는 1만5000여개 1차 협력업체(298개사)가 2차, 3차 협력업체(1만1783개사)와도 상생협약을 체결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규모가 큰 1차 협력업체를 통해 2~4차 업체까지 상생효과가 파급될 수 있기 때문이다. 상생협약은 포스코가 1차 협력업체와 납품단가 인상계약을 맺을 경우 1차 협력업체가 2차 협력업체에서 납품받는 단가도 역시 인상하도록 명시했다. 또 월 8회 대금 지급 등 결제조건 개선과 ‘테크노파트너십’을 통한 기술 및 교육훈련 지원 등도 포함됐다.

◆ 경영자문, 마케팅 교육 등 ‘상생’ 진화

당장 자금지원으로 협력업체의 어려움은 해소하는 즉각적인 상생방안이 아니라 중소기업을 ‘강소기업’으로 거듭나게 만드는 상생방안들도 마련되고 있다. 상생 방안이 진화를 하고 있는 것이다.

STX그룹은 계열사별로 따로 운영하던 협력업체 관리시스템을 한 곳으로 통합한 ‘STX 멤버스’ 프로그램을 그룹 출범 때부터 운영하며 협력업체들과 다양한 상생협력을 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을 바탕으로 원자재 가격 동향을 협력업체에게 제공한다. 또 매년 우수 협력업체 실무진에게 해외 연수 기회를 주는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중소 협력업체의 자금난 해소를 위해 내년까지 400억원 규모의 특별금융을 지원하는 내용의 대·중소기업 상생협력협약을 체결했다. STX 또 중국 다롄에 동반 진출한 협력업체를 지원하기 위해 산업은행, 10개 협력업체와 공동으로 자본금 7억원의 유한회사를 설립해 STX 다롄 생산기지 내 협력업체들을 대상으로 금융 지원, 경영 컨설팅 등을 펼치고 있다.

KT는 중소기업과의 상생을 다짐하는 ‘3불(不)정책’을 선언했다. 또 이를 전담할 ‘컨트롤 타워’를 만들어 시행 여부를 면밀히 점검하고 있다. ‘컨트롤 타워’는 사업 제안, 사업화, 구매 등 단계별 프로세스를 최적화하고 분야별 전문인력을 배치해 중소 협력업체, 개발자들과 다양하고 적극적인 협력방안을 모색한다. KT가 선언한 3불 정책은 중소기업의 다양한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보호하고, 설령 채택되지 않은 아이디어라 하더라도 일정 부분을 보상함으로써 서로 신뢰를 쌓아 중소기업의 경영환경을 개선해나가겠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이 정책은 ▲중소기업의 자원이 KT로 말미암아 낭비되지 않게 하고 ▲기술개발 아이디어를 가로채지 않으며 ▲중소기업과 경쟁하는 환경을 조성하지 않겠다는 선언 및 해당 전략으로 구성됐다.

SK그룹은 각 계열사의 협력업체 최고경영자를 대상으로 ‘상생 CEO 아카데미’를 연다. 국내 각 대학의 유명 교수들이 강사로 참여하며 경영전략, 마케팅, 리더십, 인문학 등 다양한 주제의 강의와 토론 방식으로 진행해 중소 협력업체 CEO들의 경영역량 제고를 위해 마련한 전문 교육과정이다. 2007년 첫 과정이 열린 이후 올 상반기까지 1335명의 CEO가 이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이 아카데미는 “일회성 상생 프로그램보다 협력사의 경쟁력을 본질적으로 강화시킬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최태원 회장의 지론에 따라 문을 열었다.

이 아카데미는 상생 CEO 세미나 외에 협력사 핵심 부·차장을 대상으로 한 ‘상생 MDP(Management Development Program)’, 온라인 교육과정인 ‘상생 e-러닝’ 등으로 구성돼 있다. 상생 MDP는 경영전략, 재무, 회계, 마케팅 등을 교육하는 ‘미니 MBA’ 형태로 운영된다. 상생펀드 혹은 상생협력으로 대기업이 중소 협력업체와의 관계를 새로 정립하고 있다. ‘갑’과 ‘을’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동반성장 파트너’로서의 발전적인 관계로 진화하고 있다. 대기업과 중소 협력업체와의 관계가 기업마다 방식은 다르지만 지향점은 하나다. 경제성장의 혜택에서 밀려날 수 있는 중소기업을 ‘강소기업’으로 만들어 ‘동반성장’을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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