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불량 방부목은 없다

서범석 기자

“생산시설 점검과 시공현장 관리가 중요하다”

 

H1·H2 등급
‘불량 방부목’의 주범…없애야 한다
엄연한 방부목…소비자 선택의 문제

방부목 사용환경 범주(자료=국립산림과학원)
방부목 사용환경 범주(자료=국립산림과학원)

 

계도기간을 거쳐 오는 10월부터 본격적인 시행을 앞두고 있는 방부목에 대한 품질표시 의무제도가 업계 간 미묘한 입장 차이를 보이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갈등 모두가 긍극적으로는 방부목 시장의 건전한 발전을 위한 한목소리라는 분석이다. ‘불량 방부목’ 퇴출을 위해서는 제품의 단속과 처벌이 아닌 생산설비 점검과 시공현장 관리가 중요하다는 주장이다.


갈등의 대표적인 접점은 방부목 사용환경 범주에서 H1과 H2를 없앤다는 산림청의 방침이다. 산림청에 따르면 소위 ‘불량 방부목’ 문제는 사실 이 H1과 H2 등급 방부목이 H3 등급 이상 방부목인 양 유통되고 쓰이고 있는 데 있다는 것.


때문에 H1과 H2 등급 방부목 생산을 중단해야 시장에서 ‘불량 방부목’을 퇴출시킬 수 있다는 논리다. 이들 등급 방부목 생산을 지금처럼 계속 용인할 경우 ‘불량 방부목’의 생산과 유통, 사용을 막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업계는 찬성과 반대로 양분되고 있다. 정확히 가를 수는 없지만 방부목 생산업체는 찬성, 목조건축자재 유통 및 목조건축 시공업체는 반대로 나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최근 캐나다우드가 한국사무소를 통해 산림청에 반대 입장을 제기한 사실이 전해지면서, 업계 간 물밑 신경전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인천의 모 생산업체 대표는 “캐나다우드가 국내시장에서 H1과 H2 등급을 존속시키려고 하는 이유는, ‘불량 방부목’ 대부분이 캐나다산 SPF 구조재로 만들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며 “국내 방부시장은 어떻게 되든 자기네 나무만 팔아먹으면 된다는 것으로 보여 매우 불쾌하다”고 성토했다.


또 다른 업체 대표 또한 “캐나다우드는 지금까지 국내 목조건축 시장의 올바른 발전을 위해 기술보급에 힘쓰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것 또한 자기네 나무를 수출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한 것이 아닌가 의심된다”며 “캐나다우드는 올바른 목조건축 기술보급만큼 불량 자재의 퇴출에도 협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캐나다우드는 H1과 H2 등급 방부목 퇴출이 목조건축시장 전체의 위축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주장이다. 때문에 일반 시판시장과 관급공사와 같은 특판시장을 분리해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것.


캐나다우드 관계자는 “H1과 H2 등급 방부목이 없어져 SPF 구조재 사용이 줄어든다고 해도, 어차피 다른 수종의 캐나다산 나무로 대부분 대체될 것”이라며, ‘SPF 구조재를 팔기 위해 H1과 H2 등급 존속을 주장하고 있다’는 업계의 분석을 일축했다.


그는 또 “방부목의 품질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데에는 전적으로 동의하고 있다. 하지만 H1과 H2 등급을 없애는 게 품질관리를 강화하는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이들 등급이 없어질 경우 비용이 증가함으로써 목조주택 데크나 상가 외벽재 등 시장에서 목재의 사용이 크게 줄어들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시 말해 공공이 이용하는 관급공사와 구분해 일반 소비자들에게는 지금처럼 H1에서부터 H5까지 선택의 폭을 보장해 줘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이어서 “사실 ‘불량 방부목’ 문제는 일반 소비시장이 아닌 공공시설 공사를 중심으로 불거진 문제다”면서 “일반 목조주택에는 될수록 방부처리가 적게 된 목재를 사용하고, 주기적인 관리와 교체를 하는 게 인체친화적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방부목이 썩는 이유는 대부분 방부처리 자체보다는 시공현장에서 구멍을 뚫는다거나 함부로 절단하면서 노출된 비처리면에 습기가 접촉되면서 발생하고 있다. ‘불량 방부목’ 퇴출은 이와 같은 시공현장을 관리하는 게 더 효과적일 것”이라며 “미국이나 캐나다 등도 흙의 접촉 유무와 같이 사용환경을 더욱 세분화해 관리하는 추세로 발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처럼 목조주택 업계에서 시공현장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처럼, 생산업계에서는 적정 성능을 갖춘 방부목을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갖추고 있는지부터 점검하는 게 순서라는 지적이다.


중동 김태인 대표는 “제대로 된 방부목을 만들기 위해서는 건조로, 자상처리기, H3와 H4의 분리된 약액 탱크, 방부약제 농도측정기가 있어야 한다”며 “건조로가 없으면 11월에서 3월까지와 장마철 등 6개월 동안은 제대로 된 건조를 하지 못한다는 것이고, 대부분의 수종이 사실상 자상처리를 해야 H3 등급 이상 방부할 수 있고, H3와 H4는 처리 약액의 농도가 다르기 때문에 탱크를 분리해야 하고, 약액의 농도를 알기 위해서는 농도측정기가 있어야 한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산수종합목재 강현규 대표는 “우리 회사는 가압 방부로에 디지털계측기를 달아서 디지털 일지를 작성하고 있다”면서 “이 계측기록에는 방부시간은 물론 시간대별 압력 등이 자동으로 기록되고 있다. 이러한 시스템을 구축토록해서 일지만 점검해도 ‘불량 방부목’ 생산의 80~90% 이상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 대표는 또 “단속 전에 생산자들의 애로사상이 무엇인지부터 챙겨야 한다”며 “예들 들어 생산업체들이 약액 농도 관리에 애를 먹고 있는데, 산림과학원에서는 생산자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는 농도측정기 같은 것을 개발해 보급하는 데 우선순위를 두고 힘써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편 H1과 H2 등급을 존속시켜야 한다는 캐나다우드 등 업계의 주장에 대해 산림청의 입장변화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학원 관계자는 “H1과 H2 등급의 생산과 유통을 허용할 경우 현실적으로 이들 제품이 ‘불량 방부목’으로 둔갑하는 것을 막을 방법이 없어 보인다”며 “캐나다의 주장 역시 우리나라와 기후환경 등이 다르기 때문에 그대로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방부목에서 H1과 H2 등급을 없앤다는 산림청의 입장에는 변함이 없으며, 9월까지 이에 대한 고시를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나무신문 / 서범석 기자 seo@imwoo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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