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돈도 싫다, 이러다 죽겠다"…르노삼성 노조 16년만에 출범

김동렬 기자

[재경일보 김동렬 기자] 르노삼성자동차 노동자들이 심각한 노동강도 개선을 위해 대규모로 금속노조에 가입하고 16년만에 노동조합 조직을 만들었다.

22일 자동차업계 및 노동계에 따르면, 르노삼성 부산공장 노동자 100여명은 지난 21일 오후 전국금속노동조합 부산양산지부 회의실에서 금속노조 가입 및 르노삼성자동차지회 설립총회를 가졌다.

이날 금속노조에 가입한 이들에 따르면, 총회 장소 주변에 회사 노무팀 관리자들이 나타나 조합원들을 감시하기도 했다. 총회에 모인 노동자들은 르노삼성의 극심한 노동강도를 낮추고 근로조건을 개선하기 위한 노조활동을 본격적으로 펼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르노삼성은 1995년에 삼성자동차로 설립되어 1997년 IMF 금융위기때 파산지경에 이르러 심각한 노동쟁의가 벌어졌으며, 2000년 프랑스 르노로 경영권이 넘어갔다. 연 10만대 생산규모였던 르노삼성은 연 30만대 규모로 성장했고, 지난해에는 27만대를 생산했다.

올해는 생산능력을 상회하는 31만4000대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생산설비 확장, 인원 충원은 하지않고 노동자들을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의 노동강도로 내몰았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박종규 르노삼성 지회장은 "20대 중반에 입사한 젊은 노동자들도 4, 5년이 지나자 온몸이 골병이 들고 '돈도 싫다, 이러다 죽겠다'며 심각한 노동강도를 하소연하고 있다. 이곳 노동자들은 이제 돈보다 생명과 건강을 중시하는 작업조건을 만들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또한 "해마다 임금인상이 회사와 사대위(사원대표자위원회)의 협상으로 일방적으로 결정되면서 다른 완성차의 수준을 따라가지 못했다"며 "올해부터 이를 심각하게 느낀 생산현장의 노동자들이 금속노조에 가입해야 한다며 모여들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노조에 따르면 자동차 한 대를 생산하는데 소요되는 시간을 나타내는 조립생산성(HPV)은 현대자동차가 31.3인데 비해 르노삼성은 24.5이며, 시간당 생산량(UPH)도 64로 40 정도인 타사보다 월등히 높다. 그만큼 짧은 시간 안에 차를 생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조합원은 "특히 조립 등 직접생산라인 근무자들의 불만이 높다"며 "명목상 주간2교대지만 실제 효과는 전혀 없다"고 했다. 현대차 사내하청 출신이라는 또 다른 조합원은 "현대차에서는 3~4명이 붙어서 하는 일을 여기에서는 1명이 한다. 볼일을 볼 시간도 안 준다"며 "입사초기에는 다시 돌아가고 싶었다"고 토로했다.

사대위에 대한 불신과 불만도 심각한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르노삼성에는 노조 없이 사대위가 노조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었는데, 사대위는 현장의 노동자들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HPV·UPH 강화를 사측과 합의해왔다.

한 조합원은 "노동강도, 임금 및 노동조건에 대한 불만을 전혀 해소해주지 못하고 있다"며 "현 6대 사대위의 경우 90%라는 조립라인의 절대적 반대에도 불구하고 증산과 관련없는 수당만 받아가는 영업과 연구소 관련 사안 등을 앞세워 합의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전임 사대위 위원장은 퇴임후 전원 간부로 승진한다"며 "일부 사대위원은 노무부서 간부로 있다"고 덧붙였다.

르노삼성 노조는 생산현장에서 노동자들에게 노조의 필요성을 적극 선전하면서 조직을 최대화 한다는 방침이다. 금속노조도 르노삼성에 노조의 금속노조 가입과 지회 설립사실을 통보하고, 단체협약 체결을 위한 간담회와 단체교섭 체결을 위한 요구를 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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