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기자수첩] 저축은행 부실, 진료받듯 다 드러내야

김동렬 기자

[재경일보 김동렬 기자] 저축은행 영업정지 사태 여파가 점입가경이다. 고객들의 불만섞인 고성과 항의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 영업이 정지된 한 저축은행의 행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기까지 했다.

이번 사태는 연초에 있었던 부산저축은행 때와 매우 유사하다. 영업정지를 걱정해 미리 돈을 인출하려던 고객들에게 "우리는 아무 문제없다"면서 적극적으로 예금 인출을 만류했다.

금융위원회의 발표를 앞둔 지난 16일 저축은행에 영업정지 여부를 물으면 "우리는 대형 저축은행에 속하고 큰 문제가 없으니 걱정말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심지어 토마토저축은행의 경우 'BIS 자기자본비율이 8%'라는 허위 광고를 하며 예금자들을 안심시켰다.
 
금융당국은 연초에 추가 영업정지는 없을 것이라며 금융소비자들을 안심시켰다. 게다가 지난 7월에도 저축은행 대책을 발표하면서 "9월 하순까지 저축은행 영업정지는 없을 것이다"고 했다.

이번에 영업정지 된 저축은행들은 지난 12월까지만 하더라도 우량 또는 정상이던 곳들이다. 네 곳은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이 8%를 넘었으며, 건전성 기준인 5%를 약간 밑돈 곳은 단 한 곳이었다.

하지만 금융감독원의 정밀 감사 후, 이들의 BIS 비율은 6월말 기준으로 거짓말처럼 마이너스로 뒤집혔다. 기관 및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를 미리 알고 있었는지 영업정지 조치 전에 주식을 다 팔고 빠졌다.

또한 금융당국은 이전 발표와 달리 지난 8월 울산의 경은저축은행을 영업정지 시켰고, 이번에는 7개 저축은행들에 같은 조치를 내렸다. 다시 추가 영업정지는 없을 것이라고 하지만, 반복되는 상황을 보면 이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 대다수다.

여기에 자체정상화를 추진하도록 결정된 6개 저축은행도 있다. 당국은 저축은행에 대한 불필요한 불신 확산을 막기 위해 명단을 밝히지 않고 있지만, 오히려 전체 저축은행에 대한 불신을 키우고 있는 양상이다.

저축은행 고객들은 영업정지 대상 뿐만 아니라 검사결과를 전면 공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지금도 많은 저축은행들이 부실해지고 있을지 모르는데, 우리는 외국인이나 기관처럼 정보가 없어 당하기만 하지 않느냐"고 목소리를 높인다.

저축은행이 부실해진 이유로는 부산저축은행과 마찬가지로 불법·탈법을 자행했기 때문인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마치 주머니의 쌈지돈처럼 특정인이나 특정 회사에 불법적으로 대출을 해주고 규정을 어겨가면서 영업을 하다가, 부실을 감당하지 못할 만큼 커져버린 것이 공통점이다.
 
또한 모두 믿기 어려울 만큼 허술한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이 대부분이라 부동산 경기 침체와 함께 더욱더 부실을 감당하지 못하게 됐다. 더구나 거액의 부실 PF대출을 속이기 위해 일반 대출처럼 숨겨 온 사실도 새로 밝혀졌다.

금융권에서도 이번에 영업정지된 저축은행들이 6개월만에 경영악화가 되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당국의 봐주기 관리 감독으로 인해 그동안 감춰졌던 부실과 비리가 드러났기에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것이다.

따라서 금융당국은 시장의 충격을 우려해 저축은행의 부실을 숨기려고만 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번 기회에 정확한 정보를 공개해 부실한 저축은행은 자연스럽게 구조조정되도록 하는 것이 합리적으로 보인다. 환부를 모두 드러내지 않는 이상, 완치는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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