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이정환 전 한국거래소 이사장 "청와대 실세에 쫓겨났다... 거래소 공공기관 지정해제 돼야"

이영진 기자

[재경일보 이영진 기자] 이정환 전 한국거래소(KRX) 이사장이 한국거래소의 공공기관 지정과 자신의 사퇴가 당시 청와대 실세의 의해 이루어졌다면서 한국거래소의 공공기관 지정 해제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 전 이사장은 11일 오후 부산에서 '한국거래소 이사장 사퇴 2주년에 즈음하여'라는 성명 발표를 통해 "한국거래소 공공기관 지정이 우리나라 자본시장의 역사를 20년 이상 거꾸로 돌렸다"며 이를 즉각 해제해 줄 것을 촉구했다.

이 전 이사장을 사퇴로 몰아간 결정적 계기가 된 것이 2009년 1월 거래소를 공공기관으로 지정한 것이었는데, 이를 바로잡아 줄 것을 요구한 것이다.
 
이 전 이사장은 정부의 거래소 공공기관 지정에 끝까지 반대했으나 자신의 버티기 때문에 조직이 망가진다고 판단해 결국 사퇴를 결심하게 됐다.

이 전 이사장은 취임 직후부터 정부의 괘씸죄에 걸려 사퇴를 종용받는 한편, 금융감독원, 감사원, 검찰 등으로부터 전방위적인 감사와 계좌 추적 등을 당했다.

특히 그는 이날 한국거래소의 공공기관 지정과 자신의 해임의 과정을 밝히며, 이 모든 일의 배후에 청와대 실세가 개입되어 있다고 밝혀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전 이사장에 따르면, 한국거래소 공공기관 지정을 전후한 2009년 1월 19일 청와대 비서진 개편에 따라 윤진식씨가 경제수석으로 임명되고, 박영준씨가 국무조정실 국무차장으로 정권핵심에 재진입하면서 한국거래소 공공기관 지정이 급물살을 탔다.

당초 기획재정부의 공공기관운영위원회가 2009년 1월 22일 개최될 예정이었으나 일주일 뒤인 1월 29일로 돌연 연기됐고, 그 사이 새로 부임한 윤진식 경제수석과 박영준 국무차장 주도로 한국거래소 공공기관 지정이 최종 결정됐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윤 경제수석이 2009년 1월 28일 서울에서 이 전 이사장을 만나 한국거래소 이사장직을 사퇴할 것을 종용했다고 밝혔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모두 폭로한 후 이 전 이사장은 "한국거래소 공공기관 지정은 윤진식 경제수석의 총지휘 아래, 박영준 국무차장이 행동대장을 맡고 강만수 당시 기획재정부 장관과 진동수 당시 금융위원장이 조연 역할을 맡아 급조한 작품"이라며 "100% 민간자본으로 구성된 한국거래소와 증권선물시장을 정부통제 아래 두기 위한 반시장주의적인 조치"라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가 부산 금융중심지의 상장이자 부산시민의 자존심인 한국거래소를 강탈한 뒤 이사장 및 임원 인사는 물론 모든 예산과 투자계획을 통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전 이사장은 "정부가 낙하산 인사 대신 주총을 통해 선임된 이사장을 사퇴시키기 위해 제도와 원칙을 바꿔 한국거래소를 공공기관으로 지정했다"며 "이제라도 관치금융으로 묶인 한국거래소를 정상화시키고 자본시장을 안정적이고 투명하게 정착시키기 위해 한국거래소를 제자리로 돌려놓아야 할 것"이라며 한국거래소의 공공기관 지정 취소를 다시 한 번 요구했다.

저작권자 © 재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 기사

[정책 톺아보기] 대학 등록금 인상 한도 하향, 부담은 누가 지나

[정책 톺아보기] 대학 등록금 인상 한도 하향, 부담은 누가 지나

교육부가 내년도 대학 등록금 법정 인상 한도를 다시 낮추면서 고등교육 재정 구조를 둘러싼 논쟁이 재점화되고 있다. 장기간 이어진 등록금 동결 기조 속에서 대학 재정 압박과 가계 부담 완화라는 두 목표가 동시에 충돌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슈인 문답] 쿠팡 청문회 논란, ‘셀프조사’가 남긴 쟁점은

[이슈인 문답] 쿠팡 청문회 논란, ‘셀프조사’가 남긴 쟁점은

쿠팡을 둘러싼 개인정보 유출과 노동환경 논란과 관련해 국회 청문회가 31일 이틀째 이어지며 ‘셀프조사’의 한계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조사 과정의 독립성 부족과 노동자 보호 미흡 문제가 맞물리면서, 플랫폼 기업 전반을 겨냥한 제도 개선 요구가 확산되고 있다.

[이슈인 문답] 응급실 ‘뺑뺑이’ 반복, 구조적 원인은 무엇인가

[이슈인 문답] 응급실 ‘뺑뺑이’ 반복, 구조적 원인은 무엇인가

응급환자가 병원을 찾지 못한 채 이송을 반복하는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 문제와 관련해 김정언 중앙응급의료상황실장이 29일 서울 중구 광역응급의료상황실에서 “전산 정보만으로는 실제 수용 가능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최근 논란이 된 부산 고교생 응급환자 사망 사례를 계기로, 응급실 미수용 문제를 단순한 병상 부족이나 이송 지연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는 현장 의료진의 문제의식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슈인 문답] 은둔형 외톨이 5%, 사회적 고립 구조화

[이슈인 문답] 은둔형 외톨이 5%, 사회적 고립 구조화

한국 사회에서 은둔형 외톨이가 차지하는 비중이 약 5%에 이른다는 조사 결과가 공개됐다. 사회적 고립이 개인의 선택이나 성향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 위험으로 굳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수치다. 이번에 드러난 실태를 중심으로 고립의 원인과 제도적 대응 과제를 문답 형식으로 짚어본다.

[정책 톺아보기] 에너지바우처 추가 지원, 취약계층 체감도는

[정책 톺아보기] 에너지바우처 추가 지원, 취약계층 체감도는

정부가 등유·LPG를 주로 사용하는 난방 취약 가구를 대상으로 에너지바우처를 추가 지원하기로 하면서 겨울철 에너지 복지 정책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고환율과 연료비 상승이 맞물리며 취약계층의 난방비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나온 조치다. 다만 일회성 지원의 한계와 제도적 보완 필요성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정책 톺아보기] 노란봉투법 가이드라인 공개, 사용자 책임 어디까지

[정책 톺아보기] 노란봉투법 가이드라인 공개, 사용자 책임 어디까지

노동조합법 개정에 따른 이른바 ‘노란봉투법’ 가이드라인이 26일 공개되면서 사용자 책임 범위를 둘러싼 논쟁이 다시 불붙고 있다. 내년 3월 10일 법 시행을 앞두고 정부가 현장 혼선을 줄이기 위해 해석 지침을 제시했지만, 원청 책임의 범위와 노동쟁의 인정 기준을 두고 노동계와 경영계의 시각 차는 여전히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