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퇴직연금제도, 여전히 '무늬만 연금'

퇴직급여, 연금으로 받는 사람은 0.2%에 불과

김동렬 기자

[재경일보 김동렬 기자] 국민연금, 개인연금과 함께 3층 연금체계의 한 축인 퇴직연금제도. 하지만 퇴직급여를 연금으로 받는 사람이 0.2%에 불과해 노후대비라는 제도의 취지가 무색한 것으로 분석됐다. 1인당 퇴직급여 수령액도 3103만원에 그쳐 실질적으로 노후에 도움이 안 되는 것으로 지적됐다.

삼성생명 은퇴연구소는 최근 이같은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자사 퇴직연금에 가입한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 가입자 중 2009년 1월부터 올해 지난 8월에 퇴직급여를 받은 1만2727명을 분석한 결과다.

◆ 문제는 '소득공제율'

삼성생명은 퇴직금 지급시점에 연금수령 조건(만 55세 이상)에 맞는 1575명을 분석한 결과 단 3명(0.2%)만이 퇴직금을 연금으로 받고 있으며, 나머지 1572명은 일시금으로 받았다고 밝혔다. 퇴직금을 연금으로도 받을 수 있도록 해 근로자의 안정적인 노후를 보장하려 했던 퇴직연금제도의 취지와 맞지 않는 것이다.

보고서는 이같은 결과가 퇴직급여를 연금으로 받을 만한 이유가 없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퇴직 일시금은 분류 과세로 공제혜택이 많아, 퇴직소득세 계산시 일단 40%를 정률공제하고, 근속년수에 따라 한번 더 공제한 후 '연분연승법'으로 산출하기 때문에 대부분 최저소득세율이 적용된다.

반면 퇴직급여를 연금으로 받는 경우 연금소득이 늘어날수록 공제율이 작아지고 다른 연금소득과 합산과세된다. 또 연간 총 연금소득(국민 퇴직 개인연금)이 600만원을 초과하게 되면 종합소득세가 적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 퇴직일시금은 정률공제이므로 퇴직금 크기에 상관없이 40%가 공제되는 반면, 연금소득은
▲ 퇴직일시금은 정률공제이므로 퇴직금 크기에 상관없이 40%가 공제되는 반면, 연금소득은 연금 크기가 늘어날수록 공제율이 떨어진다.

이에 따라 퇴직연금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연금소득에 대한 공제한도를 현행 900만원에서 1200만원으로 확대하고, 연금소득세 산출시에도 퇴직소득세와 마찬가지로 정률공제를 신설하는 등 세제혜택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보고서는 영국의 경우 근로자의 안정적 노후생활을 위해 퇴직금의 75% 이상을 연금으로 받도록 강제화하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도 이에 준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 '혜택도 적고, 액수도 적고…'

보고서는 소득공제율 문제와 함께, '베이비부머'가 실제 받은 퇴직급여 금액도 1인당 3103만원(DB·확정급여형 기준)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DC형(확정기여형)이나 IRA형(개인퇴직계좌)의 금액은 DB형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 제도 유형별 퇴직급여 수령액
▲ 제도 유형별 퇴직급여 수령액

이처럼 퇴직급여 금액이 작은 이유는 많은 가입자들이 퇴직금을 중간정산 받았기 때문으로 판단됐다. 퇴직연금제도 취지에 맞게 노후자금으로 퇴직금을 유보해둬야 하지만 주택자금, 생활자금 등에 일시금으로 소진해 버리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40대 퇴직연금 가입자의 71%, 50대 가입자는 81%가 중간정산 받은 것을 후회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아울러 기업규모가 작을수록 퇴직급여 금액이 더욱 낮아 중소기업 근로자의 노후준비 상황은 더욱 취약했다.
 
보고서는 이에 따라 2005년 12월 도입된 퇴직연금제도가 더욱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근로자의 노후자금이 소진되는 것을 제도적으로 막고, 근로자 스스로도 퇴직연금 추가납입 등의 방법으로 노후자금을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윤재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연구원은 "과거 퇴직금 제도에서는 회사 부도 등으로 인해 퇴직금을 받지 못하는 문제가 중심이었다면, 퇴직연금제도는 이에 더해 근로자들의 안정적인 노후생활 유지라는 측면까지도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퇴직연금에 대한 제도 보완을 통해 보다 많은 금액의 연금 수령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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