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박성민 기자] 중소가맹점으로 시작된 카드사 수수료 인하요구가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음식점 주인들이 지난달 중순 결의대회를 열어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를 촉구한 데 이어 이달 하순부터는 유흥주점, 안경점, 학원을 비롯한 60여개 분야의 자영업자들이 지역별로 집회, 시위, 파업 등 집단행동을 할 예정이다.
이들 외에 관광호텔, 병원, 주유소, 편의점 등의 사업자들도 잇달아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대부분 재벌이나 은행의 계열사인 신용카드 회사들은 자의적으로 높은 수수료를 부과해 막대한 이익을 올린다는 비난을 듣고 있으며, 사업자들의 요구가 이처럼 증폭되는 이유는 수수료율 체계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금융위원회는 수수료를 인하하도록 압박하고 나섰고 내년에 총선과 대선을 치러야 하는 여야 정당도 자영업자들의 표심을 잃지 않기 위해 한나라당에서는 수수료율 차등 부과를 금지하는 내용으로, 민주당에서는 금융위가 수수료율의 기준을 정하게 하는 내용으로 각각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안을 발의하며 수수료 인하를 위한 정책과 법안을 부랴부랴 만들고 있다.
지금 우리는 가격 결정이 수요공급 원리에 의해서가 아닌 관련 업계와 정부 사이의 힘겨루기에 의해 이루어지는 상황을 보고있다. '가격'은 시장에서 경쟁의 과정을 거쳐 결정되는 것이고, 그렇게 결정된 가격이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한다는 경제법칙이 작동하지 않고 있는 '시장 실패'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원인은 정부에 있다. 신용카드 시장에서 공정한 경쟁이 이루어지도록 규칙을 정하고 감시ㆍ감독을 해야 할 정부가 그동안 이러한 임무를 수행하지 않았다. 애초에 모든 가맹점에 대해 신용카드 수납을 의무화하여 가맹점과 신용카드 회사 사이에 힘의 불균형이 생겨나게 한 것은 정부였다. 금융당국이 뒤늦게 수수료율 체계를 점검하겠다고 나섰지만, 그동안 신용카드사의 탐욕과 금융당국의 무신경이 가맹점과의 카드 대란을 자초했다.
중소소상공인 단체는 수수료 원가를 공개해야 수수료의 합리성을 따질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고, 카드사는 수수료 원가를 산정·공개하는 것은 어렵다는 입장을 보이며 금융당국과 카드사가 팽팽히 맞서고 있다. 현재 여신금융협회는 가맹점수수료에 대한 원가분석을 금융연구원에 용역 의뢰해 놓은 상태다.
용역을 담당한 금융연구원 이재연 선임연구위원은 "대형가맹점과 중소가맹점 간의 수수료 격차를 줄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현재 200여개에 달하는 업종별 수수료율을 결제금액과 건수 등에 따라 단순화하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카드사들은 중소가맹점 수수료 인하 조치로 올해 순익이 2천여억원 가까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데 모든 업종에 대해 수수료율을 같게 매기면 적자가 불가피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현재 수수료율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마케팅 비용과 결제서비스 대행회사(VANㆍValue Added Network) 수수료다. 수수료율을 낮추려면 우선 이 부분을 줄일 방안을 고민해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또한 업종별 차별 관행이 있음도 부정하기 어렵다. 카드사가 매출과 이익을 많이 가져다주면서 연체율이 낮은 업종의 수수료를 깍아주는 방식을 가지고 가고 있어, 어떤 업종은 수수료율이 4.5%에 이르고 같은 업종 안에서도 종합병원과 일반병원, 가축병원의 수수료율이 다르다. 요율 실태를 보면 교섭력이 약한 중소가맹점을 차별하는 관행이 자리잡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정치권과 금융당국은 가격을 옥죄는 것만 가지고 수수료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수수료 인하와는 별도로 직불카드와 체크카드 활성화, 영세가맹점의 협상력 증진 방안 등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에 직불카드 사용 활성화를 위해 직불카드에 대해 세금 공제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혜택도 검토중이며, 금융위원회는 연말까지 신용카드 사용을 억제하고 체크카드 사용을 넓힐 방안을 골자로 하는 카드 구조개선 대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사용자중심 결제' 방식이 카드수수료를 낮출 수 있는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카드수수료 중의 신용카드의 발급과 처리 비용, 가맹점의 단말기 설치 및 통신 비용 등의 서비스 운영비용을 모바일 결제를 활용한 '사용자중심 결제' 방식으로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위 고위관계자는 "비용이 들어가는 신용카드를 쓰는 한 수수료율은 불가피하다"며 "직불카드를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카드 수수료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신용카드에 편향된 국내 카드시장 구조를 바꿔야 한다. 카드사 스스로 거래비용이 많이 드는 신용카드 발급을 자제하고, 체크카드 보급 등 수수료 문제 해결을 위한 다각도의 검토가 있어야 할 것이다.








![[금융진단] 미 증시, 지정학 완화·빅테크 반등에 상승](https://images.jkn.co.kr/data/images/full/982892/image.jpg?w=288&h=168&l=50&t=4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