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김동렬 기자] 카드론 보이스피싱 피해자가 500명에 달하고 피해 규모만 100억원이 넘고 있다. 보이스피싱 피해자 모임을 통해 파악된 피해자만 이정도이니 실제 피해사례는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전직 은행지점장인 사람까지도 카드론 피싱에 피해를 입을 정도로 이번 보이스피싱 사건은 일반인이 보이스피싱이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그 수법이 치밀했다. 하지만 문제의 핵심은 범죄 수법이 아니라 카드론 이용절차에 있다.
우선 신용카드 발급 신청서에는 카드론에 대한 언급 자체가 없다. 따라서 카드발급 당시 고객은 카드론이 있다는 것 자체를 인지할 수 없다.
또한 카드론 이용한도를 늘리는데 있어 고객의 동의를 전혀 구하지 않고 있다. 자신의 카드론 한도가 언제 얼마가 늘었고 왜 늘었는지 조차 고객들은 알 수 없고, 카드 이용을 하지 않아도 카드론 한도는 늘어나 애초에 사고의 위험성을 지니고 있었다.
특히 카드론 대출에 있어서도 전화 한통에 비밀번호와 CVC 코드만 알려주면 별도의 확인절차 없이 대출이 진행되다보니, 결국 본인이 모르는 사이에 한도가 생기고 본인이 모르는 사이에 대출이 진행될 수 있는 구조적인 함정을 갖고 있었다.
그동안 가계부채가 문제시 되면서 급증하는 카드론에 대한 문제제기 역시 지속적으로 이뤄져왔지만, 카드사들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고객이 이용의사를 밝히지 않았음에도 카드론 한도를 먼저 설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카드론 영업을 확대해왔다. 결과적으로 카드론 보이스피싱 사건은 카드사의 무분별한 영업행태가 불러온 비극이다.
이번 보이스피싱 사건의 경우 피해자들이 집단 소송 움직임을 보이면서 최근에야 불거졌지만, 사건이 발생한 것은 최근의 일이 아니다. 보이스피싱 문제가 심각해지자, 지난 5월말 금융감독원은 각 카드사에 대출신청시 본인확인 절차를 강화할 것을 지도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카드사들은 이를 무시하고 서로 경쟁적으로 카드론 대출영업을 하기에 급급했다. 사실상 카드사들이 보이스피싱의 위험성을 알고도 카드론 이용절차에 대한 개선이나 소비자들에게 주의를 주지 않음으로써 범죄환경을 제공한 셈이다. 이는 범죄에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을 알고도 방치한 미필적 고의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신용카드사들이 보이스피싱 사건의 공범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금융소비자협회 측은 사건의 책임이 상당부분 카드사들에 있는 만큼, 카드론 원금에 대해 감면 조치를 실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또 카드 발급 시 카드론 이용을 동의하지 않은 고객에 대해서는 카드론 한도제공을 중단하고, 마이너스 통장처럼 고객이 카드론 이용신청을 한 후에 카드론 한도가 발생할 수 있도록 조치가 필요하다는 주문이다.
카드론 이용 한도는 카드사가 임의로 정할 것이 아니라 고객이 정한 한도 이상의 금액을 제공하는 것이 중단되어야 하고, 카드론 이용 절차에 있어서도 고객 본인 확인 절차가 강화돼야 한다는 것이 협회의 입장이다.
실제로 일정 금액 이상의 대출에 대해서는 반드시 서면으로 본인확인 절차를 거치고, 이자율·연체이자율·변제기간·대부금액 등 주요사항에 대한 안내가 이뤄졌어야 했다. 소액대출이라 하더라도 대출이 이뤄지기 전 카드사가 고객의 휴대전화를 통해 확인 과정을 거친 후에 대출이 이뤄질 수 있도록 했다면, 대부분 막을 수 있는 보이스피싱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카드사들은 이번 사건을 개인정보를 유출한 개인의 탓으로 돌리고 있다. 카드사들은 이처럼 소비자를 기망하는 행위를 중단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노력을 약속해야 한다. 금융당국 역시 카드론 이용제도에 대한 개선이 이뤄질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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