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안진석 기자] 유럽 재정 위기가 전 세계를 강타한 최근 석달 동안(9월~11월) 국가 신용등급이 19건이나 무더기로 강등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2008년 리먼브라더스 파산에 따른 금융위기 이후 단기간에 가장 집중으로 이뤄진 신용등급 강등이다.
특히 스페인, 이탈리아, 벨기에 등 유럽 선진국들의 신용등급마저도 줄줄이 강등돼 유럽의 재정위기가 얼마나 심각한 지를 보여주고 있다.
리먼 사태 이상의 파괴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심상치 않은 유럽의 모습으로 인해 전 세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내 기업들에게도 '신용 리스크'가 번질 것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30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무디스, 피치 등 3대 국제 신용평가사는 지난 9~11월까지 3개월 동안 14개 국가에 대해 19건의 신용등급 강등 조치를 내렸다.
이는 올해 전체 신용등급 하향조정 건수인 61건의 31%에 해당하는 것으로, 미국 경기둔화와 유럽 재정위기로 인해 이 기간 세계 각국의 신용도가 크게 낮아졌기 때문이다.
월별로 살펴 보면, 지난 9월에는 뉴질랜드, 슬로베니아, 몰타, 이스라엘, 이탈리아의 신용등급이 강등됐고, 10월에는 슬로베니아, 이탈리아 추가 강등에 이어 스페인, 벨기에, 캄보디아, 이집트가 강등 대열에 합류했다.
그리고 이번 달에는 벨기에 추가 강등에 이어 포르투갈과 동유럽 국가인 헝가리의 추가 강등 소식이 들려왔다.
이로 인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단기간에 가장 많은 강등이 이뤄지는 기록을 남기게 됐다.
2008년 리먼 사태가 터진 다음 달인 2008년 10월에는 14건의 신용등급 강등이 있었고, 11월 16건, 12월 10건에 달했다. 이 때는 석달 사이에 40건의 강등이 이뤄졌다. 그리고 이듬해 1월에는 5건으로 줄어들며 안정세를 찾기 시작했다.
리먼 당시 보다는 강등 건수가 작지만 당시보다 더 큰 우려를 낳고 있는 것은 최근의 신용등급 강등이 유럽의 선진국 위주로 이뤄졌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전 세계에 미칠 타격이 더 크고 심각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무려 40여건의 넘는 도미노 신용등급 강등이 이뤄진 리먼 사태 때는 명단에서 서유럽 선진국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지만 그 때의 절반 수준의 강등이 이뤄진 이번에는 유럽 경제 대국인 이탈리아와 스페인, 벨기에, 이집트 등이 이번 신용등급 강등 대상에 대거 포함됐다.
3년 전에는 주로 아르헨티나, 에콰도르, 파키스탄, 루마니아, 불가리아, 러시아, 우크라이나 등 아시아, 남미, 동유럽 국가들을 대상으로 신용등급 강등이 이뤄져 사태의 조기 수습이 가능했었다.
하지만 이런 가운데 무디스는 최근 유럽연합(EU) 모든 국가의 신용등급 강등을 경고하고 나서 앞으로도 추가적인 신용등급 하락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따라서 유럽 국가의 신용등급 강등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특히 프랑스는 계속해서 신용등급 하락 대상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는 단시간 내 시장 여건을 안정시킬 수 있는 효과적인 정책 수단이 유럽연합과 유로존에 없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다.
유럽 국가뿐만 아니라 선진국인 일본과 미국 등도 신용등급 강등의 우려가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어 상황이 매우 좋지 못하다.
한편, 국가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되면서 국내외 기업들의 신용등급 하향 조정도 잇따르고 있다.
S&P는 29일(현지시간) 뱅크오브 아메리카, 골드만삭스, 씨티그룹, 웰스파고, JP모건 체이스, 모건스탠리 등 미국 금융기관 37곳의 신용등급을 일제히 내렸다. 그러면서 스미모토 미쓰이, 미즈호 등 일본 금융회사들의 신용등급 전망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각각 내렸다.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 기업들의 신용등급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국내 기업들은 수출에 크게 의존하고 잇어 선진국 경기침체는 곧바로 실적 악화로 이어져 신용등급 하락을 일으킬 수 있다.
이미 S&P는 올해 들어 SK텔레콤, POSCO, LG전자, POSCO건설, 외환은행, 신세계 등 국내 기업들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한 바 있다. 무디스도 5개 기업의 신용등급을 내렸고 1개 기업은 올렸다. 피치도 국내 기업 3곳의 신용등급을 내렸다.
KB투자증권 이재승 연구원은 “아시아권 기업들은 2008년 리먼사태 이후 빠른 실적개선으로 경기 회복을 주도했지만 최근 유럽위기로 다시 악영향을 받고 있다”며 “특히 한국과 중국, 홍콩 기업의 등급 하향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 “세계 경기둔화와 금융시장 불안이 지속돼 수출 위주의 산업구조를 가진 한국기업들의 신용도 하락은 당분간 지속될 수밖에 없다”며 “국내 신평사들은 상대적으로 후한 등급을 줘 왔기 때문에 등급 하향조정이 전보다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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