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의료급여' 예산 바닥, 미지급액 3천억원 이상

2년째 연말 미지급 사태..의협 "이자 달라

배규정 기자
[재경일보 배규정 기자]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 등 생활이 어려운 국민에게 국가가 치료비 전액 또는 일부를 지원하는 '의료급여' 제도가 대규모 예산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8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 1일 현재 예산 부족으로 병원 등 의료기관에 지급하지 못하고 있는 의료급여 비용은 모두 3천315억원에 이른다.

현재의 의료급여 재원 마련은 정부(국고)와 지자체가 5대 5 또는 8대 2 정도의 비율로 나눠 확보하는데, 우선 보건복지부 등의 추계를 거쳐 한 해 예산이 확정한 뒤 매달 거의 같은 액수로 나눠 20일께 예탁해놓고, 의료기관이 청구한 진료비를 지급한다.

어떤 달 지급에 필요한 진료비가 예탁된 예산을 넘어설 경우, 부족한 금액은 다음달 예산에서 당겨 쓰는 방식으로 메워진다.

이처럼 월 예산 기준 초과 지급이 누적되면, 결국 연말께는 아예 한 해 의료급여 비용, 즉 예탁금이 모두 바닥나 지급이 중단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올해의 경우 약 4조7천억원 정도의 의료급여 예산이 마련됐으나, 지역마다 차이는 있지만 11월부터 대부분의 예탁금이 모두 소진된 상황이다.

현재 예탁금이 남아 의료급여 비용 지급이 가능한 지역은 16개 시·도 가운데 전남이 유일하다. 예탁금 부족에 따른 지역별 의료급여 미지급액 규모는 ▲부산 728억원 ▲서울 467억원 ▲대구 330억원 ▲경북 283억원 순으로 집계됐다.

여기에 12월 진료비까지 더해지면 올해 밀린 의료급여 비용은 모두 4천억~5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국민건강보험은 예상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연말 미지급액 3천억원을 크게 웃도는 셈이다.

한편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지급 지연 사태에 대해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부득이 연내 지급하지 못하는 의료급여 비용은 내년 예산이 배정되는 1월 중(16~25일)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며 의료기관들의 양해를 구했다.

결국 의료급여 대상자를 치료한 기관들은 빨라야 내년 1월 중하순에야 해당 비용을 받게 된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대한의사협회 등 의료계는 복지부에 지급 지연에 대한 이자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측은 "명확한 이자 지급 규정이 없고, 의료급여 자체가 공적 부조 성격인만큼 예산으로 이자까지 내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정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대규모 미지급 사태가 이어지자 '구조적 고착'을 우려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 관계자는 "과거 간헐적으로 조금씩 예산 부족이 나타나는 경우는 있었으나, 수 천억원 규모의 예탁금 잔고 부족은 지난해와 올해 두드러진 현상"이라며 "기본적으로 사회 고령화등으로 의료 수요가 늘어나는 가운데 노인장기요양보험 시행, 의료수가 인상, 보장범위 확대 등이 겹친 결과인만큼 앞으로 의료급여 초과 지출이 해마다 반복될 가능성이 큰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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