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금융당국, 재벌총수·금융지주사장 연봉 공개 추진

조동일 기자

[재경일보 조동일 기자] 금융당국이 당국이 상장사 임원들의 보수를 평균이 아닌 개인별로 공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보수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것인 동시에 임원들의 보수가 재벌총수 일가에 대한 충성심에 따라 결정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미국, 영국,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일정 수준 이상의 상장기업이나 금융기관들이 평균이 아닌 개인별 임원 보수를 공시하고 있다.

하지만 재계는 프라이버시 침해와 노사관계 악화 등을 우려해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이 때문에 3~5년간의 유예기간을 두고 시행하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 상장사 임원보수 투명성 확보

현행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사업보고서 제출대상 기업은 임원들에 지급된 보수총액을 보고서에 기재하면 된다. 등기임원인 사내이사와 사외이사 수와 이들에게 지급된 보수총액을 적시하면 규정상 문제가 없어 개별 임원들의 급여는 공시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최고경영자가 어느 정도 연봉을 받는 지 알 수가 없는 일반 투자자들은 답답해 하고 있다.

임원들의 보수가 개별적으로 공개되면 주주들이 해당 임원의 경영성과와 보수의 상관관계를 파악해 잘못된 경영 판단이 있을 경우 보수 상각 등의 조치를 통해 견제할 수 있다. 임원의 연봉에 대해 보다 합리적인 조정이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다.

임원의 개별 연봉을 알 수 없는 가운데 임원보수 총액을 주주총회가 승인하면 재벌총수가 지배하는 이사회가 개인별 보수지급액을 결정하는 구조로 되어 있는 현재의 시스템도 문제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금의 시스템에서 경영진은 더 많은 연봉을 받기 위해 총수일가에 더욱 충성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통합진보당 이정희 공동대표는 지난 2009년 3월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자본시장법상 임원보수 공시 관련 문구를 `임원 공시'에서 `임원별 공시'로 바꾸자는 것이다. 이는 지배주주가 임원의 보수를 좌지우지하지 못하도록 함으로써 이사회의 독립성을 강화하려는 조치다.

한국개발연구원 국제정책대학원 김우찬 교수는 "이사회가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라도 개별 공시가 필요하다"며 "이를 통해 재벌총수의 지나친 간섭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 재벌 총수 보수도 공개

임원 보수에 대한 개인별 공시가 이루어지면, 국내 그룹 총수들의 연간보수도 공개될 수 있다.

A사의 올해 9월 사업보고서를 보면 사내이사 3명에게 239억7천만원이 지급돼 1인당 평균 79억9천만원을 받은 것으로 나와있지만, 이들 이사 개개인이 받은 금액이 얼마인지는 알 수가 없다. 더욱이 이 회사의 사실적인 지배자인 재벌총수는 비등기 임원이기 때문에 평균 보수 공개대상에서도 제외돼 있다.

그러나 미국, 영국, 일본 등 외국에서는 등기ㆍ미등기 구분없이 임원 보수가 개별적으로 공시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시가총액 7억달러 이상인 상장기업에 대해 최고경영자(CEO), 재무책임자(CFO), 최고액 연봉자 3명 등 임원 5명의 보수 현황과 과거 3년간 보수 내용을 개별적으로 공개하도록 하고 있으며, 사내이사 중 등기이사가 보통 1명 정도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등기임원이 아니더라도 개별보수가 공시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일본은 등기 여부에 상관없이 연 보수총액이 1억엔 이상이면 임원의 기본급, 스톡옵션, 보너스, 퇴직보상 등을 개인별로 공시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금융연구원 이시연 연구위원은 "한국 금융회사의 경우 위험 감수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소수 최고위 임원의 인센티브 정보를 파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 상장사들은 반대

하지만 상장사들은 임원보수의 개별 공시는 개인 프라이버시 침해의 우려가 크고 사회적인 위화감을 조성할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또 보수가 공개되지 않는 비상장법인의 임원이나 다른 직종에 종사하는 전문직 종사자들과 형평에도 맞지 않는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아울러 임원 보수가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에 직장 내 위화감을 조성할 수 있고 노사갈등을 가져와 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임원보수의 하향평준화를 가져와 경영자의 경영의욕이 떨어질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상장사협의회가 2009년에 이 문제로 설문조사를 했을 때도 회원사의 93.3%가 반대했다.

한국상장사협의회 이병철 홍보파트장은 "임원보수 문제는 경영진과 주주의 문제인데 일반 투자자에게까지 사업보고서를 통해 공개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다른 국가가 공시를 강화하는 것은 주주들에 의한 사전통제가 보장돼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유예기간 두고 도입하자

이에 따라 연봉 개별 공개에 대해 유예기간을 두고 도입하자는 대안도 나왔다.

자본시장연구원 정윤모 연구위원은 "지금 당장 개별 공시를 시행하는 것이 부담스러우면 3년이나 5년간 유예기간을 두고 시행하는 방법도 있다"고 제안했다.

동국대 경영학과 강경훈 교수는 "금융회사는 고객 돈으로 투자하는 만큼 개별 임원의 성과보수를 공개하는 것은 의미가 있지만 모든 상장사까지 확대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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