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내년 경영진 대거 물갈이 예고… 금융권에 대변혁 오나

조동일 기자

[재경일보 조동일 기자] 국내 금융기관장들의 임기 만료 시점이 내년에 대거 몰려 있어 금융업계 최고경영자(CEO)가 대폭 물갈이되고 경영진의 면면이 바뀌면서 `인사 태풍'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그동안 국내 금융기관 CEO 선임은 외부 입김에 좌우되는 등 많은 문제점을 노출, 불확실한 후계 구도가 `CEO 리스크'로 작용하기도 했기 때문에 전문가들은 외압에 흔들리지 않는 이사회 중심의 독립적인 CEO 선임 구조를 구축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여의도 증권업계 수장 대거 물갈이

내년에 금융권에서 CEO 교체가 가장 큰 폭으로 이뤄지는 곳은 증권가로 무려 30개사 사장의 임기가 만료된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내년 임기가 만료되는 CEO에는 ▲신한금융투자 이휴원 사장 ▲대신증권 노정남 사장 ▲대우증권 임기영 사장 ▲동양증권 유준열 사장 ▲미래에셋증권 김신 대표 ▲우리투자증권 황성호 사장 ▲하나대투증권 김지완ㆍ장승철 사장 ▲한국투자증권 유상호 사장 ▲현대증권 최경수 사장 등 대형사 대표들이 대거 포함돼 있다.

최근 정기사장단 인사에서 사장이 교체된 삼성증권을 포함하면 10대 증권사 대표가 1년 사이에 모두 바뀔 가능성도 있다.

이 밖에 교보증권, 동부증권, 부국증권, LIG투자증권, 유화증권, KB투자증권, KTB투자증권, 키움증권, 하이투자증권을 비롯한 여러 중소형 증권사 사장 임기도 내년에 만료된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임기가 1년인 한국투자증권 사장이나 최근 금융지주의 등기 임원이 된 하나대투증권 사장 등을 제외하고는 내년에 대부분 교체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내년 이후까지 임기가 남았지만 끝까지 채우지 못하는 경우도 가능하다. 주식워런트증권(ELW) 시장에서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검찰이 12개 증권사 전ㆍ현직 사장을 기소한 사건도 변수가 될 수 있다. 현행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벌금형 이상의 선고를 받으면 대표직을 유지할 수 없다. 1심에서 유죄 판결이 내려져도 항소 후 유죄가 확정되기 전까지는 해임되지 않는다. 그러나 만약 1심에서 불리한 판결이 내려지면 임기 보장이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특히 내년 증권업계에는 자본시장법 개정에 따라 대형투자은행(IB)이 탄생하는 `빅뱅'이 예고돼 있다. 이에 따라 프라임브로커리지 업무와 대체거래시스템(ATS) 등 신규 사업이 대거 도입될 예정이어서 이를 진두지휘할 수장의 면모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 연임 여부 촉각

은행권은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되는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연임에 성공할지 주목하고 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연임 가능성이 있지만 속단할 수 없다. 김 회장은 최근 간담회에서 하고 싶다고 할 수 없고 하기 싫다고 그만둘 수도 없다고 말한 바 있다"고 전했다. 외환은행 인수를 성공적으로 마치게 되면 김 회장이 한두 차례 더 연임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관측이다.

하나금융 내부 규준에 따르면, 김 회장은 2013회계연도 말까지 연임할 수 있다. 올해 초 확정된 내부 규준은 등기이사 연령을 만 70세 이하로 제한하고, 연임할 때 임기를 1년씩 연장하도록 하고 있다.

올해 만 68세인 김 회장은 하나금융이 출범한 2005년 12월부터 회장직을 맡아왔다. 2008년 연임됐고, 올해 2월 한 차례 더 회장직을 유지했다.

김 회장 이외에 4대 금융지주 회장들은 임기가 비교적 많이 남은 편이다.

KB금융지주 어윤대 회장은 2013년 7월까지고, 우리금융지주 이팔성 회장과 신한금융지주 한동우 회장은 2014년 3월까지 현직 유지가 가능하다.

주요 은행 중에서는 신한은행 서진원 행장과 하나은행 김정태 행장의 임기가 내년 3월에 끝난다.

지난해 12월 말 취임한 신한은행 서 행장은 이백순 전 행장의 잔여 임기를 채우고 이번에 연임되면 임기는 2015년 3월까지다. 하나은행 김 행장은 2008년 3월에 취임하고서 지난해 1년 임기로 한 차례 재선임됐다. 내년 3월 연임이 결정되면 임기가 다시 1년 늘어난다.

은행권 관계자는 "공공연히 연임 얘기가 나오고 있다. 특별한 실책이 없어 연임 가능성이 크지만, 아직 공식적으로 확인해줄 만큼 수면 위로 올라온 것은 없다"고 밝혔다.

◇"이사회 주도 독립적 선임 구조 확립해야"

금융사 CEO에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는 금융기관의 최고경영자는 경제 전반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국내 금융기관의 CEO 선임 과정에는 정치적 외압이 작용하는 등 문제가 적지 않았다. 지난해 신한금융 사태처럼 경영진의 장기 집권과 내부 갈등으로 인한 문제도 불거졌다.

부적절한 CEO 선임은 해당 회사는 물론 금융업계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한국기업평가 관계자는 "기업평가 때 CEO의 경영 능력과 위험선호도 등을 전반적으로 고려한다. 금융사는 특정 인물보다는 시스템에 의해 운영되기 때문에 CEO가 회사 신용등급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지만 적임자가 선임되지 않으면 기업 평판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금융회사들이 외부 압력에 휘둘리지 않고 CEO를 선임하려면 이사회 중심의 독립적인 선임 절차를 확립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 국제정책대학원 김우찬 교수는 "금융당국이 추진하는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법 제정이 지지부진한데. CEO 승계를 이사회 주도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선과 총선이 예정된 내년은 독립적인 금융기관 CEO 선출의 원년이 될 수도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고계현 사무총장은 "CEO 선임에 관치적인 요소가 개입하면 금융기관이 본래의 역할을 상실하고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상대적으로 자율성을 확보할 수 있는 내년에는 민주적이고 투명한 절차에 따라 독립적으로 CEO를 선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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