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박성민 기자] 값 싼 염료의 일종인 분산 염료에는 '아릴아민'이라는 유해물질이 많이 들어있다. 이 아릴아민은 피부염과 암을 유발해 중국이나 동남아시아에서도 근로자들이 꺼려 분산 염료는 잘 쓰지 않는다.
이 때문에 아릴아민이 약 25만 원짜리 아웃도어 재킷에서 검출됐다는 소비자시민모임의 발표는 충격적이다. 그것도 국내 최대 아웃도어 업체로 손꼽히는 코오롱의 제품에서 기준치의 '20배'나 되는 아릴아민이 나왔다는 것은 큰 파장을 낳고 있다. 40년 가까운 전통 있는 브랜드에서 어떻게 정부가 금지한 유해물질이 나올 수 있었던 것일까.
특히 궁금증을 일으시키는 건, 이 코오롱 재킷에 버젓이 'KC마크'가 붙어있었다는 점이다. KC마크란 국가안전통합인증마크로 의류 같은 제품들은 안전성 검사를 통과해야 이 마크를 달 수 있다. 기준치의 20배에 달하는 발암성 물질이 나온 코오롱 재킷에도 이 마크가 붙어 있었다.
코오롱은 당초 외부 국가공인시험기관에서 해당 재킷 원단의 안전성 검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만해도 아릴아민 성분은 검출되지 않았다.
문제는 코오롱이 재주문한 두 번째 원단에서 터졌다. 이 두 번째 원단에 아릴아민 성분이 있었지만 코오롱은 안전성 검사를 소홀히 한 채 이 원단으로 재킷을 만들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코오롱 관계자는 "이번에 문제가 된 코오롱 엑티브 재킷은 총 3천600세트 정도 제작했는데 우리 쪽에서 1차 주문한 원단의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었다"며 "2차 주문한 원단에 아릴아민이 검출된 것으로 이 원단으로 재킷 360∼380세트 정도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결국 코오롱이 추가로 원단을 주문하는 과정에서 안전성 검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문제가 터진 것이다. 이와 함께 안전성 검증을 위해 도입된 KC마크 제도 자체가 이번 사태로 유명무실 해졌다.
이로 인해 KC 제도를 주관하는 지식경제부 기술표준원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행 가정용 섬유제품 안전품질표시 기준에는 아릴아민과 포름알데히드, 유기주석화합물 등 8~9종 정도의 성분을 금지하고 있는데, 이 중 하나인 아릴아민이 들어있는 재킷이 KC마크를 단 채 버젓이 유통됐다는 것은 제도의 허점을 보여주는 일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의류제품'의 안전성 검사나 안전 기준이 다른 생활용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관대하다는 지적도 있다. 안전기준을 어겨도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는 것도 악순환 반복되는 이유다. 관련법상 의류제품 안전검사를 하지 않았는데도 했다고 허위로 밝힐 경우 1년이하 징역이나 1천만원 이하 벌금만 물면 된다. KC인증마크를 표시하지 않을 경우에도 500만원이하 과태료만 내면 끝난다. 일부에서는 이 때문에 아릴아민 같은 유해물질 문제가 매년 끊이지 않는다는 지적의 목소리도 높다.
코오롱 측은 이번 사태는 홈쇼핑 판매용 브랜드인 '엑티브' 재킷에서 벌어진 것으로 코오롱스포츠나 엘로드 같은 다른 고급 브랜드는 문제가 없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엑티브 재킷 제조도 모두 중국에서 이뤄졌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홈쇼핑용 중저가 브랜드라고 하지만 엑티브도 엄연히 코오롱에서 이익을 내기 위해 만든 브랜드다. 아릴아민이 검출된 코오롱 엑티브 재킷 세트 가격은 24만8천원으로 내피 등이 포함됐다고 하나 여전히 만만치 않은 가격대다. 이 때문에 코오롱에서 '중저가 브랜드의 문제' 운운하는 것은 책임있는 말이라 볼 수 없다.
재킷이 중국에서 제작돼 관리 감독에 철저하지 못했다는 변명 또한 소비자들을 우롱하는 말이다. 소비자들은 코오롱 브랜드를 믿고 재킷을 구입한 것이지 중국에서 만든 옷인지, 또 아릴아민 성분이 들어있는지 제대로 알지 못한다. 브랜드를 믿고 구입했는데 "중국에서 만들어서…"라는 식의 해명은 믿음을 저버리는 행위라는 비판을 받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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