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기획] 학교폭력 원인이란 '게임', 한국문화 확산 주역 가요아닌 '게임'

해외진출, 5년간 75% 성장세 이뤄

박성민 기자

[재경일보 박성민 기자] 최근 게임이 사회 문제로 주목받고 있다.

정부는 학교 폭력의 원인을 온라인 게임으로 규정짓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다.

첨단 IT산업이며 차세대 문화 콘텐츠 산업이고 IT성장 동력의 축이요, 수출강국의 밑거름인 게임업계는 중독을 유발하고 학교폭력의 원인이 된다는 정부의 방침에 허탈함에 빠져있다. 사회나 가정환경, 게임의 복합적 원인으로 발생하는 중독이나 학교폭력의 문제를 게임사에 일방적으로 떠넘기고 있고 사회적 문제의 원인이나 규제 부담을 국내 게임사에만 전가하는 정부 정책에 냉소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중소 개발사들은 자금난을 겪으며 소리 소문 없이 문을 닫거나 인력감축에 들어갔고 중견 게임개발사 몇 곳도 잇단 사업 실패로 적자를 기록 중이다.

다만 주무부처인 문화부는 "교통사고가 난다고 해서 자동차 통행을 금지하지는 않는다"며 게임 자체에 대한 지나친 규제에 대해서는 반대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부처간 밥그릇 싸움으로 삼중의 규제에 게임업계는 궁지에 몰려가고 있다.

앞서 여성가족부는 지난해 11월 16세 미만 청소년의 심야시간(자정~오전 6시) 온라인 게임 접속을 일률적으로 막는 '강제적 셧다운제'가 시행에 들어갔다. 문화부는 지난달 22일부터 청소년의 하루 게임 이용시간을 제한하는 '선택적 셧다운제'를 포함한 '게임과몰일 예방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청소년이 게임 회원가입을 할 때 반드시 부모 동의를 받도록 하고 부모가 자녀의 게임 이용에 동의하더라도 날짜와 시간대를 선택적으로 조절해 게임 업체에 차단을 요청하는 제도다. 이 제도는 게임 업체들이 관련 시스템을 구축하도록 6개월의 유예기간을 둔 뒤 7월부터 본격 시행된다.

교육부도 게임이 학교폭력의 원인 중 하나라며 규제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교과부는 청소년 보호를 이유로 청소년이 일정 시간 게임을 하면 몇 분간 자동으로 게임이 중단되는 '쿨링오프제도'와 게임업체들이 수익의 일부를 중독기금으로 내는 방안에 이어, 청소년 게임을 심의할 '건전게임심사위원회'를 설립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 밝혀 파장이 커지고 있다.

또한 교과부가 고강도 게임 규제를 포함한 '학교폭력 종합대책'을 6일 발표할 예정이어서 문화부와 갈등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셧다운제나 쿨링오프제 도입이 문제가 아니라 온라인게임을 바라보는 국내외의 시선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최관호 게임산업협회장은 "국내 콘텐츠 산업 수출의 절반을 차지하는 게임의 가치가 절대적으로 평가절하 되고 있다"며 "학원폭력 사태 해결을 위해서 게임업계도 적극적으로 협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게임을 학원폭력의 원인으로 지목해서 합리적이지 않은 규제를 하려는 분위기는 동의할 수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한국 게임은 연간수출 규모가 2010년 16억 달러(약 1조8천억원)의 수출실적으로 거뒀다. 이는 한국 문화콘텐츠 수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그러나 게임을 유해산업으로 규정함으로 인한 게임 산업의 부정적 시각과 규제 바람이 한류 콘텐츠 수출 측면에서 수출에 발목이 잡힐 수 있다는 점과 자칫 온라인 게임 종주국으로 외국 게임사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았던 우리나라 게임 산업의 역성장을 불러올 수 있어 우려가 돼고 있다.

케이 팝 등 한류에 대한 호기심으로 지난해 사상 처음 외국인 관광객이 9백만명을 돌파했다. 여기에 더해 우리 전통 음식과 막걸리로까지 확산 돼 전 세계적으로 관심이 확산되고 있다.

게임 역시 그에 못지않은 성과와 성적을 내고 있다. 국내 게임들이 북미와 유럽에서 더 좋은 성과가 나올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금까지 북미와 유럽의 게임 시장은 콘솔 게임이 주류를 이뤄서 한국 온라인 게임이 큰 성공을 거두기 힘든 환경이다. 그렇지만 지난 5년간 75%라는 가파른 성장세를 이루면서 국내 게임들의 해외 진출이 많아지고 있다. 

이미 많은 국내 게임사들이 서구지역에서 서비스를 해 왔다. 지난 2000년 미국 법인을 설립하면 리니지, 리니지2, 아이온 등을 통해 꾸준히 북미 시장에 진출해온 엔씨소프트는 길드워2로 다시 한 번 글로벌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 예정이다. 엔씨소프트는 미국 현지 스튜디오인 아레나넷을 통해 길드워2를 개발 중인며, 최근에는 북미 비공개 테스트를 성공적으로 마치면서 다시 길드워 열풍을 예고하기도 했다.

테라는 크로스파이어로 중국에서 대박을 일으키기도 했다. 김강석 블루홀스튜디오 대표가 테라가 북미와 유럽의 온라인 게임 시장을 이끄는 게임 한류의 핵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한 엔터테인먼트 대표는 "지난해 아시아를 넘어 유럽과 미국, 그리고 남미까지 뒤흔든 케이팝이라고 불렸던 한국의 문화가 '케이컬쳐'라는 전반적인 문화로 세계에 진출하고 세계에서 인정받을 것이다"고 말했다.

폭력을 유발하는 각종 심리학적 원인은 측정하기 어렵고 폭력 게임에 지속적으로 노출된 어린이들이 반사회적 행동으로 이어질 연관성이 없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가상의 폭력이 청소년들의 공포심을 완화하고 정서적 안정에 도움이 될 수도 있는 측면도 있다.

'헨젤과 그레텔', '신데렐라', '백설공주' 등과 같은 동화에서도 잔인한 묘사가 담겨 있고 게임도 책이나 만화, 연극처럼 예술의 한 장르로 봐야하며 일각이 게임 산업의 어두운 면만 보고 있는 것은 문화콘텐츠의 대표격인 게임을 바로 알지 못한 무지함에서 비롯됐다고 전문가는 말한다.

게임을 영화와 연극과 같은 놀이 문화콘텐츠로 봐야하지만 게임 산업을 마약 산업으로 규정하고 규제하며 게임만 문제시 삼고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게임과몰입치료센터를 찾는 환자 중에서는 게임을 많이 해서 우울증에 빠지는 경우도 있겠지만 우울증에 빠져서 게임에 빠지는 경우가 6대 4로 많았다. 게임에 빠지는 이유가 게임 하나 때문이 아닌 다양한 환경적인 요인, 또 이로 인한 우울증 등 다양한 증상과 질환 때문이라는 것이다.

게임 과몰입 예방에 있어 가장 필요한 것으로 각각 가족의 결집성과 게임과몰입에 대한 조기교육이다. 원만한 가족 관계 속에서 아이들이 또 성인이 게임에 빠지는 걸 줄일 수 있고 예방할 수 있다.

또 초등학생 때부터 게임 과몰입에 대한 조기교육을 실시해서 미리미리 대처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근본적인 문제는 가정과 주변 환경에 있다고 보는 것이 옳고 맞벌이 부부라도 내 아이가 집에서 뭘 하는지, 혹시나 인터넷에 너무 빠져있는 것은 아닌지 적절한 통제와 관심이 필요한 것이다.

정부와 기업은 지금 아픈 아이들을 바라보며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 위한 방법에만 몰두해있다. 정작 아이들이 왜 게임에 빠지는 지 물어봐주거나 성장환경을 평가하지 않는다. 옳은 처방을 내리려면 진단부터 제대로 해야 한다.

우리보다 먼저 게임중독의 사태를 경험한 미국의 교육계에서 최근에 선택한 대안도 바로 게임에 대한 직접적, 강제적 규제방식이 아니라 게임 외부의 환경을 개선하는 것이다.

시민단체는 정부의 규제 위주 정책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정소연 문화연대 대안문화센터 팀장은 "게임을 유해매체로만 바라보는 식으로는 게임 중독의 부작용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며 "게임 과몰입에 빠져있는 아이들에게 게임을 일방적으로 중단시키는 방식보다는 게임을 새로운 문화매체이며 청소년들이 보편적으로 즐기는 문화의 하나라는 인식의 재고가 필요하고, 긍정적 활용 방식을 개발하며 게임을 어떻게 이용할지에 대한 학교·사회·가정의 통합 모델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청소년 범죄와 학교폭력의 원인으로 그 당시 청소년들이 가장 즐기고 있는 대중문화가 원인으로 지목됐다"며 "청소년 범죄 원인이 게임으로 일원화 되는 건 위험하며 청소년 범죄가 일어나는 배경, 해당 학생들이 처해있는 상황에 대한 복합적인 이해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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