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경일보 박성민 기자] 853억원의 국민 혈세를 들여가며 인천시가 야심차게 추진했지만 안전성 문제로 사업이 중단되어 녹슨 흉물로 방치돼 있는 월미도 관광용 모노레일인 '월미은하레일'에 대한 안전성 검증 용역이 실시된다. 문제가 없으면 이르면 연말쯤 개통될 전망이다.
인천시는 24일 시청에서 한국철도기술연구원과 월미은하레일 안전성 검증 용역 협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철도기술연구원은 2010년 2월 월미은하레일 안전 시험에서 29개 항목에 대해 적합 판정을 내렸던 기관이다. 적합판정이 내려진 직후 2010년 4월, 시범운행 중 역에 들어가면서 제자리에 서질 못했고 같은 해 8월에도 차량 지지대인 안내륜과 차량 하부가 파손되는 사고가 발생해 시범운행이 중단되고 개통은 무기한 연기됐다. 이 때문에 안전성 검증 기관으로서의 자격에 대한 적절성을 두고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인천시 관계자는 이에 대해 "당시 조사는 철도 구성부품에 대한 안전성을 개별적으로 판별한 조사였고 전반적인 안전성 검사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공사 발주처인 인천교통공사에서 건설과 노선운영을 모두 담당하며 차량 운행은 인천메트로에서 위탁 담당하고 시공사는 한신공영, 하도급업체는 S사인 지역 최대 예산낭비 사례로 꼽히고 있는 월미은하레일은 부실시공, 감리소홀, 안전문제, 뭉칫돈 등으로 얽힐대로 얽혀왔다.
건설과정에서 시공은 물론 감리도 부실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6월 감리단이 월미은하레일 부실감리를 했다며 경찰에 진정서를 넣으면서 수사가 시작됐다.핵심공정인 차량의 방향을 잡아주는 가이드 레일의 이음세 부분이 일부 구간에서 정밀하지 못하게 시공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월12일 인천 중부경찰서는 건설 공사의 핵심 공정을 맡은 이 하도급 업체는 철도ㆍ궤도 공사 자격이 없이 제조업체로만 등록된 채 월미은하레일 공정을 담당한 사실이 경찰 조사에서 밝혀졌다. 가이드 레일과 같은 철도·궤도공사는 기술적 요건을 갖춰 국토해양부에 등록한 업체만이 할 수 있는데도 이 시공업체는 등록하지 않은 무면허 업체였고 가이드 레일 시공을 해 본 경험도 없었다.
시공업체 관계자는 "자격증이 없다는 사실을 미리 얘기했지만 그래도 작업을 하라고 했고,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해 손실히 굉장이 컸다"고 말했다.
월미은하레일 가이드레일과 전차선을 공사한 업체가 무자격업체로 드러나자 일각에서는 한신공영과 감리단 측이 이를 알면서도 묵인했거나 인천시나 인천시의회, 인천교통공사 등에서 한신공영 측에 해당 업체에게 공사를 맡기도록 압력을 행사했다는 등의 의혹이 제기돼 왔다.
인천교통공사도 이미 완공이 된 후에나 부실을 인지했다. 이찬원 인천교통공사 월미은하레일사업팀장은 "관리 감독을 정확히, 그리고 면밀하게 해야 한다고 판단하는 의미에서 책임이 있다고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월미은하레일을 둘러싼 일은 이것만이 아니었다. 안전 문제와 직결되는 Y자 가이드레일 공사가 설계 초기부터 제대로 된 검토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진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철 생산업계에서도 "철제 Y형 가이드레일의 제작이 어려울 뿐 아니라 강도나 등을 맞추는 것은 불가능한 것이나 마찬가지며, 특히 25㎜로 두꺼운 제품은 더욱 제작이 어렵고 다만 부분부분을 용접하면 Y자 모양새를 갖추는 것은 가능할 것"이라며 "애초부터 불가능한 것"이라고 말한다.
교통공사에서도 당시 철제가이드레일의 제작의 어려움을 인지하고 있었다. 교통공사 관계자는 "가이드레일 제작의 어려움을 알고 있기 때문에, 당시 한신공영에 대안을 제시하라고 요구했다"고 말했다.
설계변경 또한 급박하게 이뤄진 정황이 확인됐다. 알루미늄으로 제작할 것을 제안한 시점은 지난 2009년 1월이며, 한신공영에서 교통공사에 알루미늄 가이드레일의 설계도면을 제출하며 설계 변경을 요구한 것은 2009년 2월이다. 교통공사가 이를 승인한 시기는 같은 해 6월. 결국 안전성과 직결되는 가이드레일의 설계변경이 1달여만에 급박하게 이뤄진 것이다.
또 차량 정비·점검이 이뤄져야 할 차고지마저 제기능을 못할 만큼 엉터리로 설계·시공됐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인천교통공사 등에 따르면 월미은하레일 차량은 2대씩 5편성으로 이뤄져 운행될 예정이나 차고지가 협소하게 설계·시공돼 3편성만 보관될 수 있고 나머지 2편성은 역사에 놔둘 수밖에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차고지에서 정비·점검을 받을 수 있는 차량은 1편성 뿐인데다가 그 공간조차도 비좁은 나머지 정비·점검에 큰 어려움이 따를 것이란 우려가 인천교통공사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인천교통공사 한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지금 차고지는 공간이 협소해 차량 정비에 제약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라며 "차량을 정비·점검하려면 일단 '차체'(차량 몸통)를 '배차'(주요 설비가 장착된 차량 하단부) 부분에서 떼어낸 뒤 다시 배차를 위로 들어올려 작업 공간을 확보해야 하는데, 현 상태로는 그 공간이 나오지 않는다"고 우려했다. 이어 그는 "지금의 차고지 구조에선 하루, 일주일 단위로 진행될 상시 또는 정기 점검을 충분히 소화해 내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인천교통공사는 "감액공사를 해야 하는데도 한신공영측이 시설 규모를 줄이는 설계변경을 하면서도 높은 공사비를 과다 산출했다"며 "약 20억원을 요구했다가 결국 깎고깎아 공사비가 6억5천만원 정도로 줄어들게 된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우리 직원들 사이에선 한신공영측이 이런 식으로 설계변경을 통해 공사비를 제멋대로 부풀리려 한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고 전했다.
인천시 산하 지방공기업인 인천교통공사가 2008년 1월 발주한 월미은하레일은 총 사업비 853억원으로, 인천역~월미도 문화의 거리~월미공원을 순환하는 6.1㎞ 구간에 건설된 국내 최초의 도심 관광용 모노레일로 관심을 모았다. 2008년 7월 착공, 인천세계도시축전 개막에 맞춰 2009년 7월 개통할 예정이었지만 설계와 달리 시공된 점이 지적되면서 2010년 3월에야 준공 승인됐다.
그러나 2010년 6월 완공된 월미은하레일은 개통을 위한 시험운행 중 차량을 유도하는 안내륜 축(軸)이 절손되는 사고가 발생, 2010년 4월에는 시험운행 도중 역에 들어가면서 제자리에 서질 못했고 8월에는 차량 운전대 구실을 하는 지지대인 안내륜과 차량 하부가 파손되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심각한 부실시공의 문제로 개통이 무기한 연기되면서 2년 가까이 시운전조차 못하고 상업운행 가능 시점이 오리무중이 되며 사업이 백지화되기에 이르렀다. 이 와중에 시공사인 한신공영은 공사가 당초보다 10개월 이상이 지연되면서 지체보상금으로 258억원에 이르는 보상금을 인천교통공사에 지급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월미도번영회 관계자는 "공사를 하는 과정에서 손님이 줄어 3년 동안 상인들이 엄청난 피해를 봤다"면서 "조속한 운행 재개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한편, 22일 월미은하레일 시공사인 한신공영 소속 A씨의 계좌에서 출처가 불분명한 뭉칫돈 1억원이 발견돼 이 돈의 성격을 조사하기 위해 업체 관계자들을 소환하는 등 경찰이 전면수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은 이 돈이 핵심 공정을 맡은 하도급 공사업체 S사로부터 유입됐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이 부분을 집중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일단 비자금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조사를 벌이고 있고 이 돈이 관리감독기관이나 관계공무원에게 흘러들어 갔을 가능성까지 열어두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또한 경찰은 시공면허가 없는 무자격 S사가 가이드레일과 전차선 공사를 따낸 대가성 일 가능성에 대해서도 조사를 펴고 있으나 비자금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협약에 따라 연말까지 안전성 검증을 통해 시운전 중에 발생된 안내륜 축과 Y레일 자체의 안전성이 차량에 미치는 영향 등을 해석하고 개선·보완 사항을 제시할 예정이다. 본선 시운전을 거쳐 차량 등 각종 시스템 성능과 인터베이스 시험을 확인해 내년 초 월미은하레일을 개통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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