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연재]식물원이 열어주는 세계의 역사<44>-나미비아 빈턱 식물원

서범석 기자

사막지역 식물들로 가득찬 빈턱 식물원. 앞에 거대한 알로에가 보인다.
사막지역 식물들로 가득찬 빈턱 식물원. 앞에 거대한 알로에가 보인다.

 

남아프리카 공화국 남단의 도시, 캐입타운 공항을 해질 무렵에 이륙한 나미비아 항공(Air Namibia)의 브라질제 엠브레어(Embraer) 소형 젯트 여객기(36석)는 2시간을 계속 서북 방향으로 달리더니 어둠 속에서 나미비아의 수도 빈턱(Windhoek)의 호세아 쿠타코(Hosea Kutako) 공항에 착륙한다.


나미비아는 남아프리카 공화국과 20년에 걸쳐 무력 전쟁을 한 끝에 1990년 3월 21일 독립한 나라로서, 오늘날 인구 230만명 가운데 92%가 흑인이고 나머지는 주로 백인이다. 백인은 주로 독일계로서 수도 빈턱은 독일인들이 만든 도시이다. 빈턱이라는 이름 가운데 Wind는 영어의 ‘바람’이라는 의미이고 Hoek는 ‘모퉁이’란 뜻이다. 밤에 도착하여 몰랐으나 아침에 일어나 창문을 통하여 들어오는 시내 경치는 일품이다. 산보 할 겸, 잠시 시내를 나가서 걸어보니 마치 독일이나 스위스의 어느 도시 한 가운데를 걷고 있는 느낌이 든다.


호텔 방 창문으로 동상이 보이길래 걸어서 가보니 1890년에 빈턱을 건설한 독일 육군 프란코이스(Curt Von Francois) 대위의 동상이다. 동상 받침대에는 독일어, 영어, 화란어로 그의 공적이 적혀있다. 나미비아가 독립을 하여 흑인이 정권을 잡자 많은 백인들이 이 나라를 떠났으나 남아 있는 소수의 백인들이 아직도 이 나라의 경제에 큰 영향력을 갖고 있다고 한다. 최근에는 중국인들이 많이 몰려와 이곳에서 광업, 상업 등에 투자를 하고 있는 것을 입증이라도 하려는 듯이 빈턱의 중심가 공원에는 상해정(上海亭)이라는 정자가 세워져 있다. 가까이 가보니 ‘상해정’이라는 글씨 밑에 1998년 5월19일에 세워졌다는 글이 써있다. 그러고 보니 시내에 중국 음식점 몇 곳이 보인다.


수도 빈턱은 해발 1650m에 세워진 도시로서 주위를 감싸고 있는 산에 둘러 싸인 분지 안에 있으며 이 나라 인구의 약 18%인 40만 명의 인구를 가진 아주 아름다운 도시이고 기후가 온화하다. 나미비아는 전형적인 아프리카의 모습을 갖고 있는 사반나 초원 지대가 대부분이고 또한 넓은 칼라하리 사막도 갖고 있어 사자, 얼룩말 등 아프리카의 각종 동물도 볼 수 있어 수많은 유럽인들이 이곳을 찾고 있다. 국토의 면적은 83만km²로서 우리나라(남한)의 10배 이상이다. 수산업, 광업 부문에서 외화를 많이 벌여 들여 일인당 국민소득도 아프리카 국가 가운데서는 꽤 높은 편이다(2010년 기준, 미화 6700불).


식물원은 시내 중심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하고 있다. 시내에서 식물원으로 가는 길목에는 큰 건물이 있는데 이것은 화란인들이 만든 개혁교회(우리나라의 장로교회)이다. 이곳에는 독일인의 후손 이외에 화란인, 그리고 영국인의 후손들도 있는 것이다.


이 교회를 지나서 3분 정도 걸어가면 길 왼편에, 프랑스 파리에서나 볼 수 있는 멋있는 2층 건물이 나온다. 이 건물은 국립 식물원 연구소(National Botanical Research Institute) 이다. 이 식물원 연구소에서는 나미비아에서 생육하는 각종 식물(나무, 관목, 꽃, 풀 등)에서 나오는 액을 추출하여 화장품과 의약품의 원료를 만드는 연구를 하고 있다. 이 건물을 지나서 안으로 들어가면 언덕 아래로 12ha(4만평)에 이르는 식물원이 펼쳐진다, 현재의 식물원 부지는 1969년 10월에 빈턱 시청이 정부(당시는 남아공 정부)에 기증하였고, 1970년대에 이곳에 시민의 휴식용 산책로를 만들었으나 예산부족으로 일시 중지되었다.


그 뒤, 1990년에 국립 식물원 연구소가 현재의 위치로 이전해 오면서 식물원 조성이 재개되었다.
그리고 1993년 2월에, 국립 식물원 연구소는 환경 관광부와 농림 수자원부의 협조를 받아서 본격적으로 식물원을 만들기 시작하였다. 이 식물원은 나미비아에서 생육하는 많은 식물을 이곳에서 보존 유지하는 한편, 방문객에게 식물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고 동시에 시민에게 휴식공간을 제공하고 있는바, 특히 이곳에는 나미비아의 사반나 기후와 사막 기후대에서 생육하는 각종 식물을 보존, 관리하고 있다.


식물원은 위에서 보면 역삼각형 모습이다. 언덕 아래로 내려가는 길목에 커다란 소시지 모양의 열매를 갖고 있는 나무가 우선 방문객을 맞는다. 문자 그대로, 현지인들은 이 나무를 소시지 추리(Sausage Tree; 학명은 Bignoniaceae Kigelia africana)라고 부른다. 나미비아 동북부 지역에서 생육하며 열매는 큰 것의 경우 5kg 까지 나간다. 독성이 있으나 류마티즘, 종양 치료에 효과가 좋다고 한다. 이 나무 옆에는 ‘아프리카의 영혼’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바오밥 나무 비슷하게 생긴 것이 있어, 혹시 바오밥 나무인가 여겼으나, 수간만 바오밥 처럼 생겼을 뿐, 현지에서 도깨비 나무(Phantom Tree 또는 Moringa)라고 부르는 수종이었다(학명; Moringaceae Moringa ovalifolia). 이 나무들을 지나 온실과 선인장 묘포장을 지나서 아래로 내려가니, 일반 식물원에서 볼 수 없는 사반나 지역 식물원의 모습이 나타난다. 바로 앞 산책로 옆에는 관목이 있는데 불가시 코르크(Fire-Thorn Corkwood)이다. 학명을 보니 재미 있다. 즉, 이 관목의 학명은 Burseraceae Commiphora pyracanthoides) 인데 가지를 서로 비비면 쉽게 불이 난다고 해서 라틴어 학명조차 여기에서 연유한다. 즉, 종(種) 이름인 라틴어의 pyra는 ‘불’이고 cantoides는 ‘가시’이다.


이 식물원을 둘러 보니 아카시아가 많은데, 호주의 아카시아와는 수간과 잎이 확연히 다르다. 즉, 수간은 높이 3~4m로서 관목처럼 생겼고, 잎은 알비지아의 잎보다도 더 작다. 콩과 특유의 콩 주머니도 노란색이다. 현지에서는 이 나무를 Hook Thorn(학명; Fabaceae Acacia mellifera)라고 부른다. 식물원 안에는 각종 백합화만 모아 놓은 곳도 있고, 사막에서 생육하는 선인장을 비롯한 식물을 모아서 심어 놓은 곳도 있고, 조그만 저수지도 있다. 그러나 뭐니 해도 이 식물원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것은 알로에를 비롯한 약용식물이다. 현지에서 Windhoek Aloe라고 부르는 이 식물은 이 나라 수도 빈턱을 상징하는 식물이다. 식물원 언덕 아래서 위를 쳐다보면 이 알로에(학명; Asphodelaceae Aloe littoralis)가 사방에 보인다. 어떤 알로에는 아주 커서 높이가 2m 가 넘는 것도 있다. 오늘날 이 식물원은 농림 수자원부가 관리하며, 식물원 안에는 수목과 관목 51종, 약용식물 135종, 풀 32종, 양치류 4종, 기타 12종이 식재되어 있다.


한편, 식물원 관리인에 의하면, 이 식물원에는 없으나, 우리가 동남아시아와 남태평양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티크(Teak; Verbanaceae Tectona grandis)와 PNG Rosewood (Leguminosae Pterocarpus indicus) 도 나미비아에 다량 생육하고 있다고 한다, 열대우림에서만 생육하고 있는 줄 알고 있던 이 수종들이 이곳 사바나 기후대에서도 잘 자라고 있다는 이야기에 필자는 자연의 경이스러움을 다시 한번 느꼈다.

 

 

 

권주혁. 

동원산업 상임고문·강원대 산림환경대학교 초빙교수.
서울대 농대 임산가공학과를 졸업했다.

1978년 이건산업에 입사해 이건산업(솔로몬사업부문) 사장을 역임했다.

파푸아뉴기니 열대 산림대학을 수료했으며,

 대규모 조림에 대한 공로로 솔로몬군도 십자훈장을 수훈했다.

저서로는 <권주혁의 실용 수입목재 가이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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