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김동렬 기자] "1997년 관치금융의 직접적 폐해의 결과로 발생된 IMF 금융환란의 쓰라린 기억을 그 누구보다도 절실히 간직하고 있다. 단지 정부가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국내 최대 우량 금융그룹을 경쟁 금융그룹들에게 인수시키려는 것은 관치금융의 극단을 보여주는 시대착오적 발상이다"
지난해 5월 정부 주도의 우리금융지주 민영화 논의가 시작되자 우리은행 노동조합이 냈던 성명서의 내용이다. 민영화는 2010년과 마찬가지로 결국 무산됐었다.
최근 금융당국이 또다시 우리금융 연내 민영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돌아가는 모양새가 작년과 똑같다'는 말이 나온다.
◆ 당국의 '언론플레이'…또 KB금융?
일단 최근 언론 등에 '우리금융 하반기에 통째로 판다', '인수 대신 합병 가닥', 'KB금융지주 유력후보 부상' 등의 추측성 기사가 나오고 있다.
작년에도 우리금융 인수 유력 후보로 KB금융이 언급됐고, 산은금융과 신한금융도 뒤를 이었다. 결국 참다못한 국민은행 노조는 "정부가 연일 언론플레이를 통해 KB금융과 신한금융이 우리금융의 유력한 후보자라며 여론을 떠보고 있으며, 마치 KB금융이 인수전에 뛰어들 것처럼 여론을 호도하는 것은 물론 우리금융을 인수하지 않으면 뒤쳐질 것처럼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에는 어윤대 회장이 직접 나섰다. 그는 지난 16일 열린 'KB최고경영자클럽 정기세미나'에서 "우리가 어떻게 살 수 있느냐. 10조원이 어디 있느냐"며 우리금융 인수전 참여 추측을 일축했다.
당장 KB금융은 그룹 포트폴리오 개선을 위해 ING생명 인수에 주력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산은금융은 연내 기업공개(IPO)에 매달리고 있고, 신한금융의 경우 舊 LG카드 인수자금 마련을 위해 발행한 우선주 3조7500억원 중 약 3조원을 최근에서야 털어내 우리금융 인수는 논의조차 이뤄지고 있지 않다는 입장이다.
◆ 합병 방식으로 '우회'해도 예상되는 '반대'
정부는 금융지주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우리금융 민영화 요건을 완화하는 대신, 현금상환 합병 형태의 민영화를 추진하고 있다.
현재 금융지주회사법 시행령에 따르면, 금융지주회사가 다른 금융지주회사를 인수하기 위해서는 지분 95%를 소유해야 한다. 우리금융의 경우 지분 36.97%를 9만2342명의 소액주주들이 보유하고 있어, 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때문에 지난해 정부는 대통령령으로 이를 50%만 소유해도 인수가 가능하도록 특례조항을 신설하고자 했다. 하지만 정부 스스로 금융시장 법률체제의 원칙을 무너뜨리는 처사라는 지적에 부딪혀 실패로 끝났다.
현재 언급되는 현금상환 합병은 지난 15일부터 시행된 개정 상법에 새로 포함된 것으로, 존속회사가 소멸회사 주주에게 존속회사 주식을 주는 대신 현금이나 현물, 회사채 등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대로라면 우리금융을 인수하고자 하는 회사는 정부지분 57%만 인수하면 되므로, 자금이 10조원까지 필요하지는 않게 된다. 특히 일정 부분만 정부에게 현금으로 주고, 나머지는 합병 후 새로 출범하는 지주사의 주식으로 정부에 주면 된다.
하지만 바로 이점은 정부가 내세운 '공적자금회수 극대화' 원칙과 부딪힌다. 또 새로운 지주사의 지분을 정부가 갖게돼 정치권을 비롯한 각계의 반대에 부딪힐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 "또 메가뱅크냐"…회의적 시각들
당장 우리은행 노조 측이 "글로벌 금융트렌드에도 역행한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해 KB국민은행·산업은행 노조 및 금융노조 측도 같은 지적을 했었다.
실제로 금융위기 이후 세계 각국은 은행업의 무분별한 규모 확대를 규제하고 있다. 미국의 볼커룰(Volker rule) 등이 대표적이며, 무리한 외형경쟁으로 6개 시중은행 중 5개가 외국은행이 되어버린 멕시코 은행산업의 비극도 반면교사의 예로 꼽힌다.
외형성장과 경쟁력은 별개라는 지적도 늘 빠지지 않는다.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소 전문연구위원은 "외환위기 이후의 구조조정으로 국내은행 대형화가 상당부분 진전됐지만 국제경쟁력은 오히려 퇴보했다. WEF의 2010년 금융시장 성숙도 경쟁력은 전년 58위에서 83위로 추락했다"고 지적했다.
은행산업의 구조적 위협요소가 상존하는 가운데 추진되는 인위적인 은행 대형화는 자칫 은행의 부실과 금융시장의 불안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무리한 외형 확대를 추구하다 결국 공멸에 직면한 저축은행을 봐야 한다는 주문이다.
지난달 취임한 윤창현 금융연구원장의 경우 "우리은행을 다른 은행과 붙여 메가뱅크를 만들었는데 시장에서 힘을 쓰지 못하면 이를 주도한 사람은 역사의 죄인이 될 것이다"고 꼬집기도 했다.
윤용로 외환은행장 역시 "점포수가 경쟁력이 되던 시대는 끝난 것 같다"고 했다.
◆ 민영화, 꼭 해야 한다면
사실 우리금융의 민영화 자체를 문제삼거나 반대하는 주장은 없다. 정부 주도의 메가뱅크 정책에 따른 민영화 추진이라 계속해서 문제가 되는 것이다.
금융권에서는 인위적 메가뱅크 보다 리스크 관리, 자산운용, 안정적 자금조달 등의 능력을 확보해 시장에서 자생적으로 탄생되는 메가뱅크 유도가 바람직하다고 보고 있다.
또한 우리은행 노조 등은 타사·타행의 자본에 의해 강제적으로 진행되는 민영화가 아닌 '독자 민영화' 방식을 작년과 마찬가지로 제시하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국민의 혈세를 다시 골고루 국민에게 재분배 할 수 있는 국민주방식의 독자생존 민영화 방안을 요구하며, 또한 우리사주매입 방식 및 경쟁입찰방식의 블록딜을 통해 우리금융지주의 나머지 지분을 처분하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금융권 한 관계자는 "당국이 딱부러지게 했으면 한다. 민영화와 관련된 오해나 불신이 있다면 명확하게 풀고, 예를 들면 노조 측에도 그쪽이 제시한 방법은 이러이러해서 어렵다고 밝히면 되지 않느냐"며 "그렇게까지는 아니더라도 우리금융 민영화 당사자들 및 시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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