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나무를 빚는 사람들 ①]‘버리기 싸움’에서 얻는 즐거움

서범석 기자

안형재 / 가구디자이너

 

누구보다 나무가 주는 매력을 제대로 즐기고 있다는 안형재 가구디자이너를 만났다. 강남구 대치동에 위치한 그의 작업실(꿈꾸는 공작소)에는 다듬다 만 나무토막과 여러 목공기계와 기구가 어지럽게 널려있었다. 정형화된 모습보다 훨씬 자연스러운 분위기가 느껴지는 그의 작업실에는 이미 만들어진 가구들과 가구가 되기를 기다리는 원목들이 사이좋게 자리하고 있었다.

 

 

목공을 시작한 계기가 무엇입니까
사실 목공을 하기 전에 IT업계에서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당시는 수많은 벤처회사가 들어서고 망하고 하던 시기였죠.  지금보다 수입은 많았지만 업무에서 오는 스트레스나 피로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많았습니다. 그래서 나름 고민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그러다가 우연히 목공을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어쩌면 정반대의 길을 선택한 셈이죠. 가장 빠르게 변화하는 곳에서 가장 느리게 변하는 곳으로 옮긴 겁니다. 이제 8년 됐습니다. 아직 경험이나 기술 등 모든 면에서 다른 사람들보다 부족한 게 사실이죠. 가람가구학교에서 일 년 과정을 마치고 곧바로 캐나다로 갔어요. 당시 목공에 대한 열정이 어디서 그렇게 생겨났는지 지금 생각해도 조금 무모하지 않았나싶어요. 캐나다 온타리오 주에 있는 우드워킹 센터에서 2년 교육과정을 마쳤죠. 센터의 코네스토가 칼리지에서 열심히 배웠습니다.

 

일을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에 대해서 말씀해 주십시오.
솔직히 경제적인 문제가 가장 컸습니다. 전에는 안정적인 수입이 보장됐었는데 지금은 그런 수입구조를 기대하기 어렵죠. 하지만 제가 선택한 이 길에 대해 후회해 본 적은 없었어요. 오히려 이런 선택을 지지해준 가족들에게 고맙습니다. 목공을 시작하면서 업무적인 스트레스나 피로가 없어 이제는 가족들도 정말 좋아합니다. 이제는 진정으로 즐겁게 일한다는 것이 전과 달라진 점이라 할 수 있어요.


목공에 처음 입문하는 사람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물론 저도 전문적인 목공을 꾸준히 배워왔던 사람은 아니에요. 지금 공방을 차리고 본격적으로 이쪽 길로 들어오신 분들 중에 상당수는 다른 분야에 종사했던 분들이죠. 그런 면에서 목공은 상당히 매력적인 곳이에요. 경제적인 부분을 빼면요.(웃음) 가장 염두 해 두어야할 점은 아무래도 얼마나 나무의 성향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느냐의 여부가 아닐까요. 수종에 따라 나무의 결이 다르고 각각의 특성은 천차만별이며 가구를 만든다 할라치면 만든 후의 나무의 수축과 팽창까지도 고려해야하죠. 그래서 성정이 급하고 여유가 없는 사람은 시작도 하기 어렵습니다. 자신과 나무의 성향까지도 고려되어야하니 정말 까다롭기 그지없죠. 무한정 흘러가는 작업 시간을 이해하려고 했던 것이 당시 제가 가장 염두 해 두었던 점입니다. 그만큼 나무를 이해하는 데에는 시간이 걸리죠.

 

평소 어떤 철학을 갖고 있습니까
나무를 대하면서 느끼는 가장 큰 깨달음이라면 ‘솔직함’입니다. 나무는 절대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가구디자이너가 갖고 있는 모든 것을 나무에 제대로 반영시켜도 나무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작품이 만들어지는 것은 불 보듯 당연합니다. 그럴 때마다 저는 다시 생각해보고 차분하게 바라보면서 나무와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기도 합니다. 정말로요.(웃음) 나무를 대하면서 굳이 철학을 생각해 본 적은 없었어요. 왜냐하면 나무를 통해 무언가를 만들고 있다는 그 자체가 주는 즐거움이 너무나 컸기 때문이죠. 그래도 굳이 철학을 말한다면 저는 ‘버리기 싸움’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가구로써의 기능적인 면과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디자인적인 면 사이에서의 고민이죠. 이 두 가지의 버리기 싸움 끝에 작품이 완성되어진다고 보았습니다.

 

끝으로 계획이나 포부에 대해서 말씀 부탁드립니다.
지난번에 인사동에서 열었던 ‘슬로우 퍼니처’ 전시회를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이어나가고 싶습니다. 아직은 그게 제 계획의 전부입니다. 저는 솔직히 유명한 목공예가가 되거나 커다란 명성을 얻고 싶은 바램은 없습니다. 그저 제가 만든 작품을 오랫동안 만족하면서 사용하는 소비자들이 많아진다면 그걸로 충분합니다. 그러기 위해 더 많이 배우고 더 많이 생각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복기 기자 leeb@imwoo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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