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연재]식물원이 열어주는 세계의 역사<47> -필리핀 제너럴 산토스 식물원

서범석 기자

뜨거운 열대의 태양볕을 가리기 위해 차양을 설치해 놓은 제너럴 산토스 식물원.
뜨거운 열대의 태양볕을 가리기 위해 차양을 설치해 놓은 제너럴 산토스 식물원.

 

7천여 개의 섬으로 구성된 필리핀에서 가장 큰 섬으로서 수도 마닐라가 있는 루손(Luzon) 섬에 이어서 두번째로 큰 섬이 남쪽에 있는 민다나오(Miindanao) 섬이다. 인구 70만 명의 제너널 산토스(General Santos) 시(市)는 민다나오 섬에서도 가장 남쪽에 위치하고 있다. 현지인들은 이 도시의 이름이 길다고 생각하여 약어로 젠산(GenSan) 이라고 부르고 있는 이 도시는 필리핀에서 가장 남쪽에 있는 도시로서 ‘필리핀의 참치 수도(Tuna Capital of Philippine)’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민다나오에서 가장 큰 도시인 다바오에서 서남쪽으로, 직선으로 130km 떨어져 있는 젠산은 아주 좋은 항구 입지를 갖고 있는 사랑가니(Sarangani) 만(灣)에 후미진 곳에 들어가 있다. 만을 동쪽에서 막아주고 있는 반도 남쪽 끝에는 ‘큰 돌’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는 바투라키(Batulaki) 곶이 있고 만의 서쪽에 있는 반도의 남쪽 끝에는 현지어로 ‘너는 본다’라는 뜻을 가진 ‘티노토(Tinoto) 곶이 있다. 젠산 시를 포함하여 만의 서쪽해안에는 필리핀의 수산회사들(거의가 참치잡이 회사)이 몰려있고 참치 가공을 하는 수많은 공장들과 어선들, 그리고 어선들을 수리하는 조선소 등이 들어서 있다.


그러나 남태평양의 술라베시(Celebes)해(海)에 면한 사랑가니 만은 청결하고 아름답기 그지없다. 이곳 주산물이 참치이므로 매년 9월에는 젠산에서 참치 축제가 벌어진다. 또한 신선한 참치를 외국에 신속하게 수출하기 위해 항공편으로 마닐라에 보내므로, 마닐라와 젠산 사이를 운항하는 여객기는 에어버스 A340, A330 등 대형기이다. 이 도시의 이름은 필리핀 육군 장군의 이름을 따라서 지어졌다. 루손 섬의 탈락(Tarlac)에서 1890년에 출생한 산토스(Paulino Santos)는 1914년에 필리핀 육군 사관학교를 졸업하고 후일 필리핀 초대 육군참모총장을 역임한 뒤, 제2차 세계대전중 일본군에 대항하여 싸웠고 일본의 항복이 있은 지 2주 뒤에 세상을 떠났다. 산토스 장군은 루손 출신이지만 그는 군대 생활을 거의 민다나오 섬에서 하였다. 그러므로 전쟁이 끝난 뒤 민다나오 섬의 주민들은 원래 부아얀(Buayan)이라는 이름을 가졌던 이 도시에 General Santos(산토스 장군)라는 새로운 이름을 붙여주었다. 


젠산 시내의 중심에는 시청이 자리잡고 있고 시청 정문 앞에 있는 ‘제너널 산토스 공원’ 입구에는 산토스 장군의 동상이 있다. 그리고 시청 뒤에 있는 도로를 가로질러 건너가면 조그만 식물원이 나온다. 이곳은 젠산 시청이 30년 전에 세운 뒤로 아직까지 관리하고 있는 ‘야다오 자연정원(Yadao Nature Garden)’ 식물원이다. 이 식물원은 가로 200m, 폭 50m 의 크기로서 도시 한 가운데 있는 작은 크기의 식물원이다. 식물원 안에는 300 여종의 화초가 있고 난(蘭), 선인장, 대나무, 야자 나무 등이 식재되어 있는데 이 가운데 화분 안에 심겨진 선인장은 종류가 수백 종이나 된다.


그러나 수목은 별로 없다. 폴리알티아(Annonaceae Polyalthia oblongifolia)를 비롯한 몇 수종만 보인다. 필리핀을 대표하는 수목인 이우시과(二羽枾科; Dipterocarpaceae)의 Lauan(Shoreaspp., Parashoreaspp, Pentacmespp.), Apitong(Dipterocarpusspp.), 그리고 콩과(Leguminosae)의 Narra(Pterocarpus spp.) 등 의 수목은 아쉽게도 전혀 보이지 않는다.

 

 필리핀에는 약 3600 종의 토종 수종(Native Tree)이 있으며 이 가운데 67%는 그 수종이 생육하는 곳에서만 자라는 고유 수종(Endemic Species)이다. 젠산이 속해 있는 남부 민다나오에도 물론 고유 수종이 있으나 이곳에서 만날 수 없었던 것은 유감이었다. 작은 식물원이 화초 위주로 만들어지고 관리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식물원에서는 시민들에게 화초, 선인장, 난 등을 염가에 판매하기도 하므로 이른 아침부터 이곳에 와서 꽃 모종을 고르는 아주머니들을 볼 수 있었다. 언젠가 젠산에 더 훌륭한 식물원이 들어 서기를 바라며 필자는 식물원을 떠났다.


마닐라에서 젠산을 갈 때나, 젠산에서 마닐라로 갈 때 날씨가 맑았으므로 민다나오 섬을 남북으로 종단하는 동안 필자는 여객기 창문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민다나오 섬의 울창한 열대우림을 하늘에서 살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한국전쟁이 끝나고 난 뒤. 1960년대부터 1970년대 말까지, 우리나라는 필리핀에서 생산되는 라왕을 비롯한 남양재 원목을 다량 수입하였다.  그 당시 원목 수출의 중심이 민다나오 섬이었다. 그러나 과도한 벌목으로 인해, 울창한 열대우림은 더 이상 민다나오 섬에 남아있지 않다. 지상(地上) 고도 10km 상공에서 내려다 보는 민다나오 섬에 그나마 남아있는 삼림지대는 거대한 수해(樹海)를 이루어 역동적이고 야생의 냄새가 나는 열대우림이 아니고 얌전하고 약해 보이는 몸매를 가진 소녀를 보는 느낌을 주는, 온대림 같이 보이는 열대림이었다.

 

 

권주혁.

동원산업 상임고문·강원대 산림환경대학교 초빙교수.
서울대 농대 임산가공학과를 졸업했다. 1978년 이건산업에 입사해 이건산업(솔로몬사업부문) 사장을 역임했다.

파푸아뉴기니 열대 산림대학을 수료했으며, 대규모 조림에 대한 공로로 솔로몬군도 십자훈장을 수훈했다.

저서로는 <권주혁의 실용 수입목재 가이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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